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여전히 하늘탓…천수답 언제 극복하나

입력 2017.06.21 (21:20) 수정 2017.06.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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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사태가 심각합니다.

전남과 충남 경기 남부를 포함해 전국의 절반 정도가 붉은색, 심한 가뭄 지역에 포함돼있습니다.

올들어 전국에 내린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번주를 넘기면 모내기도 불가능해 한 해 농사를 망칠 지경입니다.

올해 가뭄이 한반도 대가뭄의 신호탄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한반도엔 38년마다 대 가뭄이 124년마다 극 대가뭄이 찾아오는데 올해는 두 주기가 겹쳐 극 대가뭄 초기에 들어섰단 겁니다.

한계 상황으로 치닫는 가뭄 현장에 이정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가뭄에 마른 땅…이제 한계 상황▼

<리포트>

한 달 전 모내기를 마친 간척지 논입니다.

짠물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새까맣게 썩어버린 어린 모 만큼 농민의 가슴도 타들어갑니다.

서둘러 두 번째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인터뷰> 황선리(농민) : "애타는 마음은 똑같지. 오늘이나 올라나 내일 올라나, 비 와야지 먹지, 못 먹을 것 같아. (이번에) 심은 것도."

지진이라도 난 듯 쩍쩍 갈라진 논바닥, 이곳은 그나마 모내기조차도 못했습니다.

농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모내기를 위해 마련한 모판도 이렇게 누렇게 말라 못쓰게 됐습니다.

<인터뷰> 신상철(충남 태안 소원농협 조합장) : "농심이 찢어진다고 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농민들 마음이. 농사를 지어봐야 쌀값도 제대로 안 나오고 떨어지는 데다 오늘같이 이렇게 가물다 보니까."

겨우 반타작으로 봄 작물 수확을 마친 밭은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다음 작물을 심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인규(농민) : "후작물을 심지를 못하고 있어요. 비가 안 와가지고. 심어놔야 안 나니께. 발아가 안 되니까."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바닷가나 산간 지역은 먹는 물마저 말라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식수차가 생명줄입니다.

<인터뷰> 전숙자(주민) : "한 모금을 안 내버린다니까 얘기할 것도. 그런 가뭄 처음 봐. 하여간. 나이 85세 먹도록 이런 꼴은 처음 봐."

극심한 가뭄에 때 이른 더위까지 찾아오면서 이제 농촌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여전히 하늘 탓…‘천수답’ 언제 극복하나▼

<기자 멘트>

말라가는 저수지로 헬기가 물을 퍼다 나릅니다.

소방차와 군용트럭도 논과 밭으로 출동했습니다.

가뭄이 오면 어김 없이 이런 물 공수 작전이 벌어지지만 해갈은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가뭄이 심각해지자 저수율이 8%대로 떨어진 보령댐 대신 인근 댐에서 물을 끌어쓰겠다고 했지만 이역시 미봉책일 뿐입니다.

해마다 가뭄 해결에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45밀리미터로 전세계 평균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매년 이렇게 가뭄에 시달릴까요?

있는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당량의 물이 버려지거나 새고 있단 얘깁니다.

1년치 빗물 천 3백억 톤중 5백억 톤은 그대로 증발해 사라집니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형이어서 바다로 4백억 톤을 흘려보냅니다.

결국 남은 건 4백억 톤 전체 빗물의 30%만 실생활에 이용되는 겁니다.

가뭄 극복의 열쇠는 바로 이렇게 버려지는 물을 막아 제대로 활용하는데에 있습니다.

한해 누수되는 수돗물 7억 톤만 모아도 보령댐을 다섯번 채울 수 있단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물관리에 새로운 패러다임도 필요합니다.

과학과 기술에 근거한 적극적 물관리 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선 물 관리를 역점 산업군으로 분류해 가뭄에 선제대응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이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세계는 용수확보 전쟁중…우리는 걸음마▼

<리포트>

극심한 가뭄을 겪은 미국 캘리포니아.

수만개의 검은색 공이 저수지로 쏟아집니다.

공으로 저수지의 물을 가려 햇빛에 증발되는 걸 막는 것으로 매년 10억 리터 이상의 물을 아꼈습니다.

물 재활용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이미 사용된 오수를 깨끗한 물로 정화해 농업용수로 쓰고 있습니다.

6년의 가뭄을 물관리 기술로 버텼습니다.

사막국가 이스라엘은 농사를 지을 때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습니다.

식물 뿌리에만 물을 조금씩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출량을 최소화해 용수 효율을 90%대로 높였습니다.

우리도 기술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갈색 오수는 모두 인천공항에서 온 것으로 3단계 처리를 거쳐 1급수 수준으로 정수됩니다.

1년에 5백만 톤이 인천공항 일대에서 재활용됩니다.

<인터뷰> 고준영(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시설처 차장) : "정화된 물을 인천공항에 화장실 용수, 조경 용수로 다시 재공급 하고 있습니다."

물 관리에 사물인터넷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 수요를 파악해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 그러나 아직은 대청도 등지에서만 운영중입니다.

물관리 기술 상당수가 시범운영에 머물고 있거나 활용 지역이 제한적인게 풀어야할 과젭니다.

