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한반도] 北, UFG 기간 ‘韓‧美‧日 위협’ 미사일 도발

입력 2017.09.02 (07:50) 수정 2017.09.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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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다,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 주 일본 열도를 넘기며 태평양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나눈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확실한 압박 수단도, 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흐르다가 결국 북한의 핵 인질이 될 것이란 우려는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북한의 계속된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짚어봤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북한 당국은 발사 장면을 다섯 차례나 반복해 보여줬습니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수백 미터 떨어진 활주로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미사일은 고도 550km까지 올라가며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가로질러 2,700km를 비행한 뒤, 북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졌습니다. 국방부는 화성-12형이 최대 사거리의 절반 정도를 날아갔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성-12형의 추정 사거리는 5천km.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면 약 3,500km 거리인 미국령 괌도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북한은 태평양을 향한 추가 도발도 공언했습니다.

<녹취> "(김정은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하시면서..."

미군 군사기지는 물론 일본까지 위협하며 주변국들의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인터뷰>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 "특히 이번 발사의 의미는 화성-12형 미사일 자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발사가 아니라 실제 실전상황에서 발사하는 것을 묘사해 본 실전훈련이라는데 의미가 있고, 이 과정에서 괌 포위파격에 첫 관문이 될 수 있는 일본상공 통과라는 것을 실제 구현했다라고 하는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사일 궤적을 의도적으로 보여줬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과거엔 이른바 고각 발사를 하면서 미사일이 가까운 동해에 떨어져 궤적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직진하는 레이더 전파가 미사일을 끝까지 추적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반대로 미사일이 낙하할 때 미사일이 보내는 원격 신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녹취>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 : "중계선이나 중계위성을 띄워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대북제재를 통해서 선박의 군사적 활동도 어려워질 것이고 당장 위성을 띄울 수도 없기 때문에 그런 제한점이 발생한 겁니다."

갑자기 검은 화면으로 바뀌더니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TV 방송. 북한 미사일 발사 5분 후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이 발동됐고, 홋카이도 등 일본 동북부 12개현에 피난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녹취> "이 지역 상공을 (북한) 미사일이 통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미사일이 머리 위를 지나간 일본은 초비상이었습니다.

<녹취> 日 홋카이도 주민 : "방재 경보가 울리고, 휴대전화도 베개 옆에 뒀는데 큰 소리로 경보음을 내기 시작해서 깜짝 놀랐어요."

미사일 발사 5분 여 만인 6시 2분 관련지역에 경보 발령, 미사일이 상공을 넘어간 6시 14분에는 통과 사실 전파. 16분에는 미사일 통과 시간까지 공표하고 낙하 위치도 공개했습니다.

발사 전 과정을 생중계하듯 신속 대응한 겁니다. 아베 총리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의 행위가 폭거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아베(일본 총리) : "북한에 강한 압력을 가해 그들이 정책을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괌 포위 사격을 유보한 듯하자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연이틀 통화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백악관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선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대화는 답이 아니라며 대화 무용론까지 거론했습니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북한은 방어 차원이었다고 강변했습니다.

<녹취> 한대성(북한 제네바 대사) : "북한은 핵능력으로 인한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입니다. 미국이 핵동결을 유지하거나 북한의 바로 앞마당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추가 제재에 대한 예고는 없었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주로 채택해온 언론 성명보다는 격이 높은 것인데요.

대북 추가 제재를 요구한 미국, 일본 등 서방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가 타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가 강원도 상공에 출격하더니, 북한 지휘부 벙커 타격에 동원되는 폭탄 8발을 떨어뜨립니다.

우리 군에 이어 미군도 B1-B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기를 처음으로 동시에 한반도에 전개해 폭격 훈련을 했습니다.

북한의 화성-12형 도발에 대응한 한미 양국의 무력 시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극한까지 높이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녹취> 박수현(청와대 대변인) :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대책이 담긴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추진할 것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이 같은 대응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우리 군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이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하면 이를 요격하는 동시에 전투기 탑재 폭탄 등 전술 핵무기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북한에 핵개발 용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반론 등 때문에 정부는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북한의 핵 위협 상황에서 전술핵 문제는 언급 자체로 적잖은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UFG 연습 기간인 지난달 25일, 서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겨냥한 가상 점령 훈련을 했습니다.

<녹취> "(김정은이)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다음 날에는 북한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하며 대남 도발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청와대 첫 발표와 미국측 분석이 엇갈리며 논란을 낳았습니다.

도발 당일 청와대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미군은 단거리미사일로 추정했습니다.

