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70대도 창업…이스라엘 ‘황혼 창업’의 비결은?

입력 2017.07.22 (21:47) 수정 2017.07.22 (22: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창업에서 중요한 건 창업가의 나이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 그리고 문화의 문제다" 창업가의 천국이라는 이스라엘의 한 창업가가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창업 지원 때 나이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층이나 은퇴한 노년층을 귀한 자원으로 여기는데요,

'황혼 벤처 창업'이 가능한 비결, 이스라엘에서 정새배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아 장난감처럼 생긴 도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는 도구에 달걀을 집어넣더니 별안간 장난이라도 치는 듯 도구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달걀을 깨트려 봤더니 놀랍게도 흰자와 노른자가 완벽하게 섞였습니다.

그대로 삶아 보니 노른자도 흰자도 보이지 않는 황금색 달걀이 나타납니다.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서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흰자와 노른자를 섞는 도구.

이 마법과도 같은 도구를 만들어 낸 주인공은 바로 할아버지들입니다.

가장 젊은 사람이 올해로 68살.

손자, 손녀들이 달걀노른자를 먹지 않는 걸 보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삭 엘다(73세) : "아이들이 달걀노른자를 먹는 걸 꺼리기 때문에 이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섞인 달걀은 매우 좋아하죠. 달걀의 모든 비타민과 영양소는 노른자에 있는 걸요."

그렇다고 심심풀이로 개발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이렇게 간단한 장난감 같은 기계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 원리를 개발하는 데 무려 4년이나 걸릴 정도로 개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삭 엘다(73세) : "벤처기업에서는 모든 일을 아주 적은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죠. 하지만 이때까지 쌓아온 경험과 기술들이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 다른 개발자인 에이나브 씨는 이미 이스라엘 벤처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입니다.

20년 전인 1997년, 자신의 첫 벤처기업을 우리 돈으로 약 7천7백억 원을 받고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벤처 업계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그에게 창업 비결을 묻자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합니다.

<인터뷰> 로니 A. 에이나브 : "(이스라엘에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레비 씨는 창업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창업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지금 개발 중인 것은 기존의 유통기한 표기법을 대신해 음식이나 화장품 등의 실제 신선도를 보여줄 수 있는 스티커.

<인터뷰> 요아브 레비 : "기존 표기 방식은 아무 의미가 없죠. 상품이 실제로 보관되는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이 스티커는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졌던 레비 씨는 마침내 맥도날드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시장에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만일 이스라엘이 아니었다면 창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인터뷰> 요아브 레비 : "창업에서 중요한 건 창업가의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창업가를 돕는 문화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문화의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에서의 창업,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선천성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란센버그 씨.

해외 출장 때마다 비행기에서 휠체어를 싣고 내리는 데 불편을 겪어오다 직접 이동수단 개발에 나섰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이 스쿠터.

간편하게 접을 수 있고 기내 선반에도 쉽게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줄어듭니다.

<인터뷰> 니노 란센버그 : "(공항에서) 전동 스쿠터가 나오길 기다리다 보니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싶었어요.그래서 저를 위한 전동 스쿠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란센버그 씨도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이를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창업 펀드로부터 필요한 돈을 수혈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스쿠터는 개발에서 완성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만약 그동안 적절한 투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은 제품이 있어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는 창업자들에게 종잣돈을 제공한 뒤, 성공한 기업으로부터는 투자금의 3배를 돌려받지만 실패한 기업에서는 한 푼도 돌려받지 않습니다.

투자로 얻은 이익을 계속해서 창업 기업에 지원하는 이스라엘만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 있는 겁니다.

지난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조성한 '요즈마 펀드'는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 차원의 '펀드'입니다.

이스라엘 밖에선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낸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 어르신들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업 지원을 넘어 노년 세대의 값진 경험을 젊은 세대로 전수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를 마련한다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갈 에를리히(요즈마 펀드 회장) : "나이든 사람들은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죠. 이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창업에 도전하는 이스라엘.

