[심층리포트] 잇단 ‘사육 곰’ 탈출 소동…보상금만 지급, 관리 부실

입력 2017.04.24 (21:30) 수정 2017.04.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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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멧돼지에 이어 곰이 시내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웅담 채취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곰이 사육 농장을 빠져나온 건데요,

왜 이런 소동이 반복되는지, 또 해법은 없는지 김채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곰 한 마리가 초등학교에 나타나 울타리 주변을 서성입니다.

<녹취> "가만있어! 내가 가서 마취 가방 가져올게."

30분가량 학생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곰은 마취총을 맞고 포획됐습니다.

농장의 철창 문을 직접 열고 건너편 학교까지 내려온 겁니다.

야심한 시각, 도심 주택가를 누비는가 하면,

<녹취> "어, 이리 온다!"

몇 년 전엔 농장을 탈출한 곰이 등산객을 물어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곰 두 마리가 탈출 소동을 빚었던 곰 사육농장입니다.

철창 곳곳이 녹이 슬고, 창살이 뜯어진 곳도 있습니다.

<녹취>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곰이 잡아당겨서 (창살을) 떼 놓은 상태예요. 하나만 더 떼면 (곰이 밖으로) 나오죠."

곰 탈출을 막기 위해서는 시설을 보수해야 하지만, 요즘엔 웅담 수요가 거의 사라져 사룟값 대기도 벅차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웅담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는 곰이 죽을 때까지 계속 사육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웅담 채취용 곰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건 1980년대 초반,

<녹취> 대한뉴스(1985년 9월 6일)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한때 전국에 1,600마리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웅담 채취방식을 둘러싼 학대 논란이 일면서 정부는 사육 곰의 자연도태에 나섰습니다.

한 마리당 42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모든 사육곰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한 겁니다.

문제는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이렇게 낡은 철창 안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600여 마리의 잔여 개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앞으로도 20~30년은 철창에 갇혀 지내야 하지만 농가는 시설 개선에 소극적이고, 정부의 안전 점검도 1년에 두 번뿐입니다.

<녹취> 최승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정부에서) 신규 개체(새끼곰) 매입을 단계적으로라도 진행을 해서, 이를테면 곰 보호소 곰보호센터 등을 설립해서 그곳에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와 농가가 관리에 손을 놓은 사이 비좁은 철창을 벗어나려는 곰들의 탈출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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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잇단 ‘사육 곰’ 탈출 소동…보상금만 지급, 관리 부실
    • 입력 2017-04-24 21:34:30
    • 수정2017-04-24 2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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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멧돼지에 이어 곰이 시내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웅담 채취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곰이 사육 농장을 빠져나온 건데요,

왜 이런 소동이 반복되는지, 또 해법은 없는지 김채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곰 한 마리가 초등학교에 나타나 울타리 주변을 서성입니다.

<녹취> "가만있어! 내가 가서 마취 가방 가져올게."

30분가량 학생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곰은 마취총을 맞고 포획됐습니다.

농장의 철창 문을 직접 열고 건너편 학교까지 내려온 겁니다.

야심한 시각, 도심 주택가를 누비는가 하면,

<녹취> "어, 이리 온다!"

몇 년 전엔 농장을 탈출한 곰이 등산객을 물어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곰 두 마리가 탈출 소동을 빚었던 곰 사육농장입니다.

철창 곳곳이 녹이 슬고, 창살이 뜯어진 곳도 있습니다.

<녹취>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곰이 잡아당겨서 (창살을) 떼 놓은 상태예요. 하나만 더 떼면 (곰이 밖으로) 나오죠."

곰 탈출을 막기 위해서는 시설을 보수해야 하지만, 요즘엔 웅담 수요가 거의 사라져 사룟값 대기도 벅차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광수(사육곰 농장주) : "웅담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는 곰이 죽을 때까지 계속 사육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웅담 채취용 곰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건 1980년대 초반,

<녹취> 대한뉴스(1985년 9월 6일)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한때 전국에 1,600마리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웅담 채취방식을 둘러싼 학대 논란이 일면서 정부는 사육 곰의 자연도태에 나섰습니다.

한 마리당 42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모든 사육곰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한 겁니다.

문제는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이렇게 낡은 철창 안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600여 마리의 잔여 개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앞으로도 20~30년은 철창에 갇혀 지내야 하지만 농가는 시설 개선에 소극적이고, 정부의 안전 점검도 1년에 두 번뿐입니다.

<녹취> 최승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정부에서) 신규 개체(새끼곰) 매입을 단계적으로라도 진행을 해서, 이를테면 곰 보호소 곰보호센터 등을 설립해서 그곳에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와 농가가 관리에 손을 놓은 사이 비좁은 철창을 벗어나려는 곰들의 탈출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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