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은 시인 떠나 달라”…주민들은 왜?

입력 2017.06.19 (08:34) 수정 2017.06.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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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노벨 문학상 후보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한국 문학계의 큰 별.

바로 고은 시인입니다.

'문인 모시기'에 나선 수원시 측의 삼고초려 끝에 4년 전부터 수원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 문인이 이웃으로 산다고 하면, 주민들 입장에서도 뜻깊은 일일 텐데요.

그런데 수원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주민들 생각은 다릅니다.

고은 시인이 떠나야 한다며, 퇴거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해묵은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의 집을 두고 무슨 일이있는 건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의 광교 저수지 인근 주민들이 고은 시인의 집 인근에 모였습니다.

4년 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한 고은 시인.

그런데 주민들은 고은 시인이 이곳에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2013년 '고은 시인 모시기'에 나섰습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인문학 도시'를 표방 하다 보면 문학관 같은 것도 지어야 하는 목표도 있고, 거기하고 맞아 떨어지고 또 하나는 고은 시인이 평소에 수원 화성하고 정조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어요."

수원시의 거듭된 설득 끝에 경기도 안성에 살던 고은 시인은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수원시는 9억 5천만 원을 들여 광교산 아래 방치돼있던 폐가를 리모델링해 고은 시인에게 제공했습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한 5년 동안 방치돼있던 시설이에요. 산속에 건물 하나 있으니까 누구도 안 가죠. 그거 5년 동안 썩히느니 좋은 시설인데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방법 없을까 하다가…."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고은 시인의 퇴거를 주장할까요.

고은 시인의 집과 3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광교 저수지가 있습니다.

1970년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변 지역의 개발이 제한된 곳입니다.

이용한 씨는 3대 째 이곳에 살며 젖소 농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용한(상광교동 주민) : "몇 대가 살았냐면 3대. 여기에 지금 3대 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50년. 1960년도에 태어나서부터 계속 산 거죠."

1960년대에 지어진 모습 그대로인 농장.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시설을 마음대로 현대화할 수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젖소 농장의 경우 남는 우유를 활용하기 위해 치즈 등으로 우유를 가공해 파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이곳에선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이용한(상광교동 주민) : "요즘 목장 같은 데 보면 자기네들이 다 치즈를 만들어서 가공해서 판매도 해요. 그러나 여기는 상수도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이라 시설을 갖추려 해도 일체 그런 걸 할 수가 없으니까…."

상수원 보호 구역 지정 때문에 수십 년간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상수원 보호 구역 해제가 안 되니까 매년 그때부터 고발당하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 주민들은 세금도 내지만 (불법 건축물로 적발돼) 이행강제금도 내고 고발 조치에 따른 벌금도 내고……."

고은 시인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주민들은 이런 불만이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고은 시인 계신 데가 사실은 생태 둥지관을 만들려고 수원시에서 매입해 놓은 거였어요. 그런데 수도법하고 개발제한구역에 의해서 손을 못 대고 있다가 고은 시인을 모셔 오기 시작하면서 용도 변경을 막 합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 때문에 건물 증축 등의 엄격한 제한을 받았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만 특혜를 제공해 집을 지었다는 겁니다.

수원시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녹취>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된 부서하고 협의를 했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특별히 불법 사항 같은 건 발견되지 않았고 그때 당시에 감사도 받았고 적발된 건 없었거든요."

상수원 보호구역이긴 하지만, 고은 시인의 집을 마련하는 건 모두 법의 테두리 내에서 했다는 게 수원시의 주장입니다.

주민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의 전기세와 경비 시설 등을 지원해주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가스 요금, 공과금까지 내주고 무인 경비 (시스템 관리 비용)까지 다 내주고 있고 그다음에 조경을 했으니까 관리가 필요할 것 아닙니까."

다른 주민들과 형평성에 어긋나고, 수원시가 오히려 상수원 보호 구역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주민들은 철저하게 규제를 하면서 본인들(수원시)이 정작 오염을 다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법 사항은 저 안(고은 시인 집)에 더 많은데 주민들은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수원시는 주민들의 요구 사항과 고은 시인의 거주 문제는 연관 지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녹취> 수원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수원 보호 구역, 개발 제한 구역 해제해 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것과 관련해서는 환경 정책과에서 주민들하고 접촉하는 거지. 고은 시인 관련해선 그분들하고 접촉할 이유는 없거든요."

이런 논란에 고은 시인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녹취> "(안녕하세요. 혹시 고은 시인 계신가요? 저희가 KBS 방송국인데 잠깐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 해서요.) 지금 또 어디 가셨습니다. 강연가셨어요."

수원 지역 문인 협회에서도 고은 시인이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병두(수원 문인협회 회장) : "고은 시인으로 더 문제가 확산되고, 문학을 볼모로 하는 그런 집회는 정말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되죠. 그런 말을 좀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의 이주는 없을 거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수원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공식적으로 고은 시인이 ‘떠나시겠다. 뭐 하겠다.’고 한 적이 없거든요. 고은 시인 개인적으로야 자기하고 관계없는 일로 속상하신 가 봐요."

