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길맥족’ 붐비는 공원…주민과 갈등

입력 2017.05.04 (08:33) 수정 2017.05.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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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길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공원이나 편의점 앞 등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걸 두고 요즘 '길맥'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외로 나와 길맥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든지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죠.

과도한 음주로 눈살을 찌뿌리게 하거나,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방치돼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현장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입니다.

경의선 폐선로 위에 조성된 이 공원은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최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삼삼오오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입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지만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좋은 날씨에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서 자주 나오는 편이에요.”

해가 지면 이런 사람들은 더 늘어납니다.

돗자리나 벤치에 앉아 간단한 음식에 맥주를 마시는 이른바 길맥족들이 공원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가격 싼 것과 시간 제약이 없는 거? 끝나는 시간 제약이 없는 거…….”

<녹취> 시민(음성변조) : “여기 잔디도 많고 사람들도 많고 이러니까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오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요.”

길맥족들이 부쩍 늘면서 인근 상점 매출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술 드시는 분이 주로 여기서 사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매출 변화가 크기는 하죠. 비수기의 한 4배?”

상권도 변화를 줬습니다.

길맥족을 위한 포장 음식 가게가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포장 음식 위주로 많이 생겼죠. 아무래도 공원 때문에요. 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포장되는 안주를 많이 사 먹으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많이 생겼죠.”

하지만 길맥족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술병과 쓰레기 때문입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쓰레기 처리가 제일 좀 그렇죠. 사람이 몰리게 되면 아무래도 막 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문제가 좀 있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마련돼 있지만, 워낙 많은 쓰레기가 쏟아지다보니 그 자체가 흉물이 되기가 일쑤입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플라스틱 컵 같은 경우에는 이게 부피가 크잖아요. 30분만 되어도 넘치거든요? 그래서 누가 길가에다가 (쓰레기를) 해놓으면 거기가 쓰레기통인 줄 알고 쓰레기 더미가 이렇게 되는 거죠.”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건 인근 주민들입니다.

늦은밤이 되면 만취 상태로 공원을 활보하는 사람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저녁에는 시끄러운 거 다 들리거든요, 집 안까지. 평일은 그나마 덜 한데요. 금,토, 일요일까지요. 일요일은 낮까지.”

공원이 집 주변에 생겨 좋아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와 소음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우리는 그냥 산책로 이런 거로 생각했는데 아예 저 위에는 올라가기가 싫어요. 젊은 세대들 앉아서 맥주 먹고 막 이러니까 정신도 없고 그래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병과 아침까지 쓰레기가 있거든요. 애들도 있는데 보기에 안 좋죠.”

젊은 사람과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 거리도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게 유행입니다.

아예 술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가하면 골목 안 계단에서 아무렇지 않게 술판이 벌어집니다.

편의점 앞은 술 마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술집 같은 데는 비싸잖아요. 술이. 그리고 간단하게 그냥 밖에서 먹으면 기분도 좋고 시끄럽지도 않고…….”

이곳 역시 조금만 들어가면 주택가지만, 술병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리고 껌 뱉어 놓고 토해놓고 그런 게 좀 너무…….”

<녹취> 시민(음성변조) : “방금도 너무 과한 애정행각이 있기도 했고 고성방가가 있기도 했고요. 너무 더러운 이런 환경도 그렇고 민폐인 것 같아요.”

한강공원에서도 이런 풍경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찾는 시민들이 많은 공원이지만, 곳곳에서 술병이 눈에 띕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취해서) 아저씨가 타이어에다가 남에 차에다가 노상방뇨(를 해서) 깜짝 놀랬죠.”

<녹취> 시민(음성변조) : “먹는 건 괜찮은데 쓰레기(를 버리거)나 취해서 고성방가하고 시비 붙거나 그런 거는 싫어하죠. 보기는 안 좋아요.”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늘자,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켰습니다.

도심 공원이나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인데요.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술을 마실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길거리 음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날씨 좋을 때 (공원에서)한, 두 잔은 마시고 싶잖아요. 친구들이랑. 그런 거까지 제재를 한다는 거는 좀 문제가 있는 거고 그냥 건전한 음주 문화 캠페인을 먼저 하는 게 좋지, 그렇게 그런 자유까지 제재한다는 거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녹취> 이설희(서울시 마포구) :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놓고 소리를 많이 지르는 경우를 봤는데 그런 부분만 조금 자제해준다면…….”

도심 속 새로운 문화로 떠오른 길맥족.