<인터뷰> 염경택(성균관대학교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 : "어느 수원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 다중 수원을 활용해서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그런 기술이 최근에 (필요하다.)"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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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여전히 하늘탓…천수답 언제 극복하나
    • 입력 2017-06-21 21:24:21
    • 수정2017-06-22 13:44:05
    뉴스 9
<앵커 멘트>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사태가 심각합니다. 전남과 충남 경기 남부를 포함해 전국의 절반 정도가 붉은색, 심한 가뭄 지역에 포함돼있습니다. 올들어 전국에 내린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번주를 넘기면 모내기도 불가능해 한 해 농사를 망칠 지경입니다. 올해 가뭄이 한반도 대가뭄의 신호탄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한반도엔 38년마다 대 가뭄이 124년마다 극 대가뭄이 찾아오는데 올해는 두 주기가 겹쳐 극 대가뭄 초기에 들어섰단 겁니다. 한계 상황으로 치닫는 가뭄 현장에 이정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가뭄에 마른 땅…이제 한계 상황▼ <리포트> 한 달 전 모내기를 마친 간척지 논입니다. 짠물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새까맣게 썩어버린 어린 모 만큼 농민의 가슴도 타들어갑니다. 서둘러 두 번째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인터뷰> 황선리(농민) : "애타는 마음은 똑같지. 오늘이나 올라나 내일 올라나, 비 와야지 먹지, 못 먹을 것 같아. (이번에) 심은 것도." 지진이라도 난 듯 쩍쩍 갈라진 논바닥, 이곳은 그나마 모내기조차도 못했습니다. 농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모내기를 위해 마련한 모판도 이렇게 누렇게 말라 못쓰게 됐습니다. <인터뷰> 신상철(충남 태안 소원농협 조합장) : "농심이 찢어진다고 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농민들 마음이. 농사를 지어봐야 쌀값도 제대로 안 나오고 떨어지는 데다 오늘같이 이렇게 가물다 보니까." 겨우 반타작으로 봄 작물 수확을 마친 밭은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다음 작물을 심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인규(농민) : "후작물을 심지를 못하고 있어요. 비가 안 와가지고. 심어놔야 안 나니께. 발아가 안 되니까."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바닷가나 산간 지역은 먹는 물마저 말라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식수차가 생명줄입니다. <인터뷰> 전숙자(주민) : "한 모금을 안 내버린다니까 얘기할 것도. 그런 가뭄 처음 봐. 하여간. 나이 85세 먹도록 이런 꼴은 처음 봐." 극심한 가뭄에 때 이른 더위까지 찾아오면서 이제 농촌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여전히 하늘 탓…‘천수답’ 언제 극복하나▼ <기자 멘트> 말라가는 저수지로 헬기가 물을 퍼다 나릅니다. 소방차와 군용트럭도 논과 밭으로 출동했습니다. 가뭄이 오면 어김 없이 이런 물 공수 작전이 벌어지지만 해갈은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가뭄이 심각해지자 저수율이 8%대로 떨어진 보령댐 대신 인근 댐에서 물을 끌어쓰겠다고 했지만 이역시 미봉책일 뿐입니다. 해마다 가뭄 해결에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45밀리미터로 전세계 평균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매년 이렇게 가뭄에 시달릴까요? 있는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당량의 물이 버려지거나 새고 있단 얘깁니다. 1년치 빗물 천 3백억 톤중 5백억 톤은 그대로 증발해 사라집니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형이어서 바다로 4백억 톤을 흘려보냅니다. 결국 남은 건 4백억 톤 전체 빗물의 30%만 실생활에 이용되는 겁니다. 가뭄 극복의 열쇠는 바로 이렇게 버려지는 물을 막아 제대로 활용하는데에 있습니다. 한해 누수되는 수돗물 7억 톤만 모아도 보령댐을 다섯번 채울 수 있단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물관리에 새로운 패러다임도 필요합니다. 과학과 기술에 근거한 적극적 물관리 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선 물 관리를 역점 산업군으로 분류해 가뭄에 선제대응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이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세계는 용수확보 전쟁중…우리는 걸음마▼ <리포트> 극심한 가뭄을 겪은 미국 캘리포니아. 수만개의 검은색 공이 저수지로 쏟아집니다. 공으로 저수지의 물을 가려 햇빛에 증발되는 걸 막는 것으로 매년 10억 리터 이상의 물을 아꼈습니다. 물 재활용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이미 사용된 오수를 깨끗한 물로 정화해 농업용수로 쓰고 있습니다. 6년의 가뭄을 물관리 기술로 버텼습니다. 사막국가 이스라엘은 농사를 지을 때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습니다. 식물 뿌리에만 물을 조금씩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출량을 최소화해 용수 효율을 90%대로 높였습니다. 우리도 기술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갈색 오수는 모두 인천공항에서 온 것으로 3단계 처리를 거쳐 1급수 수준으로 정수됩니다. 1년에 5백만 톤이 인천공항 일대에서 재활용됩니다. <인터뷰> 고준영(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시설처 차장) : "정화된 물을 인천공항에 화장실 용수, 조경 용수로 다시 재공급 하고 있습니다." 물 관리에 사물인터넷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 수요를 파악해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 그러나 아직은 대청도 등지에서만 운영중입니다. 물관리 기술 상당수가 시범운영에 머물고 있거나 활용 지역이 제한적인게 풀어야할 과젭니다. <인터뷰> 염경택(성균관대학교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 : "어느 수원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 다중 수원을 활용해서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그런 기술이 최근에 (필요하다.)"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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