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평창’ 교류 가동한 南北…‘평창’ 이후 보는 美

입력 2018.01.20 (07:49) 수정 2018.01.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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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발표 이후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남북의 사전점검단도 오갈 예정입니다.

스포츠 선수들과 예술단이 서로 오가면서 남북간 막혔던 육로도 다시 열리게 됐는데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는 재개됐지만, 올림픽 이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감지됩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합의한 교류 방안과 그에 따른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11시간 동안의 거듭된 조율 끝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세부 내용에 남북이 합의하는 순간입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개막식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북한의 4종목 참가, 북측 230여명 응원단과 함께 하는 남북 공동 응원에 합의했습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 30여명은 서울과 평창에서 시범공연을 합니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하고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엽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남측 수석대표 : "마식령 스키장에 가는 우리 측 선수들은 일단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닌, 우리 스키협회에서 역량이 있는 그런 선수들을 중심으로 파견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방남은 물론 방북도 이뤄지는 겁니다. 이동 경로도 정해졌습니다.

[전종수/조평통 부위원장/북측 수석대표 :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은 서해선 육로를 이용하여 왕래한다."]

북측 선수단 등이 개성공단을 오가던 경의선을 이용하고, 금강산 문화 행사는 동해선으로 갑니다.

여기에 북측 예술단은 판문점으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남북 간 3개 육로를 모두 복원하는 겁니다.

북한이 평창 패럴림픽에도 150여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평창을 찾는 북한 대표단은 6백 명 안팎이 될 전망입니다.

당초 경기 출전권도 포기하던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대규모 올림픽 대표단 파견으로 급전환한 겁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이번에 대규모의 방한단을 보내서 모든 한국과 세계의 언론시각을 바로 거기에 쏠리게 함으로써 일종의 평창올림픽을 준비한 거는 대한민국이지만 평창올림픽을 진행하고 그것을 성과적으로 개최하게 하는 것은 북한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미국 만화 영화 주인공들이 배경에 등장하고, 영화 테마 음악이 연주됩니다.

김정일의 음악 대중화 지침에 따라 2009년 출범한 삼지연 악단입니다.

남북은 140명 규모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내려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기존 삼지연 악단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예술단 특유의 정치색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北 노래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 "위대한 김정은 동지 김정은의 친위 예술단인 모란봉 악단이 과거 베이징에서 공연을 하려다 체제 선전 내용이 갈등을 빚자 철수해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우리 제기할 거는 아마 정치적 색채를 배제를 하랄 겁니다. 그런데 이제 북한도 8,90%는 맞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요, 양산도, 도라지타령 이런 것을 하고 아마 팝송 같은 것도 하겠죠. 그렇지만 그것만 하고 간다면 북한 예술단이 아니겠죠. 북한이 그냥 아리랑만 아니면 민요만 부르다 갈까..."]

[北 노래 ‘준마처녀’ :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가수 출신으로 모란봉 악단을 이끈 현송월.

지난 해 북한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도 임명됐습니다.

북측 수석대표가 현송월과 눈빛을 교환한 뒤에야 남측에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현송월의 위상은 남북 실무접촉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남북 회담 과정에서 북측은 예술단 파견을 먼저 다루자고 역제안을 하고, 실무접촉 대표 수를 예고 없이 늘리기도 했습니다.

회담 전후로 관영 매체를 일제히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난하고

[조선중앙TV/지난 14일 :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가을뻐꾸기 같은 수작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평창올림픽 참가를 뒤집을 수 있다며 남측 정부와 언론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14일 :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한으로서 자신들의 관영 매체를 통해서 협상력을 제고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나와서 협상을 하고 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공격하면서 일종의 외곽 때리기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보다 많이 관철시키려고 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전술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흘도 채 되지 않는 동안 3번이나 만난데 이어 오늘은 스위스 IOC 본부에서 남북한 등이 다시 만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한 세부 조율을 합니다.

다음 주에는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 훈련과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남쪽 선발대가 북측을 방문합니다.

27년 전, 남북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세계탁구선수권 정상에 섰습니다.

뭉클했던 단일팀의 추억.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되살릴 계획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사라 머레이/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남한 선수든 북한 선수든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선수들이 오래 함께 해왔기 때문에 팀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엔트리, 즉 경기 참가자 명단을 늘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원래 아이스하키 기본 엔트리 선수가 23명인데 우리 23명은 그대로 다 올림픽에 참가를 하고 거기에 덧붙여서 북한 선수를 5~6명 정도 추가로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고..."]

