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미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나

입력 2018.05.09 (23:20) 수정 2018.05.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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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를 취재한 사회1부 김채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미투' 운동에 참여한 분들이 이렇게 계속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되고 있는데,

보호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미투' 물결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자신의 피해를 드러낸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보신 것처럼 성폭력 피해 신고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역고소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려는 피해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는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 적용 대상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또 법무부 내부에서는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고나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도 나왔습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고발 남용으로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앵커]

사건이 어렵게 재판까지 가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오는 일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성범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성폭력 대책을 보면 형량 강화 문제도 들어가 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혐의이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의 법정형을 높이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징역형까지 검토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법정형을 높인다고 해서 꼭 제대로 된 처벌이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형량이 높아질수록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는 데 부담을 느껴서, 오히려 실형 선고가 더 어려워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기자]

되도록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성범죄 신고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성범죄 신고율이 10% 안팎이고, 2015년 기준으로 보면 그 중 45%만 재판에 넘겨집니다.

또 그중에서 가해자가 옥살이를 하는 경우는 23%에 그칩니다.

성범죄가 100건 발생한다고 치면 실형은 겨우 1건에 불과한 겁니다.

또 강간죄의 범위를 넓히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지금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음을 입증해야만 강간이 성립되는데,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는지를 기준으로 재정의하자는 겁니다.

[앵커]

제도 개선도 그렇지만 결국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가장 중요할 거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에 대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전체의 71%나 됐습니다.

'미투' 물결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계기를 만든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미투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다시 돌아간 조직에서의 삶, 그 이후의 법적 조치들이 더 중요하다." 어느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저희 취재팀에 보낸 이메일의 한 구절입니다.

'미투'에 참여한 이들의 용기,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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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 ‘미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나
    • 입력 2018-05-09 23:25:05
    • 수정2018-05-09 23: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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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를 취재한 사회1부 김채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미투' 운동에 참여한 분들이 이렇게 계속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되고 있는데,

보호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미투' 물결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자신의 피해를 드러낸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보신 것처럼 성폭력 피해 신고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역고소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려는 피해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는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 적용 대상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또 법무부 내부에서는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고나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도 나왔습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고발 남용으로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앵커]

사건이 어렵게 재판까지 가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오는 일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성범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성폭력 대책을 보면 형량 강화 문제도 들어가 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혐의이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의 법정형을 높이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징역형까지 검토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법정형을 높인다고 해서 꼭 제대로 된 처벌이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형량이 높아질수록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는 데 부담을 느껴서, 오히려 실형 선고가 더 어려워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기자]

되도록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성범죄 신고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성범죄 신고율이 10% 안팎이고, 2015년 기준으로 보면 그 중 45%만 재판에 넘겨집니다.

또 그중에서 가해자가 옥살이를 하는 경우는 23%에 그칩니다.

성범죄가 100건 발생한다고 치면 실형은 겨우 1건에 불과한 겁니다.

또 강간죄의 범위를 넓히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지금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음을 입증해야만 강간이 성립되는데,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는지를 기준으로 재정의하자는 겁니다.

[앵커]

제도 개선도 그렇지만 결국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가장 중요할 거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투' 운동에 대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전체의 71%나 됐습니다.

'미투' 물결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계기를 만든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미투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다시 돌아간 조직에서의 삶, 그 이후의 법적 조치들이 더 중요하다." 어느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저희 취재팀에 보낸 이메일의 한 구절입니다.

'미투'에 참여한 이들의 용기,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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