결국 단거리미사일로 결론이 나자 한미 간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대화 기류를 의식해 북한 도발의 의미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녹취> 정진석(자유한국당 의원) : "왜 청와대는 탄도미사일을 방사포라고 우기는 거예요? 미사일을 보고 대포라고 우기는 것 아니에요, 그게."

<녹취>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는 이것이 보기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거 아니냐'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통상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이 같이 데이터를 종합분석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국방부도 아니고 청와대에서 먼저 이것은 미사일실험이 아니라 새로 개량된 300mm 방사포 실험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 대화기조를 망치는 이런 결정적인 사건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으려는 그런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좀 이런 대국민 메시지로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등을 계기로 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 탄도 미사일 등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기술적 수순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 "화성12형은 괌 타격을 위한 수단이라고 북한이 확정을 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발사를 했다면 그 다음은 괌 인근지역까지도 발사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SLBM이나 혹은 신형 고체연료 ICBM 등 다양한 투발수단에 대한 시험발사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 군의 연례적인 연합 훈련인 UFG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그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증원됐던 미군 3천여 명도 순차적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UFG 연습 기간, 단거리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던 북한이 향후 또 다른 군사적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UFG 훈련 기간을 북한의 큰 도발 없이 무사히 넘긴 뒤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겠다는 기대를 드러내왔습니다.

<녹취> 강경화(외교부 장관) : "10·4선언 10주년이나, 북한의 10‧10 당 창건일까지 상황을 잘 관리한다면 비핵화 대화를 위한 외교가 작동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규탄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도발을 이어가자 이 같은 기대는 빛이 바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다음 주 한러 정상회담과 이달 중순 문대통령의 유엔 외교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결 의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임스 매티스(美 국방장관) :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한미 양국은 계속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인터뷰>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이럴 때일수록 조급하게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어떤 언사에 너무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그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자산을 확보해야 되는가? 어떤 큰 로드맵을 가지고 주변 국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오히려 생각할 때라고 봅니다. 마음이 급할수록 또 위기가 시급할수록 더 넓게 보고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 시계는 종착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연이틀 정상 통화로 과시한 심상치 않은 미일 공조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해결 기미가 없는 대중 사드 문제.

대한민국 외교 앞에 놓인 험로의 끝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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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 한반도] 北, UFG 기간 ‘韓‧美‧日 위협’ 미사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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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9-02 08: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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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다,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 주 일본 열도를 넘기며 태평양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나눈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확실한 압박 수단도, 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흐르다가 결국 북한의 핵 인질이 될 것이란 우려는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는데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북한의 계속된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짚어봤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북한 당국은 발사 장면을 다섯 차례나 반복해 보여줬습니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수백 미터 떨어진 활주로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미사일은 고도 550km까지 올라가며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가로질러 2,700km를 비행한 뒤, 북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졌습니다. 국방부는 화성-12형이 최대 사거리의 절반 정도를 날아갔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성-12형의 추정 사거리는 5천km.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면 약 3,500km 거리인 미국령 괌도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북한은 태평양을 향한 추가 도발도 공언했습니다.

<녹취> "(김정은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하시면서..."

미군 군사기지는 물론 일본까지 위협하며 주변국들의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인터뷰>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 "특히 이번 발사의 의미는 화성-12형 미사일 자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발사가 아니라 실제 실전상황에서 발사하는 것을 묘사해 본 실전훈련이라는데 의미가 있고, 이 과정에서 괌 포위파격에 첫 관문이 될 수 있는 일본상공 통과라는 것을 실제 구현했다라고 하는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사일 궤적을 의도적으로 보여줬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과거엔 이른바 고각 발사를 하면서 미사일이 가까운 동해에 떨어져 궤적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직진하는 레이더 전파가 미사일을 끝까지 추적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반대로 미사일이 낙하할 때 미사일이 보내는 원격 신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녹취>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 : "중계선이나 중계위성을 띄워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대북제재를 통해서 선박의 군사적 활동도 어려워질 것이고 당장 위성을 띄울 수도 없기 때문에 그런 제한점이 발생한 겁니다."

갑자기 검은 화면으로 바뀌더니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TV 방송. 북한 미사일 발사 5분 후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이 발동됐고, 홋카이도 등 일본 동북부 12개현에 피난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녹취> "이 지역 상공을 (북한) 미사일이 통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미사일이 머리 위를 지나간 일본은 초비상이었습니다.

