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 딸인 줄 알았는데”…은행권 채용비리 백태

입력 2018.06.18 (12:26) 수정 2018.06.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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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권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 해온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은행은 청년 구직자들이 특히 가고싶어 하는 직장 중 하나죠.

그런데, 수사 결과가 구직자들 참 맥빠지게 합니다.

이하경 기자입니다.

[기자]

먼저, 정부가 '경제 정책이 제대로 먹히고 있나, 또 뭘 좀 더 보완해야 되나' 이런걸 알아보기 위해서 '고용 상황'에 대한 통계를 매 달 냅니다.

지난달 통계가 나왔는데,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은행권 채용 비리 소식 보기 전에, 이것부터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고용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통계 나온 걸 보고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어느정도였길래 이랬을까, 좀 보면요.

지난달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 7만 명대 였는데요.

이게 8년 만에 가장 낮은 겁니다.

더 신경쓰이는 건, 청년 실업률입니다.

10.5%를 기록했는데요. 1년 전보다 오른 건 물론이고, 5월 기준으론 사상 최고칩니다.

청년층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더 힘들어지고 있단 얘긴데요.

그럼 이제, 이런 청년 구직자들이 특히 더 선호하는 직장, 은행권에서 벌어진 채용 비리 관련 검찰 수사 결과를 본격적으로 보겠습니다.

검찰이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 은행, 또, 부산, 대구, 광주 은행 등 모두 6개 은행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모두 38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적발한 비리 채용 건수는 6백 95건이나 됩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점수 조작, 서류 조작 이런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먼저, 우리은행에선 전 국가정보원 간부의 청탁을 받아서 그 딸을 합격 시켰는데, 대학 졸업을 못 해서 사직을 했거든요.

그런데, 다음해에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해서, 다시 합격시켰습니다.

부산은행에선 서류 전형, 필기시험, 면접 점수까지 조작한 것도 모자라서, 합격자 수를 늘려서 끝내 합격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합격 시킨 사람은 금고 유치에 영향력이 있다는 전 국회의원 딸 이었습니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으시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행장 딸인 줄 알고 점수를 조작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부행장 자녀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진짜 아들은 당시에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또, 자기 딸 면접에 직접 들어가서 최고점을 준 임원도 있었구요.

가짜 보훈 번호를 부여해서, 보훈 대상이 아닌데도 합격 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공고도 안했던 '해외 대학 출신' 자격을 추가해서 채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감독 기관과 정부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감독 결과가 잘못되거나 하면 바로 최고경영자라도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임원이나 VIP고객인 경우는 추천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추천을 하면 서류전형을 패스시켜줬어요."]

아까, 이번 수사로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중에서 12명이 구속됐는데, 인사부장, 인사팀장같은 실무자가 절반입니다.

전직 은행장은 한 명, 전직 부행장은 단 두명입니다.

회장들은 아예 빗겨갔구요.

대부분 실무선에서 알아서 했단 얘기가 됩니다.

검찰 수사, 용두사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럼, 억울하게 떨어진 응시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취재진이 은행에 직접 물어봤더니,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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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분 딸인 줄 알았는데”…은행권 채용비리 백태
    • 입력 2018-06-18 12:29:49
    • 수정2018-06-18 13: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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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권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 해온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은행은 청년 구직자들이 특히 가고싶어 하는 직장 중 하나죠.

그런데, 수사 결과가 구직자들 참 맥빠지게 합니다.

이하경 기자입니다.

[기자]

먼저, 정부가 '경제 정책이 제대로 먹히고 있나, 또 뭘 좀 더 보완해야 되나' 이런걸 알아보기 위해서 '고용 상황'에 대한 통계를 매 달 냅니다.

지난달 통계가 나왔는데,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은행권 채용 비리 소식 보기 전에, 이것부터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고용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통계 나온 걸 보고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어느정도였길래 이랬을까, 좀 보면요.

지난달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 7만 명대 였는데요.

이게 8년 만에 가장 낮은 겁니다.

더 신경쓰이는 건, 청년 실업률입니다.

10.5%를 기록했는데요. 1년 전보다 오른 건 물론이고, 5월 기준으론 사상 최고칩니다.

청년층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더 힘들어지고 있단 얘긴데요.

그럼 이제, 이런 청년 구직자들이 특히 더 선호하는 직장, 은행권에서 벌어진 채용 비리 관련 검찰 수사 결과를 본격적으로 보겠습니다.

검찰이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 은행, 또, 부산, 대구, 광주 은행 등 모두 6개 은행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모두 38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적발한 비리 채용 건수는 6백 95건이나 됩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점수 조작, 서류 조작 이런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먼저, 우리은행에선 전 국가정보원 간부의 청탁을 받아서 그 딸을 합격 시켰는데, 대학 졸업을 못 해서 사직을 했거든요.

그런데, 다음해에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해서, 다시 합격시켰습니다.

부산은행에선 서류 전형, 필기시험, 면접 점수까지 조작한 것도 모자라서, 합격자 수를 늘려서 끝내 합격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합격 시킨 사람은 금고 유치에 영향력이 있다는 전 국회의원 딸 이었습니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으시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행장 딸인 줄 알고 점수를 조작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부행장 자녀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진짜 아들은 당시에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또, 자기 딸 면접에 직접 들어가서 최고점을 준 임원도 있었구요.

가짜 보훈 번호를 부여해서, 보훈 대상이 아닌데도 합격 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공고도 안했던 '해외 대학 출신' 자격을 추가해서 채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감독 기관과 정부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감독 결과가 잘못되거나 하면 바로 최고경영자라도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임원이나 VIP고객인 경우는 추천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추천을 하면 서류전형을 패스시켜줬어요."]

아까, 이번 수사로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중에서 12명이 구속됐는데, 인사부장, 인사팀장같은 실무자가 절반입니다.

전직 은행장은 한 명, 전직 부행장은 단 두명입니다.

회장들은 아예 빗겨갔구요.

대부분 실무선에서 알아서 했단 얘기가 됩니다.

검찰 수사, 용두사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럼, 억울하게 떨어진 응시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취재진이 은행에 직접 물어봤더니,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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