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치위생사가 의사 고용…무자격 불법 시술

입력 2017.07.26 (08:34) 수정 2017.07.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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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치아가 좋지 않은 중장년층들이 한번쯤 고민하는 게 임플란트 시술일텐데요.

치아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하는 비싼 비용이 부담입니다.

그런데 이 임플란트를 반 값에 해준다는 치과가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SNS 등으로 홍보를 하며 손님을 끌어 모았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시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비용보다 더 큰 문제, 부작용도 속출했습니다.

병원장이라며 각종 시술을 해준 치과 의사는 알고보니 의사 면허가 없는 치위생사였습니다.

치위생사가 어떻게 번듯한 치과를 차리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박 모 씨.

큰마음을 먹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지만, 부작용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우리 딸이 ‘엄마 이제 임플란트했으니까 좀 씹어 먹어봐.’라며 고기를 사주는데 씹지도 뜯지도 (못했어요.) 통증만 있고 이가 흔들려요. 그리고 자꾸 볼이 씹혀요.”

어금니 4개가 빠져 음식물 삼키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임플란트 비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시술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솔깃한 광고를 보게 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추첨(하는 이벤트인데) 개당 45만 원 이러니까 또 혹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지원하고 연락처하고 이름을 남겼는데 한 이틀도 안 돼서 연락이 왔어요.”

임플란트 하나에 45만 원, 시중 가격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가격에 추가 비용까지 없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곧장 서울 강남에 있는 치과로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한 개만 45만 원이고 그다음 2개째부터는 75만 원인가 그랬어요. 임플란트만 하러 간 건데 앞니가 약간 덧니예요. 이가 뾰족하니까 갈아서 덧씌우는 거 하고, 나중에 치석 제거하고, 미백하고 다 해주겠다. 그러다 보니까 비용이 450만 원까지 계속 올라간 거예요.”

상담을 받을수록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치솟았지만, 박 씨는 이번 기회에 치과 치료를 제대로 받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임플란트부터 치아 보정 등 여러 가지 치과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박 씨를 치료한 건 병원장이라는 42살 한 모 씨였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여자분은 누구냐고 하니깐 원장이라고 그랬던 거 같아요. 원장이라고 와서 계속 시술하니깐 원장인 줄 알았죠.”

그런데 임플란트 시술 전에 신경 치료를 받을 때부터 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신경 치료받은) 그 날 저녁에 너무 아픈 거예요. 저도 애를 몇 낳았지만, 애 낳을 때보다 더 아픈 거예요. 그래서 온 방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도저히 안 돼서 병원에 전화했죠. 그랬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통증이 진정되고, 그 후 1년에 걸쳐 어금니 4개를 박는 임플란트 시술을 모두 마쳤지만, 치아에 문제가 계속 생겼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어금니는 자꾸 잇몸에 이물질이 낀 것 같고, 음식물이 낀 것 같아서 자꾸 치간칫솔로 계속 쑤시게 되는 거예요. 피가 나올 때까지. 동네 치과에 가서 물어보니까 임플란트가 잇몸 살을 누르고 있어서 그렇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시술을 받은 병원에 수차례 항의를 해봤지만, 기분 탓이지 시술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경찰이 사진 한 장을 들고 박 씨를 찾아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경찰이) 저한테 사진을 보내준 거예요. 여자 원장님이라고 그랬더니 의료 면허가 없다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병원장이라며 박 씨를 치료했던 한 씨.

사실은 치과 의사 면허가 없었습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 “여기 대표로 계시는 분이기 때문에 영장을 제시하는 거고요.”

브로커를 통해 은퇴한 6-70대 치과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한 한 씨.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에겐 한 달에 3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3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2015년 6월 서울 강남에 병원을 개업한 한 씨는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고가의 치과 시술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치해 왔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싸게 임플란트를 해준다. 싸게 교정 치료를 해준다고 과대 광고해서 사람을 모으고 간단한 치료를 좀 부풀려서 치료해서 치료비를 더 받고..."

개업 3개월 만에 서울 명동에 치과를 하나 더 열 정도로 환자들이 몰렸습니다.

2년 동안 한 씨가 두 병원에서 벌어들인 돈은 50억 원 규모.

현금으로 받은 치료비를 포함하면 부당 이득은 더 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치과 의사처럼 자연스럽게 각종 시술에 손을 댄 한 씨의 정체는 치위생사였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1995년도에 아마 치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아요. 병원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일했기 때문에 어깨너머로.....”

20년 동안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불법 시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강남에서 의사 면허도 없는 사람이 진료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신경치료를 잘못했던 그때가 생각이 나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 씨에게 임플란트 불법 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한 건 박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임플란트가 코 안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의료 사고부터, 잇몸이 함몰돼 광대뼈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해당 치과에선 X-ray 촬영도 무자격자가 하는 등 무면허 의료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임플란트 시술을 하다가 얼굴 앞면에 뽑은 이가 파고 들어가서 그걸 성형외과에서 다시 빼내는 이런 치료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된 적이 있던 한 씨.

