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반복되는 봄 가뭄…물 관리 이대로 좋나?

입력 2017.05.30 (21:24) 수정 2017.05.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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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농민들은 모내기를 포기했고, 산업단지는 공업용수가 부족해 조만간 가동을 멈출 지경입니다.

극심한 봄 가뭄 탓인데요,

하지만 모든 곳의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다목적댐의 경우 충남 보령댐은 저수율이 10%에 그치지만 경남 밀양댐은 65%가 넘습니다.

가뭄이 극심한 충남 서산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를 볼까요?

고풍저수지는 저수율이 13.2%지만 여기서 멀지 않은 지곡저수지는 75.3%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쪽은 물이 넉넉하고 다른 한쪽은 모자란 상황, 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임명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수 물 넉넉해도…관로 없어 무용지물▼

<리포트>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물 위에 떠 있어야 할 선착장도 땅에 내려앉았습니다.

저수율은 8%에도 못 미치는 상황.

인근의 또 다른 저수지도 1975년 축조 이래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상태로는 앞으로 일주일을 버티기도 힘듭니다.

인근 농민들은 웅덩이 물도 쥐어짜고 있다면서 저수지 물이 마를까 불안해합니다.

<인터뷰> 한양순(경기도 안성시) : "저수지 물 안 내려오면 여기는 농사 다 짓는 거죠. 대책 없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20km 떨어진 평택호에는 물이 넘쳐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수량은 무려 1억 톤으로 가뭄이 극심한 안성과 평택 지역 농사에 충분한 양입니다.

안성천과 그 지천에서 흐르는 물에 하수처리장을 거친 물까지 유입돼 고갈될 걱정도 없습니다.

양수장 서너 곳만 거치면 저수지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거리지만 관로가 아직 없습니다.

<인터뷰> 박성진(농어촌공사 안성지사장) : "용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긴급상황으로 임시관로를 설치해서 약 6km 지점에 있는 유천양수장까지 급수를 하려고..."

기후 여건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수계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강수 패턴 달라졌다 ▼

<기자 멘트>

올봄 전국에 내린 비는 116 mm로 예년과 비교해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진하게 보이는 경기 남부와 충청지역의 경우 40% 이하로 평소보다 150 mm가량 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장마를 시작으로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여름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여름철 강수량을 분석해봤더니 비의 양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안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내기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초여름 비의 양이 90년대 이후 8% 감소한 겁니다.

반면 장마가 끝난 뒤인 7월 하순부터 8월까지 강수량은 25% 이상 급증했습니다.

온난화로 9월과 10월까지도 집중호우와 태풍 상륙이 잦아지면서 한반도 강수 패턴의 변동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가뭄에 대비해 수자원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지 박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가뭄 일상화…물 순환 정책 시급▼

<리포트>

2백만 제곱미터나 되는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지난 겨울부터 인근 하천에서 하루 2천 톤씩 물을 퍼올렸습니다.

덕분에 극심한 가뭄에도 모내기가 가능했습니다.

실개천 곳곳에 만들어진 웅덩이.

농사에 쓰고 흘려보낸 농업용수를 재활용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인터뷰> 이풍교(농어촌공사 보령지사 남포지소장) : "여기서 다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농민 요구에 의해서 토보를 몇 개 막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농사에 쓴 물을 다시 가두는 농업용수 재활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윱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물이 남는 곳과 모자라는 곳을 연결하는 관리기법 도입도 필요합니다.

<인터뷰>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모니터링을 통해서 수위를 잴 수 있고 수질을 잴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용수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정보를 수집하고 물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각 기관별 연계 강화도 필요합니다.

가뭄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체를 하나의 물순환이 가능한 공간으로 관리하는 정책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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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반복되는 봄 가뭄…물 관리 이대로 좋나?
    • 입력 2017-05-30 21:27:05
    • 수정2017-05-31 09:31:39
    뉴스 9
<앵커 멘트>

농민들은 모내기를 포기했고, 산업단지는 공업용수가 부족해 조만간 가동을 멈출 지경입니다.

극심한 봄 가뭄 탓인데요,

하지만 모든 곳의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다목적댐의 경우 충남 보령댐은 저수율이 10%에 그치지만 경남 밀양댐은 65%가 넘습니다.

가뭄이 극심한 충남 서산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를 볼까요?

고풍저수지는 저수율이 13.2%지만 여기서 멀지 않은 지곡저수지는 75.3%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쪽은 물이 넉넉하고 다른 한쪽은 모자란 상황, 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임명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수 물 넉넉해도…관로 없어 무용지물▼

<리포트>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물 위에 떠 있어야 할 선착장도 땅에 내려앉았습니다.

저수율은 8%에도 못 미치는 상황.

인근의 또 다른 저수지도 1975년 축조 이래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상태로는 앞으로 일주일을 버티기도 힘듭니다.

인근 농민들은 웅덩이 물도 쥐어짜고 있다면서 저수지 물이 마를까 불안해합니다.

<인터뷰> 한양순(경기도 안성시) : "저수지 물 안 내려오면 여기는 농사 다 짓는 거죠. 대책 없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20km 떨어진 평택호에는 물이 넘쳐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수량은 무려 1억 톤으로 가뭄이 극심한 안성과 평택 지역 농사에 충분한 양입니다.

안성천과 그 지천에서 흐르는 물에 하수처리장을 거친 물까지 유입돼 고갈될 걱정도 없습니다.

양수장 서너 곳만 거치면 저수지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거리지만 관로가 아직 없습니다.

<인터뷰> 박성진(농어촌공사 안성지사장) : "용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긴급상황으로 임시관로를 설치해서 약 6km 지점에 있는 유천양수장까지 급수를 하려고..."

기후 여건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수계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강수 패턴 달라졌다 ▼

<기자 멘트>

올봄 전국에 내린 비는 116 mm로 예년과 비교해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진하게 보이는 경기 남부와 충청지역의 경우 40% 이하로 평소보다 150 mm가량 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장마를 시작으로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여름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여름철 강수량을 분석해봤더니 비의 양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안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내기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초여름 비의 양이 90년대 이후 8% 감소한 겁니다.

반면 장마가 끝난 뒤인 7월 하순부터 8월까지 강수량은 25% 이상 급증했습니다.

온난화로 9월과 10월까지도 집중호우와 태풍 상륙이 잦아지면서 한반도 강수 패턴의 변동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가뭄에 대비해 수자원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지 박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가뭄 일상화…물 순환 정책 시급▼

<리포트>

2백만 제곱미터나 되는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지난 겨울부터 인근 하천에서 하루 2천 톤씩 물을 퍼올렸습니다.

덕분에 극심한 가뭄에도 모내기가 가능했습니다.

실개천 곳곳에 만들어진 웅덩이.

농사에 쓰고 흘려보낸 농업용수를 재활용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인터뷰> 이풍교(농어촌공사 보령지사 남포지소장) : "여기서 다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농민 요구에 의해서 토보를 몇 개 막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농사에 쓴 물을 다시 가두는 농업용수 재활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윱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물이 남는 곳과 모자라는 곳을 연결하는 관리기법 도입도 필요합니다.

<인터뷰>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모니터링을 통해서 수위를 잴 수 있고 수질을 잴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용수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정보를 수집하고 물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각 기관별 연계 강화도 필요합니다.

가뭄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체를 하나의 물순환이 가능한 공간으로 관리하는 정책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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