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문 닫는 대학…산적한 갈등

입력 2018.02.21 (08:39) 수정 2018.02.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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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제 다음 주면 대학교도 새 학기를 시작할 텐데요.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더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없는 학교가 있습니다.

전북의 서남대 등 폐교 결정이 내려진 학교들입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의 편입 문제 때문에 갈등이 불거졌고, 교직원과 학교 인근 상권 등 폐교 결정은 곳곳에서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문을 닫는 학교가 저출산 현상 속에 앞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대학 구조 개혁 과정에서 혼란을 줄일 방안은 없을지, 폐교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를 앞두고 북적여야 할 캠퍼스가 학생 한 명 보이지 않고 썰렁합니다.

학교 건물은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나고, 빈 강의실에는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폐교 명령을 받아, 오는 28일 문을 닫는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입니다.

[A 씨/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폐교를 하더라도 여기서 졸업을 시켜주고 나서 폐교가 됐으면 했는데 그것도 안 돼버리니까."]

서남대 재학생은 천 9백여 명.

교육부는 전북대 등 곳곳에 흩어진 32곳의 대학에 학생들이 특별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하지만 새 학기 개학을 앞둔 지금까지 옮겨갈 학교를 찾지 못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A 씨/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서남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조건인데, 다른 대학에 가게 되면 장학금도 못 받고 그냥 돈 다 내고 심지어는 또 1년을 더 다시 다녀야 하는 경우가 생겼거든요."]

기존에 다니던 학교를 떠난다는 게 여러 가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대학원생의 경우 새 지도 교수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지도교수님이거든요. 논문을 써야 하는데 지도 교수님이 없으면 논문을 쓸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어차피 졸업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이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죠."]

서남대 소속 의대생 1백70여 명은 전북대 의대로 특별 편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북대 재학생들이 동맹휴학까지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서남대 학생이 옮겨오면 기존 재학생이 학습권 등의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건데요.

전공의 채용 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전북대 재학생/음성변조 :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지금 서남대 학생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제 아무래도 저희 측에서는 좀 피해를 보겠죠. 그리고 전북대 의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업 공간이 지금도 좁은데 그걸 늘려준다고 해서 과연 다 수용이 될까."]

학교 측은 시설 확충, 그리고 서남대 편입생과 기존 재학생의 성적 관리를 분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존 재학생은 일단 한 발 물러서 학교 측의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전북대 관계자/음성변조 : "서남대 의대하고 전북대 의대하고 교육 과정하고 교육 내용, 그런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그러면 석차를 분리하자. 그게 관철이 안 될 경우에는 우리는 계속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던 상황인 거고..."]

하지만 이번에는 서남대 편입생들이 이런 성적 분리 방침에 대해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학교 폐교 결정으로 당혹스러운 건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박병오/서남대 인근 마을 주민 : "지금 학생들 빠지고. 그러니까 (마을이) 너무 흉하죠. 한마디로 말해서 흉하지.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지. 지금 여기 전부 다 노인들만 (있어요.)"]

서남대 학생들이 지탱하던 학교 주변 상권이 폐교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박병오/서남대 인근 마을 주민 : "하숙하고 임대 자취방이나 내놓고 먹고살았는데 빈방이 여기 보시다시피 가보면 알 거 아니에요. 지금 한 번 가보실까요. 아주 엉망진창이에요."]

서남대 교직원들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학교 경영이 악화되고, 폐교 결정이 내려지면서 밀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김철승/서남대 교수 : "졸지에 한 150여 명의 교직원들이 한꺼번에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퇴직수당이랄지 또 어떤 취업의 길이랄지 전혀 없고 그냥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김귀옥/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 "교수와 교직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호할) 조치가 전혀 없다는 거죠. 체납된 임금이 있다면 체납된 임금조차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고요."]

서남대 폐교 결정이 내려진 건 사학 비리가 주된 원인입니다.

전 이사장이 교비 3백억 원가량을 횡령하면서 학교 재정이 어려워졌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습니다.

교직원들이 학교를 살려보려고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퇴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3회에 걸쳐서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이 안 된 부분이 있고요. 학교에 수입이 별로 없고, 학생들 충원이 잘 안 되면서 등록금 수익도 계속 감소하고 학교에 적립금도 없어서 교육 환경을 위한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서남대 외에도 최근 폐교가 결정된 대학은 한중대와 대구외대, 대구미래전문대 등 4곳에 이릅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기조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도 대학 폐교 결정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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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08:44:47
    • 수정2018-02-21 08: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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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제 다음 주면 대학교도 새 학기를 시작할 텐데요.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더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없는 학교가 있습니다.

