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6월 12일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카운트다운

입력 2018.05.12 (07:49) 수정 2018.05.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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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월12일 싱가포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특히 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북미 간 접촉에서 양측 모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 미국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들 사이 입장 차가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 역할도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앤 한반도>에서는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 관련 내용 집중적으로 짚어봅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미국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 군용기.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냅니다.

간첩과 적대 행위 등의 혐의로 길게는 2년 반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0일 : "이들 세 사람을 석방한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과정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이들의 석방을 주선하기 위해 또다시 평양을 찾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13시간이라는 짧은 체류시간 동안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뒤 김 위원장과 길고 좋은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일하는데 훌륭한 파트너였다며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0일 : "미 국무장관으로서 조미(북미) 수뇌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 노력할 결심과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북한 역시 신속하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북한매체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0일 :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북한매체들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룩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미 두 나라가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인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0일 :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고 이번 같은 관계가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언급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자고 말한 점을 감안할 때, 북미 두 나라가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관계를 정상화하고 또 평화협정까지 체결할 수 있다는데 큰 틀에서 공감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북한이 원하는 바를 일정부분 약속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지금까지는 북한에게 계속 요구만 했었는데, 북한이 원하는 게 체제 안전 보장이고, 미국 쪽에서 나와야 할 양보라면 제재 관련, 또는 체제 보장 관련 어느 정도 언질이나 합의가 있었지 않나.."]

그리고 우리 시각으로 같은 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북미 정상 모두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큰 기대감도 밝혔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은 만큼 향후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진전을 보기까지 북미 두 나라는 회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거듭하면서 분위기는 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방추이다오 영빈관에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 3월에 이어 40여 일 만에 북중 정상이 또다시 만난 겁니다.

시진핑 주석은 북중 관계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입술과 이의 관계 ‘순치’로 표현했고,

[조선중앙TV/5월 9일 : "중조 두 나라는 운명 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하면서 습근평(시진핑) 동지는..."]

김 위원장도 ‘혈연적 유대’라는 단어를 써가며 화답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9일 :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을 영원히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시킨 혈연적 유대의 뿌리가 되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엔 북한 외교 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과 미국통으로 불리는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상 부상 등이 동행했습니다.

모두 북한의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뒀고, 또 회담 의제 등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첫 번째도 그렇고 두 번째도 보험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문제 거기에 대한 만약에 북미회담이 실패했을 때 플랜B로서의 중국으로 다가가는 부분에 보험이 필요 했고, 북미회담 이후 중국을 그림 속에 집어 넣어서 중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친미 쪽으로 완전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미국 쪽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중국으로 가는 것이 아닌 일종에 북한이 늘 해오던 일종의 균형외교를 아마 하게 된 것 같고... 그런 2가지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판문점 선언 공동 기자회견/4월 27일 :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명기한 ‘완전한 비핵화’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CVID 대신 PVID를 언급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뛰어넘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생화학 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폐기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고, 미 국무부는 인공위성 발사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더 나아가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 이행을 촉구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포기까지 주장했습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협상을 열었을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그래서 협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하는데 북한으로부터 말 그대로 영구적인 핵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으로 보여지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북미 간에 적대가 깊어지고 또 오랫동안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 핵 포기를 요구하는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북한이 미국한테 요구하는 어떤 안전보장조치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식의 압박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 성명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격을 낮췄습니다.

노동신문도 미국이 진정성과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집권자로 지칭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습니다.

과거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던 것과는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일단 미국 쪽에서 지금 계속 골대를 뒤로 옮기는거잖아요. 가장 낮은 수준의 그 미국에 대한 불만 표현이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뒤집을 정도의 불만은 아닌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암묵적 공조가 있는 것이고, 미국 내에서 나오는 다른 강경한 목소리에 대한 불만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미 두 나라가 같은 목표를 위해 단계적으로 행동하며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고려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그리고 체제 보장 등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남북한과 미국, 중국 사이 견해차가 감지된 가운데, 도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정상들이 한자리에 보였습니다.

세 나라 정상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 성명을 채택했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까지 ‘한반도 문제 운전자’로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2년 반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세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촉구한다는 특별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언론문 발표/5월 9일 :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은 밝아졌지만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관련국들 사이의 수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기만 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더 나아가 미국의 체제보장과 대북 경제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부적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열흘 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이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뒤에는 남북 정상이 첫 전화통화를 할 가능성도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 온 겁니다.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수 있는 그런 외교적이고 안보적인 그런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마중하는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하고 그리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한미가 앞으로도 동맹관계에 기반해서 공동의 입장을 마련하고 추진한다 라고 하는 것을 북한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중요한 외교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반도의‘완전한 비핵화’라는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첫 걸음.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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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6월 12일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카운트다운
    • 입력 2018-05-12 08:17:16
    • 수정2018-05-12 10:30:33
    남북의 창
[앵커]

6월12일 싱가포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특히 회담을 앞두고 있었던 북미 간 접촉에서 양측 모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 미국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들 사이 입장 차가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 역할도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앤 한반도>에서는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 관련 내용 집중적으로 짚어봅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미국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 군용기.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냅니다.

