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 안 팔아요”…대학 축제, 주점이 사라졌다

입력 2018.05.10 (08:29) 수정 2018.05.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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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학 시절의 낭만하면 5월, 이맘때 열리는 축제를 빼놓을 수 없죠?

각종 문화 행사도 있지만 역시 캠퍼스에서 마시는 술 한 잔. 이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캠퍼스에서 술을 못 팔게 됐습니다.

국세청과 교육부의 방침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판매는 안되다보니 각자 마실 술을 사오는 것이죠.

이러다보니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조치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술 못 팔게된 대학축제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는 대학가 축제 현장.

그런데 예년과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각 과마다 운영하는 주점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혜린/재학생 : “각 동아리나 단체 회장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주점을) 못 한다고…….”]

며칠 전 학교 SNS를 통해 축제 기간 술을 팔지 않는다는 공지가 떴다는 건데요.

학생들은 미처 알지 못했는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예지/재학생 : “주점에 대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없어지니깐 막상 좀 아쉽고…….”]

[김혜린/재학생 : “대학축제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데 없어져서 너무 아쉽고요.”]

그런데 술을 팔지 않는다는 건 학생들의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일 교육부에서 각 대학으로 보내온 공문.

면허 없이 술을 팔 경우 주세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국세청의 방침.

축제를 불과 일주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날아온 공문 그야 말로 비상에 걸렸습니다.

[학생회 간부/음성변조 : “주류 판매와 동시에 안주 판매도 불법인 부분이라서 학생들이 전과자가 된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깐 부스 담당자들에게 하지 말라 하고 금지한 상황이에요.”]

학생들은 결국 주점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고, 술을 팔 수는 없으니 술과 음식을 가져오면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만 따로 마련해두었습니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각 학과에서 운영하는 행사장엔 주류를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는데요.

지난해 칵테일을 만들어 팔았다던 주점,

올해엔 술 대신 탄산이 들어간 음료로 대체를 했습니다.

[음료 판매 학생 : “알코올은 주문을 취소했어요. 주문을 취소하고 무알코올로 진행하고 있어요.”]

주점 운영을 하려던 학생들의 계획은 급하게 수정됐습니다.

[권승준/주점 운영 학생 : “일주일 전에 갑자기 통보를 받아서 환불 못한 것도 있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 화가 좀 났었습니다.”]

[주점 운영학생 : “안주나 이런 걸 주문시킨 상태니깐 이걸 어떻게 팔아야 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죠. 술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화를 시키거나…….”]

술은 반품하고 환불이 안 되는 식재료로 음식만 만들어 팔기로 한 건데요.

축제를 기다려온 학생들의 실망감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대학생 : “첫 축제라서 정말 실망이 크고요. 그냥 고등학교 학예회 느낌…….”]

[대학생 : “신입생들은 이제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추억인데 그 추억을 어떻게 보면 앗아간 거잖아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물거품을 만들어버리니깐.”]

국세청의 방침과 교육부의 전달.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제지 조치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재학생 : “몇십 년 동안 계속 해왔던 건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될 줄 몰랐고 조금 더 일찍 학교와 국가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술 자체를 막을 길은 없습니다.

비닐봉투를 든 학생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데 그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술.

[재학생 : “술을 안 팔아서 술을 사 오게 됐습니다.”]

판매는 안 되지만 반입은 가능하기에 저마다 준비해 온 겁니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선 시원하게 보관까지 해줍니다.

[강다혜/재학생 : “술 사 오면 시원하게 해주려고……. 여기 맡겨놓으면 시원하게 해주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연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현철/재학생 : “술을 판매 안 한다고 해도 나가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에 별 차이 없는 거 같아요.”]

[재학생 : “판매를 금지하는데 술 사 오는 거는 괜찮다고 하는 거니깐 애초에 말도 안 되고. 오히려 금지하면 학교 근처 술집에서 사고도 더 많이 일어나는데 학교 안에서 술 마시는 게 더 안전하지 않나…….”]

당장에는 반감이 컸지만 건전한 대학 문화 정립을 위해 긍정적이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황준하/대학생 : “새내기다 보니깐 처음에는 주점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이번에 안 된다고 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 보니깐 오히려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면 축제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술이 없어도.”]

[이예지/대학생 : “‘축제는 술이다.’라는 잡혀버렸잖아요 타이틀이. 그 타이틀을 좀 깰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 거 같아서…….”]

술이 사라진 대학 축제. 새로운 변화에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에,

[이철훈/직장인 : “세금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한 2~3일 단기적으로 열리는 대학 축제까지 그렇게 규제할 필요가 있나…….”]

[김도회/시민 : "축제 때 술을 마시고 같이 노는 건 어떻게 보면 대학 생활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낭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규제하는 것은 아무래도...”]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결정이란 반응도 있습니다.

[임춘영/대학생 학부모 : “저희 아들도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축제 때나 아니면 MT 간다 하면 무척 걱정되거든요. 저희 아들은 또 술도 못 먹어요. 그래서 사고 같은 거 나지 않을까 해서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술 판매가 금지된 대학 축제.