하지만 당장 첫 경기 상대 스위스가 단일팀 엔트리 확대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스 하키팀이 메달권이 아니어서 단일팀 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유승민/바른정당 대표 : "진보정권의 국무총리 입에서 성적과 순위를 말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올 줄은..."]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진천 선수촌을 찾아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다독이는 등 정부는 단일팀 의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저는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합의 내용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남북이 스포츠를 통해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국제사회에서 볼 때 남북이 정치적인 어떤 측면에서 스포츠 행사를 접근한다 라는 그런 인식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스하키의 경우에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IOC와 협의는 하겠지만 국제사회가 정한 규칙과 규정을 이탈하는 일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합의 사항 가운데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하는 계획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으로 마식령 스키장을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 취지와 달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마식령행 교통편으로 갈마 비행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주목됩니다.

갈마 비행장 역시 북한이 에어쇼를 열며 외화벌이를 위해 공을 들인 곳입니다.

북한이 공들여 개발한 원산 인근 관광 자원들이 집중 조명을 받게 되는건데, 금강산 공동 문화 행사와 더불어 이번 기회에 북한과의 관여 폭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북핵 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와의 충돌에 유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북측의 협상 의도를 정확히 읽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외교관 : "북한의 모든 행동이 항상 복선이 깔려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의 서해육로로 오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를 한 것을 보면 개성공단하고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UN제재 무력화의 시작을 한국을 통해서 시작하겠다는 북한정부의 의도가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활발하지만,미국의 시선은 평창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잇달아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세계 20개국 외교장관도 한 자리에 모여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모인 20개국 외교장관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프리랜드/캐나다 외교장관 : "북한의 핵무기 투자는 더 많은 제재를 부를 것이고 한반도에 불안을 계속 초래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과 한미 합동 훈련을 함께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틸러슨/美 국무장관 : "합법적인 방어적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적 행위와 같이 보려는 쌍중단 접근을 거부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군 전력이 한반도 인근으로 다시 집결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칼빈슨 항모 전단이 한반도로 출항했고, 전략 폭격기들이 일본과 괌에 추가 배치됐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평창 이후를 염두에 두고 남북회담 국면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그러한 노력을 해야 되고 만약 그러한 노력이 3월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4월 달에 한미연합훈련이 다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은 다시 작년 12월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러한 상황에 시급성을 잘 이해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3월 달까지 북미대화를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교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대북 제재와의 충돌이나 한미동맹 균열, 남북 합의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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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평창’ 교류 가동한 南北…‘평창’ 이후 보는 美
    • 입력 2018-01-20 08:23:19
    • 수정2018-01-20 08:42:20
    남북의 창
[앵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발표 이후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남북의 사전점검단도 오갈 예정입니다.

스포츠 선수들과 예술단이 서로 오가면서 남북간 막혔던 육로도 다시 열리게 됐는데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는 재개됐지만, 올림픽 이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감지됩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합의한 교류 방안과 그에 따른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11시간 동안의 거듭된 조율 끝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세부 내용에 남북이 합의하는 순간입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개막식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북한의 4종목 참가, 북측 230여명 응원단과 함께 하는 남북 공동 응원에 합의했습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 30여명은 서울과 평창에서 시범공연을 합니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하고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엽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남측 수석대표 : "마식령 스키장에 가는 우리 측 선수들은 일단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닌, 우리 스키협회에서 역량이 있는 그런 선수들을 중심으로 파견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방남은 물론 방북도 이뤄지는 겁니다. 이동 경로도 정해졌습니다.

[전종수/조평통 부위원장/북측 수석대표 :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은 서해선 육로를 이용하여 왕래한다."]

북측 선수단 등이 개성공단을 오가던 경의선을 이용하고, 금강산 문화 행사는 동해선으로 갑니다.

여기에 북측 예술단은 판문점으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남북 간 3개 육로를 모두 복원하는 겁니다.

북한이 평창 패럴림픽에도 150여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평창을 찾는 북한 대표단은 6백 명 안팎이 될 전망입니다.

당초 경기 출전권도 포기하던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대규모 올림픽 대표단 파견으로 급전환한 겁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이번에 대규모의 방한단을 보내서 모든 한국과 세계의 언론시각을 바로 거기에 쏠리게 함으로써 일종의 평창올림픽을 준비한 거는 대한민국이지만 평창올림픽을 진행하고 그것을 성과적으로 개최하게 하는 것은 북한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미국 만화 영화 주인공들이 배경에 등장하고, 영화 테마 음악이 연주됩니다.

김정일의 음악 대중화 지침에 따라 2009년 출범한 삼지연 악단입니다.