<녹취> 日 홋카이도 주민 : "방재 경보가 울리고, 휴대전화도 베개 옆에 뒀는데 큰 소리로 경보음을 내기 시작해서 깜짝 놀랐어요."

미사일 발사 5분 여 만인 6시 2분 관련지역에 경보 발령, 미사일이 상공을 넘어간 6시 14분에는 통과 사실 전파. 16분에는 미사일 통과 시간까지 공표하고 낙하 위치도 공개했습니다.

발사 전 과정을 생중계하듯 신속 대응한 겁니다. 아베 총리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의 행위가 폭거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아베(일본 총리) : "북한에 강한 압력을 가해 그들이 정책을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괌 포위 사격을 유보한 듯하자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연이틀 통화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백악관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선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대화는 답이 아니라며 대화 무용론까지 거론했습니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북한은 방어 차원이었다고 강변했습니다.

<녹취> 한대성(북한 제네바 대사) : "북한은 핵능력으로 인한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입니다. 미국이 핵동결을 유지하거나 북한의 바로 앞마당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추가 제재에 대한 예고는 없었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주로 채택해온 언론 성명보다는 격이 높은 것인데요.

대북 추가 제재를 요구한 미국, 일본 등 서방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가 타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가 강원도 상공에 출격하더니, 북한 지휘부 벙커 타격에 동원되는 폭탄 8발을 떨어뜨립니다.

우리 군에 이어 미군도 B1-B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기를 처음으로 동시에 한반도에 전개해 폭격 훈련을 했습니다.

북한의 화성-12형 도발에 대응한 한미 양국의 무력 시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극한까지 높이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녹취> 박수현(청와대 대변인) :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대책이 담긴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추진할 것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이 같은 대응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우리 군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이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하면 이를 요격하는 동시에 전투기 탑재 폭탄 등 전술 핵무기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북한에 핵개발 용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반론 등 때문에 정부는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북한의 핵 위협 상황에서 전술핵 문제는 언급 자체로 적잖은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UFG 연습 기간인 지난달 25일, 서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겨냥한 가상 점령 훈련을 했습니다.

<녹취> "(김정은이)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다음 날에는 북한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하며 대남 도발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청와대 첫 발표와 미국측 분석이 엇갈리며 논란을 낳았습니다.

도발 당일 청와대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미군은 단거리미사일로 추정했습니다.

결국 단거리미사일로 결론이 나자 한미 간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대화 기류를 의식해 북한 도발의 의미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녹취> 정진석(자유한국당 의원) : "왜 청와대는 탄도미사일을 방사포라고 우기는 거예요? 미사일을 보고 대포라고 우기는 것 아니에요, 그게."

<녹취>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는 이것이 보기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거 아니냐'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통상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이 같이 데이터를 종합분석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국방부도 아니고 청와대에서 먼저 이것은 미사일실험이 아니라 새로 개량된 300mm 방사포 실험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 대화기조를 망치는 이런 결정적인 사건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으려는 그런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좀 이런 대국민 메시지로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 등을 계기로 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 탄도 미사일 등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기술적 수순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 "화성12형은 괌 타격을 위한 수단이라고 북한이 확정을 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발사를 했다면 그 다음은 괌 인근지역까지도 발사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SLBM이나 혹은 신형 고체연료 ICBM 등 다양한 투발수단에 대한 시험발사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 군의 연례적인 연합 훈련인 UFG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그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증원됐던 미군 3천여 명도 순차적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UFG 연습 기간, 단거리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던 북한이 향후 또 다른 군사적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UFG 훈련 기간을 북한의 큰 도발 없이 무사히 넘긴 뒤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겠다는 기대를 드러내왔습니다.

<녹취> 강경화(외교부 장관) : "10·4선언 10주년이나, 북한의 10‧10 당 창건일까지 상황을 잘 관리한다면 비핵화 대화를 위한 외교가 작동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규탄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도발을 이어가자 이 같은 기대는 빛이 바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다음 주 한러 정상회담과 이달 중순 문대통령의 유엔 외교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결 의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임스 매티스(美 국방장관) :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한미 양국은 계속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인터뷰> 봉영식(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 "이럴 때일수록 조급하게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어떤 언사에 너무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그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자산을 확보해야 되는가? 어떤 큰 로드맵을 가지고 주변 국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오히려 생각할 때라고 봅니다. 마음이 급할수록 또 위기가 시급할수록 더 넓게 보고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 시계는 종착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연이틀 정상 통화로 과시한 심상치 않은 미일 공조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해결 기미가 없는 대중 사드 문제.

대한민국 외교 앞에 놓인 험로의 끝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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