대학 시절 또 하나의 낭만이 사라지는 걸까, 말 많고 탈 많은 대학가 음주 문화를 바꿀 새로운 기회일까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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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술 안 팔아요”…대학 축제, 주점이 사라졌다
    • 입력 2018-05-10 08:35:30
    • 수정2018-05-10 08: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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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학 시절의 낭만하면 5월, 이맘때 열리는 축제를 빼놓을 수 없죠?

각종 문화 행사도 있지만 역시 캠퍼스에서 마시는 술 한 잔. 이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캠퍼스에서 술을 못 팔게 됐습니다.

국세청과 교육부의 방침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판매는 안되다보니 각자 마실 술을 사오는 것이죠.

이러다보니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조치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술 못 팔게된 대학축제 현장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는 대학가 축제 현장.

그런데 예년과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각 과마다 운영하는 주점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혜린/재학생 : “각 동아리나 단체 회장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주점을) 못 한다고…….”]

며칠 전 학교 SNS를 통해 축제 기간 술을 팔지 않는다는 공지가 떴다는 건데요.

학생들은 미처 알지 못했는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예지/재학생 : “주점에 대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없어지니깐 막상 좀 아쉽고…….”]

[김혜린/재학생 : “대학축제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데 없어져서 너무 아쉽고요.”]

그런데 술을 팔지 않는다는 건 학생들의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일 교육부에서 각 대학으로 보내온 공문.

면허 없이 술을 팔 경우 주세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국세청의 방침.

축제를 불과 일주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날아온 공문 그야 말로 비상에 걸렸습니다.

[학생회 간부/음성변조 : “주류 판매와 동시에 안주 판매도 불법인 부분이라서 학생들이 전과자가 된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깐 부스 담당자들에게 하지 말라 하고 금지한 상황이에요.”]

학생들은 결국 주점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고, 술을 팔 수는 없으니 술과 음식을 가져오면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만 따로 마련해두었습니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각 학과에서 운영하는 행사장엔 주류를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는데요.

지난해 칵테일을 만들어 팔았다던 주점,

올해엔 술 대신 탄산이 들어간 음료로 대체를 했습니다.

[음료 판매 학생 : “알코올은 주문을 취소했어요. 주문을 취소하고 무알코올로 진행하고 있어요.”]

주점 운영을 하려던 학생들의 계획은 급하게 수정됐습니다.

[권승준/주점 운영 학생 : “일주일 전에 갑자기 통보를 받아서 환불 못한 것도 있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 화가 좀 났었습니다.”]

[주점 운영학생 : “안주나 이런 걸 주문시킨 상태니깐 이걸 어떻게 팔아야 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죠. 술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화를 시키거나…….”]

술은 반품하고 환불이 안 되는 식재료로 음식만 만들어 팔기로 한 건데요.

축제를 기다려온 학생들의 실망감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대학생 : “첫 축제라서 정말 실망이 크고요. 그냥 고등학교 학예회 느낌…….”]

[대학생 : “신입생들은 이제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추억인데 그 추억을 어떻게 보면 앗아간 거잖아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물거품을 만들어버리니깐.”]

국세청의 방침과 교육부의 전달.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제지 조치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재학생 : “몇십 년 동안 계속 해왔던 건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될 줄 몰랐고 조금 더 일찍 학교와 국가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술 자체를 막을 길은 없습니다.

비닐봉투를 든 학생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데 그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술.

[재학생 : “술을 안 팔아서 술을 사 오게 됐습니다.”]

판매는 안 되지만 반입은 가능하기에 저마다 준비해 온 겁니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선 시원하게 보관까지 해줍니다.

[강다혜/재학생 : “술 사 오면 시원하게 해주려고……. 여기 맡겨놓으면 시원하게 해주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연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현철/재학생 : “술을 판매 안 한다고 해도 나가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에 별 차이 없는 거 같아요.”]

[재학생 : “판매를 금지하는데 술 사 오는 거는 괜찮다고 하는 거니깐 애초에 말도 안 되고. 오히려 금지하면 학교 근처 술집에서 사고도 더 많이 일어나는데 학교 안에서 술 마시는 게 더 안전하지 않나…….”]

당장에는 반감이 컸지만 건전한 대학 문화 정립을 위해 긍정적이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황준하/대학생 : “새내기다 보니깐 처음에는 주점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이번에 안 된다고 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 보니깐 오히려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면 축제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술이 없어도.”]

[이예지/대학생 : “‘축제는 술이다.’라는 잡혀버렸잖아요 타이틀이. 그 타이틀을 좀 깰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 거 같아서…….”]

술이 사라진 대학 축제. 새로운 변화에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에,

[이철훈/직장인 : “세금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한 2~3일 단기적으로 열리는 대학 축제까지 그렇게 규제할 필요가 있나…….”]

[김도회/시민 : "축제 때 술을 마시고 같이 노는 건 어떻게 보면 대학 생활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낭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규제하는 것은 아무래도...”]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결정이란 반응도 있습니다.

[임춘영/대학생 학부모 : “저희 아들도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축제 때나 아니면 MT 간다 하면 무척 걱정되거든요. 저희 아들은 또 술도 못 먹어요. 그래서 사고 같은 거 나지 않을까 해서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술 판매가 금지된 대학 축제.

대학 시절 또 하나의 낭만이 사라지는 걸까, 말 많고 탈 많은 대학가 음주 문화를 바꿀 새로운 기회일까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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