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제도 개선 시급

입력 1994.04.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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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청명을 이틀 앞둔 오늘도, 전국의 산에는 미리나선 성묘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흩어져있는 묘지는 모두 천9배만 기에 이르고, 해마다 20만기 이 상씩 늘어나는 묘지로, 쓸 만한 땅은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원묘지와 시립묘지도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묘지 구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납골당이나 납골묘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 장기철 기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묘지의 실태를 돌아보았습니다.


장기철 기자 :

한식이 다가오면서, 미리 정성스레 성묘하는 성묘객들이 많습니다. 겨우내 훼손된 조상의 묘를 새롭게 단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도 눈에 띄입니다. 망우리 묘지에 안장돼있는 묘지 3만3천여기 가운데, 40%가량은 주인이 없는 무연고 묘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취재 헬기에서 내려다본 산하는 온통 분묘 투성이 입니다. 산림 속에 이 빠진 것처럼 흉하게 드러난 곳은 대부분 묘지입니다. 이렇게 국토를 잠식하고 있는 묘지는 모두 천9백여 만기. 해마다 여의도 보다 넓은 알짜배기 땅이 묘지로 변해갑니다. 이 가운데 자손들의 발길마저 끊어진 무연고 묘지는, 무려 7백만 기에 이르러, 주변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말썽 많은 호화분묘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수가 가장 빼어나다는 경기도 용인땅. 그래서 명당도 많고, 이렇게 호화분묘도 많이 조성돼있습니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잘 가꿔진 재벌그룹 창업자의 무덤도 있습니다. 본분은 그래도 작은 편이지만, 무덤 입구의 동상과 비석을 합 하면, 넓이는 줄잡아 천 평이 넘습니다. 돌로 띠를 두른 본분에 동물모양의 수석까지 앞 세워서 왕릉을 방불케 하는 무덤도 있습니다. 한강변 별장지대에 있는 유력정치인 가계 의 무덤. 인공연못과 정원 사이에 무덤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는, 국회 요직을 거친 정치인의 별장과 분묘도 보입니다. 묘지는 이렇게 곽 차있는데도, 화장을 통해서 묘지면적을 줄이기 위해 세워진 납골당은, 텅 비어있습니다. 서울근교 모란공원 묘지의 납골당은, 만2천기를 수용할 수 있는데도, 유해는 겨우 2백기 남짓. 또 전국에 하나밖에 없고, 사찰경내에 자리 잡고 있는 탑형식의 납골대도 아직 듬성등성 빈자리가 남아있습니다. 탑 한기에 20 기까지의 유해를 봉환해서, 경제적으로도 공원묘지보다 유리하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묘지에 묻는 장묘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그 어떤 후손들도 당사자가 되면, 움츠려드는 우리들의 인식이 묘지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장기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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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지제도 개선 시급
    • 입력 1994-04-03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청명을 이틀 앞둔 오늘도, 전국의 산에는 미리나선 성묘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흩어져있는 묘지는 모두 천9배만 기에 이르고, 해마다 20만기 이 상씩 늘어나는 묘지로, 쓸 만한 땅은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원묘지와 시립묘지도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묘지 구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납골당이나 납골묘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 장기철 기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묘지의 실태를 돌아보았습니다.


장기철 기자 :

한식이 다가오면서, 미리 정성스레 성묘하는 성묘객들이 많습니다. 겨우내 훼손된 조상의 묘를 새롭게 단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도 눈에 띄입니다. 망우리 묘지에 안장돼있는 묘지 3만3천여기 가운데, 40%가량은 주인이 없는 무연고 묘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취재 헬기에서 내려다본 산하는 온통 분묘 투성이 입니다. 산림 속에 이 빠진 것처럼 흉하게 드러난 곳은 대부분 묘지입니다. 이렇게 국토를 잠식하고 있는 묘지는 모두 천9백여 만기. 해마다 여의도 보다 넓은 알짜배기 땅이 묘지로 변해갑니다. 이 가운데 자손들의 발길마저 끊어진 무연고 묘지는, 무려 7백만 기에 이르러, 주변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말썽 많은 호화분묘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수가 가장 빼어나다는 경기도 용인땅. 그래서 명당도 많고, 이렇게 호화분묘도 많이 조성돼있습니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잘 가꿔진 재벌그룹 창업자의 무덤도 있습니다. 본분은 그래도 작은 편이지만, 무덤 입구의 동상과 비석을 합 하면, 넓이는 줄잡아 천 평이 넘습니다. 돌로 띠를 두른 본분에 동물모양의 수석까지 앞 세워서 왕릉을 방불케 하는 무덤도 있습니다. 한강변 별장지대에 있는 유력정치인 가계 의 무덤. 인공연못과 정원 사이에 무덤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는, 국회 요직을 거친 정치인의 별장과 분묘도 보입니다. 묘지는 이렇게 곽 차있는데도, 화장을 통해서 묘지면적을 줄이기 위해 세워진 납골당은, 텅 비어있습니다. 서울근교 모란공원 묘지의 납골당은, 만2천기를 수용할 수 있는데도, 유해는 겨우 2백기 남짓. 또 전국에 하나밖에 없고, 사찰경내에 자리 잡고 있는 탑형식의 납골대도 아직 듬성등성 빈자리가 남아있습니다. 탑 한기에 20 기까지의 유해를 봉환해서, 경제적으로도 공원묘지보다 유리하지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묘지에 묻는 장묘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그 어떤 후손들도 당사자가 되면, 움츠려드는 우리들의 인식이 묘지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장기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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