경찰은 한 씨를 구속하고 명의를 빌려준 치과 의사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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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치위생사가 의사 고용…무자격 불법 시술
    • 입력 2017-07-26 08:35:18
    • 수정2017-07-26 09: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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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치아가 좋지 않은 중장년층들이 한번쯤 고민하는 게 임플란트 시술일텐데요.

치아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하는 비싼 비용이 부담입니다.

그런데 이 임플란트를 반 값에 해준다는 치과가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SNS 등으로 홍보를 하며 손님을 끌어 모았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시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비용보다 더 큰 문제, 부작용도 속출했습니다.

병원장이라며 각종 시술을 해준 치과 의사는 알고보니 의사 면허가 없는 치위생사였습니다.

치위생사가 어떻게 번듯한 치과를 차리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박 모 씨.

큰마음을 먹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지만, 부작용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우리 딸이 ‘엄마 이제 임플란트했으니까 좀 씹어 먹어봐.’라며 고기를 사주는데 씹지도 뜯지도 (못했어요.) 통증만 있고 이가 흔들려요. 그리고 자꾸 볼이 씹혀요.”

어금니 4개가 빠져 음식물 삼키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임플란트 비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시술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솔깃한 광고를 보게 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추첨(하는 이벤트인데) 개당 45만 원 이러니까 또 혹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지원하고 연락처하고 이름을 남겼는데 한 이틀도 안 돼서 연락이 왔어요.”

임플란트 하나에 45만 원, 시중 가격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가격에 추가 비용까지 없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곧장 서울 강남에 있는 치과로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한 개만 45만 원이고 그다음 2개째부터는 75만 원인가 그랬어요. 임플란트만 하러 간 건데 앞니가 약간 덧니예요. 이가 뾰족하니까 갈아서 덧씌우는 거 하고, 나중에 치석 제거하고, 미백하고 다 해주겠다. 그러다 보니까 비용이 450만 원까지 계속 올라간 거예요.”

상담을 받을수록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치솟았지만, 박 씨는 이번 기회에 치과 치료를 제대로 받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임플란트부터 치아 보정 등 여러 가지 치과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박 씨를 치료한 건 병원장이라는 42살 한 모 씨였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여자분은 누구냐고 하니깐 원장이라고 그랬던 거 같아요. 원장이라고 와서 계속 시술하니깐 원장인 줄 알았죠.”

그런데 임플란트 시술 전에 신경 치료를 받을 때부터 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신경 치료받은) 그 날 저녁에 너무 아픈 거예요. 저도 애를 몇 낳았지만, 애 낳을 때보다 더 아픈 거예요. 그래서 온 방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도저히 안 돼서 병원에 전화했죠. 그랬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통증이 진정되고, 그 후 1년에 걸쳐 어금니 4개를 박는 임플란트 시술을 모두 마쳤지만, 치아에 문제가 계속 생겼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어금니는 자꾸 잇몸에 이물질이 낀 것 같고, 음식물이 낀 것 같아서 자꾸 치간칫솔로 계속 쑤시게 되는 거예요. 피가 나올 때까지. 동네 치과에 가서 물어보니까 임플란트가 잇몸 살을 누르고 있어서 그렇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시술을 받은 병원에 수차례 항의를 해봤지만, 기분 탓이지 시술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경찰이 사진 한 장을 들고 박 씨를 찾아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경찰이) 저한테 사진을 보내준 거예요. 여자 원장님이라고 그랬더니 의료 면허가 없다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병원장이라며 박 씨를 치료했던 한 씨.

사실은 치과 의사 면허가 없었습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 “여기 대표로 계시는 분이기 때문에 영장을 제시하는 거고요.”

브로커를 통해 은퇴한 6-70대 치과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한 한 씨.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에겐 한 달에 3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3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2015년 6월 서울 강남에 병원을 개업한 한 씨는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고가의 치과 시술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유치해 왔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싸게 임플란트를 해준다. 싸게 교정 치료를 해준다고 과대 광고해서 사람을 모으고 간단한 치료를 좀 부풀려서 치료해서 치료비를 더 받고..."

개업 3개월 만에 서울 명동에 치과를 하나 더 열 정도로 환자들이 몰렸습니다.

2년 동안 한 씨가 두 병원에서 벌어들인 돈은 50억 원 규모.

현금으로 받은 치료비를 포함하면 부당 이득은 더 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치과 의사처럼 자연스럽게 각종 시술에 손을 댄 한 씨의 정체는 치위생사였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1995년도에 아마 치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아요. 병원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일했기 때문에 어깨너머로.....”

20년 동안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불법 시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강남에서 의사 면허도 없는 사람이 진료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신경치료를 잘못했던 그때가 생각이 나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 씨에게 임플란트 불법 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호소한 건 박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임플란트가 코 안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의료 사고부터, 잇몸이 함몰돼 광대뼈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해당 치과에선 X-ray 촬영도 무자격자가 하는 등 무면허 의료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임플란트 시술을 하다가 얼굴 앞면에 뽑은 이가 파고 들어가서 그걸 성형외과에서 다시 빼내는 이런 치료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된 적이 있던 한 씨.

경찰은 한 씨를 구속하고 명의를 빌려준 치과 의사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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