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개헌 말고 사퇴를’…코너 몰리는 아베

입력 2018.03.27 (20:36) 수정 2018.03.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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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학재단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일본 총리가 자위대를 합법화하는 개헌 카드를 던졌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외교와 무역에서도 고립되면서 아베 정권의 위기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성원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최 기자, 자민당 전당대회 얘기부터 해볼까요?

아베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전당대회가 지난 25일 도쿄에서 열렸습니다.

당 대회 총재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아베/일본 총리/25일/자민당 전당대회 : "행정 전반의 최종 책임은 내각총리인 저에게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사학스캔들로 아베 총리가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터라 이날 당 대회는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자민당 당 대회와 비교해 볼까요?

[아베/일본 총리/지난해 3월 자민당 전당대회 : "긴장감을 잊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꾸준히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자신감이 넘치던 지난해와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요,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포기'와 '전력 보유 불가'를 적시한 평화헌법 '헌법 9조'를 그대로 두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보유한다'라는 '9조의 2'를 신설하는 등 당 차원의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시해 위헌 논란의 종지부를 찍자"라며 개헌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개헌 추진 일정 등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개헌안 발표와 관련해 일본 주요 언론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부분의 일본 주요 언론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26일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헌법 9조 등 4개 항은 원래부터 개정의 필요성이 없어서 개헌 주장에는 설득력이 결여돼있다"라고 지적하며 "아베 정권이 개헌을 서두를지, 신뢰회복을 우선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의 개헌안이 야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당의 행보를 '혼자 하는 스모'라고 표현하고 "정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우선"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개헌안 발표 후 도쿄 곳곳에서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입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안에 국회 발의를 목표로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사학스캔들 관련 공문서 조작사건의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죠.

어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월 말 조사 때 56%에서 14%포인트나 떨어진 42%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마침 오늘 사학스캔들 문서조작 관련 핵심 인물의 청문회가 있었잖아요?

[기자]
네, 재무성 문서조작이 이뤄졌을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을 맡았던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사가와 전 장관은 오늘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이나 문서조작에 아베 총리 부부 등 윗선의 지시나 관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가와 노부히사/전 국세청 장관 : "(아베 총리의 지시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사가와 전 장관이 아베 총리 부부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긴 했지만 문서 조작 이유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해 논란만 더 키웠습니다.

[앵커]
이처럼 일본 내에서 연일 코너에 몰리고 있는 아베 총리가 최근에는 외부적으로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 서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좋은 사람이자 내 친구다. 그동안 일본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은 끝났다."

이날 한국이나 유럽연합 등은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 대상국에 포함됐는데 일본은 빠졌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미·일 동맹임을 강조해 왔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충격에 빠진 일본은 "극히 유감"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근 고노 다로 외상이 미국 관리들을 만나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약속을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때 골프장 벙커에서 넘어진 아베 총리의 모습 기억하시는지요?

이런 굴욕까지 견뎌내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갔던 아베 총리에게는 추락하는 지지율과 함께 미국의 이런 압박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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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개헌 말고 사퇴를’…코너 몰리는 아베
    • 입력 2018-03-27 20:37:30
    • 수정2018-03-27 20:46:45
    글로벌24
[앵커]

사학재단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일본 총리가 자위대를 합법화하는 개헌 카드를 던졌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외교와 무역에서도 고립되면서 아베 정권의 위기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성원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최 기자, 자민당 전당대회 얘기부터 해볼까요?

아베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전당대회가 지난 25일 도쿄에서 열렸습니다.

당 대회 총재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아베/일본 총리/25일/자민당 전당대회 : "행정 전반의 최종 책임은 내각총리인 저에게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사학스캔들로 아베 총리가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터라 이날 당 대회는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자민당 당 대회와 비교해 볼까요?

[아베/일본 총리/지난해 3월 자민당 전당대회 : "긴장감을 잊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꾸준히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자신감이 넘치던 지난해와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요,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포기'와 '전력 보유 불가'를 적시한 평화헌법 '헌법 9조'를 그대로 두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보유한다'라는 '9조의 2'를 신설하는 등 당 차원의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시해 위헌 논란의 종지부를 찍자"라며 개헌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개헌 추진 일정 등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개헌안 발표와 관련해 일본 주요 언론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부분의 일본 주요 언론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26일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헌법 9조 등 4개 항은 원래부터 개정의 필요성이 없어서 개헌 주장에는 설득력이 결여돼있다"라고 지적하며 "아베 정권이 개헌을 서두를지, 신뢰회복을 우선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의 개헌안이 야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당의 행보를 '혼자 하는 스모'라고 표현하고 "정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우선"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개헌안 발표 후 도쿄 곳곳에서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입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안에 국회 발의를 목표로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사학스캔들 관련 공문서 조작사건의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죠.

어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월 말 조사 때 56%에서 14%포인트나 떨어진 42%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마침 오늘 사학스캔들 문서조작 관련 핵심 인물의 청문회가 있었잖아요?

[기자]
네, 재무성 문서조작이 이뤄졌을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을 맡았던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사가와 전 장관은 오늘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이나 문서조작에 아베 총리 부부 등 윗선의 지시나 관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가와 노부히사/전 국세청 장관 : "(아베 총리의 지시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사가와 전 장관이 아베 총리 부부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긴 했지만 문서 조작 이유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해 논란만 더 키웠습니다.

[앵커]
이처럼 일본 내에서 연일 코너에 몰리고 있는 아베 총리가 최근에는 외부적으로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 서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좋은 사람이자 내 친구다. 그동안 일본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은 끝났다."

이날 한국이나 유럽연합 등은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 대상국에 포함됐는데 일본은 빠졌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미·일 동맹임을 강조해 왔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충격에 빠진 일본은 "극히 유감"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근 고노 다로 외상이 미국 관리들을 만나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약속을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때 골프장 벙커에서 넘어진 아베 총리의 모습 기억하시는지요?

이런 굴욕까지 견뎌내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갔던 아베 총리에게는 추락하는 지지율과 함께 미국의 이런 압박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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