전북의 서남대 등 폐교 결정이 내려진 학교들입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의 편입 문제 때문에 갈등이 불거졌고, 교직원과 학교 인근 상권 등 폐교 결정은 곳곳에서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문을 닫는 학교가 저출산 현상 속에 앞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대학 구조 개혁 과정에서 혼란을 줄일 방안은 없을지, 폐교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를 앞두고 북적여야 할 캠퍼스가 학생 한 명 보이지 않고 썰렁합니다.

학교 건물은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나고, 빈 강의실에는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폐교 명령을 받아, 오는 28일 문을 닫는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입니다.

[A 씨/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폐교를 하더라도 여기서 졸업을 시켜주고 나서 폐교가 됐으면 했는데 그것도 안 돼버리니까."]

서남대 재학생은 천 9백여 명.

교육부는 전북대 등 곳곳에 흩어진 32곳의 대학에 학생들이 특별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하지만 새 학기 개학을 앞둔 지금까지 옮겨갈 학교를 찾지 못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A 씨/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서남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조건인데, 다른 대학에 가게 되면 장학금도 못 받고 그냥 돈 다 내고 심지어는 또 1년을 더 다시 다녀야 하는 경우가 생겼거든요."]

기존에 다니던 학교를 떠난다는 게 여러 가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대학원생의 경우 새 지도 교수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서남대 대학원생/음성변조 : "대학원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지도교수님이거든요. 논문을 써야 하는데 지도 교수님이 없으면 논문을 쓸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어차피 졸업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이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죠."]

서남대 소속 의대생 1백70여 명은 전북대 의대로 특별 편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북대 재학생들이 동맹휴학까지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서남대 학생이 옮겨오면 기존 재학생이 학습권 등의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건데요.

전공의 채용 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전북대 재학생/음성변조 :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지금 서남대 학생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제 아무래도 저희 측에서는 좀 피해를 보겠죠. 그리고 전북대 의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업 공간이 지금도 좁은데 그걸 늘려준다고 해서 과연 다 수용이 될까."]

학교 측은 시설 확충, 그리고 서남대 편입생과 기존 재학생의 성적 관리를 분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존 재학생은 일단 한 발 물러서 학교 측의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전북대 관계자/음성변조 : "서남대 의대하고 전북대 의대하고 교육 과정하고 교육 내용, 그런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그러면 석차를 분리하자. 그게 관철이 안 될 경우에는 우리는 계속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던 상황인 거고..."]

하지만 이번에는 서남대 편입생들이 이런 성적 분리 방침에 대해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학교 폐교 결정으로 당혹스러운 건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박병오/서남대 인근 마을 주민 : "지금 학생들 빠지고. 그러니까 (마을이) 너무 흉하죠. 한마디로 말해서 흉하지.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지. 지금 여기 전부 다 노인들만 (있어요.)"]

서남대 학생들이 지탱하던 학교 주변 상권이 폐교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박병오/서남대 인근 마을 주민 : "하숙하고 임대 자취방이나 내놓고 먹고살았는데 빈방이 여기 보시다시피 가보면 알 거 아니에요. 지금 한 번 가보실까요. 아주 엉망진창이에요."]

서남대 교직원들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학교 경영이 악화되고, 폐교 결정이 내려지면서 밀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김철승/서남대 교수 : "졸지에 한 150여 명의 교직원들이 한꺼번에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퇴직수당이랄지 또 어떤 취업의 길이랄지 전혀 없고 그냥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김귀옥/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 "교수와 교직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호할) 조치가 전혀 없다는 거죠. 체납된 임금이 있다면 체납된 임금조차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고요."]

서남대 폐교 결정이 내려진 건 사학 비리가 주된 원인입니다.

전 이사장이 교비 3백억 원가량을 횡령하면서 학교 재정이 어려워졌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습니다.

교직원들이 학교를 살려보려고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퇴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3회에 걸쳐서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이 안 된 부분이 있고요. 학교에 수입이 별로 없고, 학생들 충원이 잘 안 되면서 등록금 수익도 계속 감소하고 학교에 적립금도 없어서 교육 환경을 위한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서남대 외에도 최근 폐교가 결정된 대학은 한중대와 대구외대, 대구미래전문대 등 4곳에 이릅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기조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도 대학 폐교 결정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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