수원시는 일단 주민들과 계속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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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08:36:08
    • 수정2017-06-19 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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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후보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한국 문학계의 큰 별.

바로 고은 시인입니다.

'문인 모시기'에 나선 수원시 측의 삼고초려 끝에 4년 전부터 수원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 문인이 이웃으로 산다고 하면, 주민들 입장에서도 뜻깊은 일일 텐데요.

그런데 수원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주민들 생각은 다릅니다.

고은 시인이 떠나야 한다며, 퇴거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해묵은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의 집을 두고 무슨 일이있는 건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의 광교 저수지 인근 주민들이 고은 시인의 집 인근에 모였습니다.

4년 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한 고은 시인.

그런데 주민들은 고은 시인이 이곳에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2013년 '고은 시인 모시기'에 나섰습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인문학 도시'를 표방 하다 보면 문학관 같은 것도 지어야 하는 목표도 있고, 거기하고 맞아 떨어지고 또 하나는 고은 시인이 평소에 수원 화성하고 정조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어요."

수원시의 거듭된 설득 끝에 경기도 안성에 살던 고은 시인은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수원시는 9억 5천만 원을 들여 광교산 아래 방치돼있던 폐가를 리모델링해 고은 시인에게 제공했습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한 5년 동안 방치돼있던 시설이에요. 산속에 건물 하나 있으니까 누구도 안 가죠. 그거 5년 동안 썩히느니 좋은 시설인데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방법 없을까 하다가…."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고은 시인의 퇴거를 주장할까요.

고은 시인의 집과 3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광교 저수지가 있습니다.

1970년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변 지역의 개발이 제한된 곳입니다.

이용한 씨는 3대 째 이곳에 살며 젖소 농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용한(상광교동 주민) : "몇 대가 살았냐면 3대. 여기에 지금 3대 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50년. 1960년도에 태어나서부터 계속 산 거죠."

1960년대에 지어진 모습 그대로인 농장.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시설을 마음대로 현대화할 수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젖소 농장의 경우 남는 우유를 활용하기 위해 치즈 등으로 우유를 가공해 파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이곳에선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이용한(상광교동 주민) : "요즘 목장 같은 데 보면 자기네들이 다 치즈를 만들어서 가공해서 판매도 해요. 그러나 여기는 상수도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이라 시설을 갖추려 해도 일체 그런 걸 할 수가 없으니까…."

상수원 보호 구역 지정 때문에 수십 년간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상수원 보호 구역 해제가 안 되니까 매년 그때부터 고발당하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 주민들은 세금도 내지만 (불법 건축물로 적발돼) 이행강제금도 내고 고발 조치에 따른 벌금도 내고……."

고은 시인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주민들은 이런 불만이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고은 시인 계신 데가 사실은 생태 둥지관을 만들려고 수원시에서 매입해 놓은 거였어요. 그런데 수도법하고 개발제한구역에 의해서 손을 못 대고 있다가 고은 시인을 모셔 오기 시작하면서 용도 변경을 막 합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 때문에 건물 증축 등의 엄격한 제한을 받았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만 특혜를 제공해 집을 지었다는 겁니다.

수원시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녹취>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된 부서하고 협의를 했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특별히 불법 사항 같은 건 발견되지 않았고 그때 당시에 감사도 받았고 적발된 건 없었거든요."

상수원 보호구역이긴 하지만, 고은 시인의 집을 마련하는 건 모두 법의 테두리 내에서 했다는 게 수원시의 주장입니다.

주민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의 전기세와 경비 시설 등을 지원해주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가스 요금, 공과금까지 내주고 무인 경비 (시스템 관리 비용)까지 다 내주고 있고 그다음에 조경을 했으니까 관리가 필요할 것 아닙니까."

다른 주민들과 형평성에 어긋나고, 수원시가 오히려 상수원 보호 구역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문형(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 : "주민들은 철저하게 규제를 하면서 본인들(수원시)이 정작 오염을 다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법 사항은 저 안(고은 시인 집)에 더 많은데 주민들은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수원시는 주민들의 요구 사항과 고은 시인의 거주 문제는 연관 지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녹취> 수원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수원 보호 구역, 개발 제한 구역 해제해 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것과 관련해서는 환경 정책과에서 주민들하고 접촉하는 거지. 고은 시인 관련해선 그분들하고 접촉할 이유는 없거든요."

이런 논란에 고은 시인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녹취> "(안녕하세요. 혹시 고은 시인 계신가요? 저희가 KBS 방송국인데 잠깐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 해서요.) 지금 또 어디 가셨습니다. 강연가셨어요."

수원 지역 문인 협회에서도 고은 시인이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병두(수원 문인협회 회장) : "고은 시인으로 더 문제가 확산되고, 문학을 볼모로 하는 그런 집회는 정말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되죠. 그런 말을 좀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의 이주는 없을 거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수원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공식적으로 고은 시인이 ‘떠나시겠다. 뭐 하겠다.’고 한 적이 없거든요. 고은 시인 개인적으로야 자기하고 관계없는 일로 속상하신 가 봐요."

수원시는 일단 주민들과 계속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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