간첩과 적대 행위 등의 혐의로 길게는 2년 반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0일 : "이들 세 사람을 석방한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과정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이들의 석방을 주선하기 위해 또다시 평양을 찾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13시간이라는 짧은 체류시간 동안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뒤 김 위원장과 길고 좋은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일하는데 훌륭한 파트너였다며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0일 : "미 국무장관으로서 조미(북미) 수뇌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 노력할 결심과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북한 역시 신속하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북한매체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0일 :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북한매체들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룩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미 두 나라가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인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0일 :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고 이번 같은 관계가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언급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자고 말한 점을 감안할 때, 북미 두 나라가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관계를 정상화하고 또 평화협정까지 체결할 수 있다는데 큰 틀에서 공감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북한이 원하는 바를 일정부분 약속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지금까지는 북한에게 계속 요구만 했었는데, 북한이 원하는 게 체제 안전 보장이고, 미국 쪽에서 나와야 할 양보라면 제재 관련, 또는 체제 보장 관련 어느 정도 언질이나 합의가 있었지 않나.."]

그리고 우리 시각으로 같은 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북미 정상 모두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큰 기대감도 밝혔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은 만큼 향후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진전을 보기까지 북미 두 나라는 회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거듭하면서 분위기는 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방추이다오 영빈관에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 3월에 이어 40여 일 만에 북중 정상이 또다시 만난 겁니다.

시진핑 주석은 북중 관계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입술과 이의 관계 ‘순치’로 표현했고,

[조선중앙TV/5월 9일 : "중조 두 나라는 운명 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하면서 습근평(시진핑) 동지는..."]

김 위원장도 ‘혈연적 유대’라는 단어를 써가며 화답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9일 :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을 영원히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운명으로 결합시킨 혈연적 유대의 뿌리가 되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엔 북한 외교 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과 미국통으로 불리는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상 부상 등이 동행했습니다.

모두 북한의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뒀고, 또 회담 의제 등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첫 번째도 그렇고 두 번째도 보험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문제 거기에 대한 만약에 북미회담이 실패했을 때 플랜B로서의 중국으로 다가가는 부분에 보험이 필요 했고, 북미회담 이후 중국을 그림 속에 집어 넣어서 중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친미 쪽으로 완전 가는 것도 아니고 또 미국 쪽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중국으로 가는 것이 아닌 일종에 북한이 늘 해오던 일종의 균형외교를 아마 하게 된 것 같고... 그런 2가지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판문점 선언 공동 기자회견/4월 27일 :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명기한 ‘완전한 비핵화’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CVID 대신 PVID를 언급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뛰어넘는 ‘영구적인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생화학 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폐기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고, 미 국무부는 인공위성 발사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더 나아가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 이행을 촉구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포기까지 주장했습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협상을 열었을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그래서 협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하는데 북한으로부터 말 그대로 영구적인 핵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으로 보여지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북미 간에 적대가 깊어지고 또 오랫동안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 핵 포기를 요구하는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북한이 미국한테 요구하는 어떤 안전보장조치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식의 압박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 성명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격을 낮췄습니다.

노동신문도 미국이 진정성과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집권자로 지칭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습니다.

과거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던 것과는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 "일단 미국 쪽에서 지금 계속 골대를 뒤로 옮기는거잖아요. 가장 낮은 수준의 그 미국에 대한 불만 표현이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뒤집을 정도의 불만은 아닌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암묵적 공조가 있는 것이고, 미국 내에서 나오는 다른 강경한 목소리에 대한 불만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미 두 나라가 같은 목표를 위해 단계적으로 행동하며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고려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그리고 체제 보장 등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남북한과 미국, 중국 사이 견해차가 감지된 가운데, 도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정상들이 한자리에 보였습니다.

세 나라 정상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 성명을 채택했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까지 ‘한반도 문제 운전자’로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2년 반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세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촉구한다는 특별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언론문 발표/5월 9일 :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은 밝아졌지만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관련국들 사이의 수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기만 합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더 나아가 미국의 체제보장과 대북 경제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부적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열흘 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이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뒤에는 남북 정상이 첫 전화통화를 할 가능성도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 온 겁니다.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수 있는 그런 외교적이고 안보적인 그런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마중하는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하고 그리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한미가 앞으로도 동맹관계에 기반해서 공동의 입장을 마련하고 추진한다 라고 하는 것을 북한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중요한 외교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반도의‘완전한 비핵화’라는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첫 걸음.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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