황혼 창업이 노년층에 새로운 활기를 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정새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현장] 70대도 창업…이스라엘 ‘황혼 창업’의 비결은?
    • 입력 2017-07-22 22:22:40
    • 수정2017-07-22 22:38:3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창업에서 중요한 건 창업가의 나이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 그리고 문화의 문제다" 창업가의 천국이라는 이스라엘의 한 창업가가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창업 지원 때 나이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층이나 은퇴한 노년층을 귀한 자원으로 여기는데요,

'황혼 벤처 창업'이 가능한 비결, 이스라엘에서 정새배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아 장난감처럼 생긴 도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는 도구에 달걀을 집어넣더니 별안간 장난이라도 치는 듯 도구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달걀을 깨트려 봤더니 놀랍게도 흰자와 노른자가 완벽하게 섞였습니다.

그대로 삶아 보니 노른자도 흰자도 보이지 않는 황금색 달걀이 나타납니다.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서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흰자와 노른자를 섞는 도구.

이 마법과도 같은 도구를 만들어 낸 주인공은 바로 할아버지들입니다.

가장 젊은 사람이 올해로 68살.

손자, 손녀들이 달걀노른자를 먹지 않는 걸 보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삭 엘다(73세) : "아이들이 달걀노른자를 먹는 걸 꺼리기 때문에 이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섞인 달걀은 매우 좋아하죠. 달걀의 모든 비타민과 영양소는 노른자에 있는 걸요."

그렇다고 심심풀이로 개발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이렇게 간단한 장난감 같은 기계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 원리를 개발하는 데 무려 4년이나 걸릴 정도로 개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삭 엘다(73세) : "벤처기업에서는 모든 일을 아주 적은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죠. 하지만 이때까지 쌓아온 경험과 기술들이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 다른 개발자인 에이나브 씨는 이미 이스라엘 벤처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입니다.

20년 전인 1997년, 자신의 첫 벤처기업을 우리 돈으로 약 7천7백억 원을 받고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벤처 업계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그에게 창업 비결을 묻자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합니다.

<인터뷰> 로니 A. 에이나브 : "(이스라엘에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레비 씨는 창업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창업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지금 개발 중인 것은 기존의 유통기한 표기법을 대신해 음식이나 화장품 등의 실제 신선도를 보여줄 수 있는 스티커.

<인터뷰> 요아브 레비 : "기존 표기 방식은 아무 의미가 없죠. 상품이 실제로 보관되는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이 스티커는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졌던 레비 씨는 마침내 맥도날드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시장에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만일 이스라엘이 아니었다면 창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인터뷰> 요아브 레비 : "창업에서 중요한 건 창업가의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창업가를 돕는 문화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문화의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에서의 창업,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선천성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란센버그 씨.

해외 출장 때마다 비행기에서 휠체어를 싣고 내리는 데 불편을 겪어오다 직접 이동수단 개발에 나섰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이 스쿠터.

간편하게 접을 수 있고 기내 선반에도 쉽게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줄어듭니다.

<인터뷰> 니노 란센버그 : "(공항에서) 전동 스쿠터가 나오길 기다리다 보니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싶었어요.그래서 저를 위한 전동 스쿠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란센버그 씨도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이를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창업 펀드로부터 필요한 돈을 수혈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스쿠터는 개발에서 완성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만약 그동안 적절한 투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은 제품이 있어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는 창업자들에게 종잣돈을 제공한 뒤, 성공한 기업으로부터는 투자금의 3배를 돌려받지만 실패한 기업에서는 한 푼도 돌려받지 않습니다.

투자로 얻은 이익을 계속해서 창업 기업에 지원하는 이스라엘만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 있는 겁니다.

지난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조성한 '요즈마 펀드'는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 차원의 '펀드'입니다.

이스라엘 밖에선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낸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 어르신들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업 지원을 넘어 노년 세대의 값진 경험을 젊은 세대로 전수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를 마련한다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갈 에를리히(요즈마 펀드 회장) : "나이든 사람들은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죠. 이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창업에 도전하는 이스라엘.

황혼 창업이 노년층에 새로운 활기를 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정새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