남북은 140명 규모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내려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기존 삼지연 악단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예술단 특유의 정치색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北 노래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 "위대한 김정은 동지 김정은의 친위 예술단인 모란봉 악단이 과거 베이징에서 공연을 하려다 체제 선전 내용이 갈등을 빚자 철수해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우리 제기할 거는 아마 정치적 색채를 배제를 하랄 겁니다. 그런데 이제 북한도 8,90%는 맞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요, 양산도, 도라지타령 이런 것을 하고 아마 팝송 같은 것도 하겠죠. 그렇지만 그것만 하고 간다면 북한 예술단이 아니겠죠. 북한이 그냥 아리랑만 아니면 민요만 부르다 갈까..."]

[北 노래 ‘준마처녀’ :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가수 출신으로 모란봉 악단을 이끈 현송월.

지난 해 북한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도 임명됐습니다.

북측 수석대표가 현송월과 눈빛을 교환한 뒤에야 남측에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현송월의 위상은 남북 실무접촉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남북 회담 과정에서 북측은 예술단 파견을 먼저 다루자고 역제안을 하고, 실무접촉 대표 수를 예고 없이 늘리기도 했습니다.

회담 전후로 관영 매체를 일제히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난하고

[조선중앙TV/지난 14일 :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가을뻐꾸기 같은 수작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평창올림픽 참가를 뒤집을 수 있다며 남측 정부와 언론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14일 :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한으로서 자신들의 관영 매체를 통해서 협상력을 제고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나와서 협상을 하고 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공격하면서 일종의 외곽 때리기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보다 많이 관철시키려고 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전술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흘도 채 되지 않는 동안 3번이나 만난데 이어 오늘은 스위스 IOC 본부에서 남북한 등이 다시 만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한 세부 조율을 합니다.

다음 주에는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 훈련과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남쪽 선발대가 북측을 방문합니다.

27년 전, 남북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세계탁구선수권 정상에 섰습니다.

뭉클했던 단일팀의 추억.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되살릴 계획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사라 머레이/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남한 선수든 북한 선수든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선수들이 오래 함께 해왔기 때문에 팀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엔트리, 즉 경기 참가자 명단을 늘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원래 아이스하키 기본 엔트리 선수가 23명인데 우리 23명은 그대로 다 올림픽에 참가를 하고 거기에 덧붙여서 북한 선수를 5~6명 정도 추가로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고..."]

하지만 당장 첫 경기 상대 스위스가 단일팀 엔트리 확대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스 하키팀이 메달권이 아니어서 단일팀 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유승민/바른정당 대표 : "진보정권의 국무총리 입에서 성적과 순위를 말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올 줄은..."]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진천 선수촌을 찾아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다독이는 등 정부는 단일팀 의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저는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합의 내용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남북이 스포츠를 통해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국제사회에서 볼 때 남북이 정치적인 어떤 측면에서 스포츠 행사를 접근한다 라는 그런 인식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스하키의 경우에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IOC와 협의는 하겠지만 국제사회가 정한 규칙과 규정을 이탈하는 일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합의 사항 가운데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하는 계획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으로 마식령 스키장을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 취지와 달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마식령행 교통편으로 갈마 비행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주목됩니다.

갈마 비행장 역시 북한이 에어쇼를 열며 외화벌이를 위해 공을 들인 곳입니다.

북한이 공들여 개발한 원산 인근 관광 자원들이 집중 조명을 받게 되는건데, 금강산 공동 문화 행사와 더불어 이번 기회에 북한과의 관여 폭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북핵 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와의 충돌에 유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북측의 협상 의도를 정확히 읽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외교관 : "북한의 모든 행동이 항상 복선이 깔려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의 서해육로로 오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를 한 것을 보면 개성공단하고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UN제재 무력화의 시작을 한국을 통해서 시작하겠다는 북한정부의 의도가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활발하지만,미국의 시선은 평창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잇달아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세계 20개국 외교장관도 한 자리에 모여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모인 20개국 외교장관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프리랜드/캐나다 외교장관 : "북한의 핵무기 투자는 더 많은 제재를 부를 것이고 한반도에 불안을 계속 초래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과 한미 합동 훈련을 함께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틸러슨/美 국무장관 : "합법적인 방어적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적 행위와 같이 보려는 쌍중단 접근을 거부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군 전력이 한반도 인근으로 다시 집결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칼빈슨 항모 전단이 한반도로 출항했고, 전략 폭격기들이 일본과 괌에 추가 배치됐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평창 이후를 염두에 두고 남북회담 국면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그러한 노력을 해야 되고 만약 그러한 노력이 3월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4월 달에 한미연합훈련이 다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은 다시 작년 12월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러한 상황에 시급성을 잘 이해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3월 달까지 북미대화를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교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대북 제재와의 충돌이나 한미동맹 균열, 남북 합의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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