시민들의 자유로운 문화로 남을지, 아니면 어긋난 음주 문화의 단면이 될지, 주변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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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길맥족’ 붐비는 공원…주민과 갈등
    • 입력 2017-05-04 08:36:59
    • 수정2017-05-04 1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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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혹시 '길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공원이나 편의점 앞 등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걸 두고 요즘 '길맥'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외로 나와 길맥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든지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죠.

과도한 음주로 눈살을 찌뿌리게 하거나,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방치돼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현장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입니다.

경의선 폐선로 위에 조성된 이 공원은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최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삼삼오오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입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지만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좋은 날씨에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서 자주 나오는 편이에요.”

해가 지면 이런 사람들은 더 늘어납니다.

돗자리나 벤치에 앉아 간단한 음식에 맥주를 마시는 이른바 길맥족들이 공원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가격 싼 것과 시간 제약이 없는 거? 끝나는 시간 제약이 없는 거…….”

<녹취> 시민(음성변조) : “여기 잔디도 많고 사람들도 많고 이러니까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오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요.”

길맥족들이 부쩍 늘면서 인근 상점 매출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술 드시는 분이 주로 여기서 사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매출 변화가 크기는 하죠. 비수기의 한 4배?”

상권도 변화를 줬습니다.

길맥족을 위한 포장 음식 가게가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포장 음식 위주로 많이 생겼죠. 아무래도 공원 때문에요. 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포장되는 안주를 많이 사 먹으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많이 생겼죠.”

하지만 길맥족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술병과 쓰레기 때문입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쓰레기 처리가 제일 좀 그렇죠. 사람이 몰리게 되면 아무래도 막 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문제가 좀 있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마련돼 있지만, 워낙 많은 쓰레기가 쏟아지다보니 그 자체가 흉물이 되기가 일쑤입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플라스틱 컵 같은 경우에는 이게 부피가 크잖아요. 30분만 되어도 넘치거든요? 그래서 누가 길가에다가 (쓰레기를) 해놓으면 거기가 쓰레기통인 줄 알고 쓰레기 더미가 이렇게 되는 거죠.”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건 인근 주민들입니다.

늦은밤이 되면 만취 상태로 공원을 활보하는 사람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저녁에는 시끄러운 거 다 들리거든요, 집 안까지. 평일은 그나마 덜 한데요. 금,토, 일요일까지요. 일요일은 낮까지.”

공원이 집 주변에 생겨 좋아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와 소음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우리는 그냥 산책로 이런 거로 생각했는데 아예 저 위에는 올라가기가 싫어요. 젊은 세대들 앉아서 맥주 먹고 막 이러니까 정신도 없고 그래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술병과 아침까지 쓰레기가 있거든요. 애들도 있는데 보기에 안 좋죠.”

젊은 사람과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 거리도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게 유행입니다.

아예 술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가하면 골목 안 계단에서 아무렇지 않게 술판이 벌어집니다.

편의점 앞은 술 마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술집 같은 데는 비싸잖아요. 술이. 그리고 간단하게 그냥 밖에서 먹으면 기분도 좋고 시끄럽지도 않고…….”

이곳 역시 조금만 들어가면 주택가지만, 술병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리고 껌 뱉어 놓고 토해놓고 그런 게 좀 너무…….”

<녹취> 시민(음성변조) : “방금도 너무 과한 애정행각이 있기도 했고 고성방가가 있기도 했고요. 너무 더러운 이런 환경도 그렇고 민폐인 것 같아요.”

한강공원에서도 이런 풍경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찾는 시민들이 많은 공원이지만, 곳곳에서 술병이 눈에 띕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취해서) 아저씨가 타이어에다가 남에 차에다가 노상방뇨(를 해서) 깜짝 놀랬죠.”

<녹취> 시민(음성변조) : “먹는 건 괜찮은데 쓰레기(를 버리거)나 취해서 고성방가하고 시비 붙거나 그런 거는 싫어하죠. 보기는 안 좋아요.”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늘자,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켰습니다.

도심 공원이나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인데요.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술을 마실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길거리 음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날씨 좋을 때 (공원에서)한, 두 잔은 마시고 싶잖아요. 친구들이랑. 그런 거까지 제재를 한다는 거는 좀 문제가 있는 거고 그냥 건전한 음주 문화 캠페인을 먼저 하는 게 좋지, 그렇게 그런 자유까지 제재한다는 거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녹취> 이설희(서울시 마포구) :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놓고 소리를 많이 지르는 경우를 봤는데 그런 부분만 조금 자제해준다면…….”

도심 속 새로운 문화로 떠오른 길맥족.

시민들의 자유로운 문화로 남을지, 아니면 어긋난 음주 문화의 단면이 될지, 주변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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