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공공부문도 나 몰라라

입력 2018.06.20 (21:17) 수정 2018.06.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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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가장 끝, 영세 도금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젊은이가 산재 사고로 숨진 소식, 어제(19일) 전해드렸는데요.

우리 사회 위험의 외주화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건 현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데요.

이 약속은 공공부문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타고 남은 석탄이 눈처럼 쏟아지는 발전소 보일러 안.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노동자들이 청소를 합니다.

황 가루와 석회가 뭉쳐 있는 슬러리가 늪처럼 발을 붙잡습니다.

콘크리트처럼 굳은 슬러리를 흡수탑에서 떼어낼 때는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합니다.

이런 위험한 작업은 모두 발전소 하청 업체 노동자의 몫입니다.

[이태성/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 "많은 양의 미세먼지라든지 아니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나갈 수 있게 그런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게 바로 발전소의 환경설비 정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험한 작업이다 보니 당연히 산업재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발전소 산업재해 346건 가운데 97%인 337건의 피해자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중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민간 위탁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SNS '단톡방'으로 원청인 발전소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고, 장비도입 때는 결재까지 받는데도, 민간위탁으로 분류된 겁니다.

[우지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 :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 등을 종합해 봤을 때 발전소 정비업무는 근로자파견계약에 가깝고 불법파견이라고 판단됩니다."]

발전소 정비노동자 3천 명은 위험이 도사리는 보일러 안에서 지금도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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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의 외주화’ 공공부문도 나 몰라라
    • 입력 2018-06-20 21:20:38
    • 수정2018-06-20 22: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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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단계 하도급 체계의 가장 끝, 영세 도금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젊은이가 산재 사고로 숨진 소식, 어제(19일) 전해드렸는데요.

우리 사회 위험의 외주화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건 현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데요.

이 약속은 공공부문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타고 남은 석탄이 눈처럼 쏟아지는 발전소 보일러 안.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노동자들이 청소를 합니다.

황 가루와 석회가 뭉쳐 있는 슬러리가 늪처럼 발을 붙잡습니다.

콘크리트처럼 굳은 슬러리를 흡수탑에서 떼어낼 때는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합니다.

이런 위험한 작업은 모두 발전소 하청 업체 노동자의 몫입니다.

[이태성/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 "많은 양의 미세먼지라든지 아니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나갈 수 있게 그런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게 바로 발전소의 환경설비 정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험한 작업이다 보니 당연히 산업재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발전소 산업재해 346건 가운데 97%인 337건의 피해자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중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민간 위탁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SNS '단톡방'으로 원청인 발전소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고, 장비도입 때는 결재까지 받는데도, 민간위탁으로 분류된 겁니다.

[우지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 :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 등을 종합해 봤을 때 발전소 정비업무는 근로자파견계약에 가깝고 불법파견이라고 판단됩니다."]

발전소 정비노동자 3천 명은 위험이 도사리는 보일러 안에서 지금도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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