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성폭력 폭로…사실이라면 처벌 가능한가?

입력 2018.02.22 (08:08) 수정 2018.02.22 (08: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사흘 전에 기자회견을 열었죠.

본인이 가한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회견에서 더 불쌍해 보이려고 미리 연습을 하고, 피해자도 헐뜯었단 내부자 폭로가 나왔습니다.

여기다, 배우 조민기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단 주장도 잇따르고 있죠.

유명인사들의 성폭력. 이게 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요?

오늘은 이 부분을 짚어 봅니다.

먼저,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했다는 폭로 글, 먼저 보시죠.

이 씨가 이끌어 온 연희단거리패 소속 배우 오모 씨가 본인의 SNS에 남긴 내용입니다.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정작 표정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폭로합니다.

또 성폭행 피해자를 헐뜯으면서, 폭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는 발언을 했다고도 말합니다.

배우 조민기 씨도 본인이 가르치는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있죠.

이 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힌 한 여배우도 조 씨의 성추행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증언이 이렇게 쏟아지는데, 이윤택 씨와 조민기 씨는 모두 성범죄 의혹을 부인하고 있죠.

진상 조사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먼저 조민기 씨 경우는 교수가 학생에게 가한 행위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조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요,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로 가중됩니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강제추행죄도 적용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윤택 씨 경우는 좀 애매합니다.

지금까지 폭로된 사건은 모두 2013년 6월 전에 일어났는데, 이건 친고죄가 적용되거든요.

피해자가 범인을 안 뒤 1년 안에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고소가 안 된 상황에서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까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죠.

이 씨가 2013년 6월 이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 그것만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현재 이윤택 씨의 성폭행을 폭로한 피해자의 경우, 이 씨가 기자회견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내가 성폭행을 안 했다" 이렇게 주장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처벌조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성범죄 사실을 피해자가 어떻게 증명하느냔 거예요.

성범죄는 보통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일어나니까 물증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상황을 정확히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가해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으니까,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죠.

결국, 피해자는 신고해 봤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 보니, 혼자서 고통 받다가 뒤늦게 SNS에 고백할 수 있는 거겠죠.

신분 노출에 따른 2차 피해도 감수하면서요.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상도 규명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대표적인 곳, 군대죠.

우리 군에서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피해자에게 성폭력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시원 기자의 보도, 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여자 티 내지마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니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 : "성 고충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국방부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 김 중령을 양성평등과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계속되는 성폭력 폭로…사실이라면 처벌 가능한가?
    • 입력 2018-02-22 08:10:43
    • 수정2018-02-22 08:57:30
    아침뉴스타임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사흘 전에 기자회견을 열었죠.

본인이 가한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회견에서 더 불쌍해 보이려고 미리 연습을 하고, 피해자도 헐뜯었단 내부자 폭로가 나왔습니다.

여기다, 배우 조민기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단 주장도 잇따르고 있죠.

유명인사들의 성폭력. 이게 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요?

오늘은 이 부분을 짚어 봅니다.

먼저,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했다는 폭로 글, 먼저 보시죠.

이 씨가 이끌어 온 연희단거리패 소속 배우 오모 씨가 본인의 SNS에 남긴 내용입니다.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정작 표정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폭로합니다.

또 성폭행 피해자를 헐뜯으면서, 폭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는 발언을 했다고도 말합니다.

배우 조민기 씨도 본인이 가르치는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있죠.

이 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힌 한 여배우도 조 씨의 성추행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증언이 이렇게 쏟아지는데, 이윤택 씨와 조민기 씨는 모두 성범죄 의혹을 부인하고 있죠.

진상 조사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먼저 조민기 씨 경우는 교수가 학생에게 가한 행위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조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요,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로 가중됩니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강제추행죄도 적용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윤택 씨 경우는 좀 애매합니다.

지금까지 폭로된 사건은 모두 2013년 6월 전에 일어났는데, 이건 친고죄가 적용되거든요.

피해자가 범인을 안 뒤 1년 안에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고소가 안 된 상황에서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까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죠.

이 씨가 2013년 6월 이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 그것만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현재 이윤택 씨의 성폭행을 폭로한 피해자의 경우, 이 씨가 기자회견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내가 성폭행을 안 했다" 이렇게 주장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처벌조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성범죄 사실을 피해자가 어떻게 증명하느냔 거예요.

성범죄는 보통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일어나니까 물증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상황을 정확히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가해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으니까,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죠.

결국, 피해자는 신고해 봤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 보니, 혼자서 고통 받다가 뒤늦게 SNS에 고백할 수 있는 거겠죠.

신분 노출에 따른 2차 피해도 감수하면서요.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상도 규명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대표적인 곳, 군대죠.

우리 군에서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피해자에게 성폭력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시원 기자의 보도, 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여자 티 내지마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니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 : "성 고충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국방부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 김 중령을 양성평등과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