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에 강릉 앞바다 몸살

입력 2002.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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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릉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났던 것도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앵커: 그러네요.
수해현장은 동안 복구작업이 진행돼서 어느 정도 제모습을 찾고 있지만 그래도 바닷속은 아직도 그때의 참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앵커: 시청자 제보, 오늘은 동해바다의 오염실태를 서울에 사시는 한 수중 촬영가가 보내 온 한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자: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겨울 동해바다.
낭만적이기까지한 청정 해역은 그러나 조금만 물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정은 딴판입니다.
물가에서 10m 가량 떨어진 지점, 각종 부유물질들이 앞을 가로 막습니다.
2, 3m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은 뿌옇게 변했습니다.
두 달 전 수해 때 비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쓸려 내려 온 초목과 진흙뻘, 생활 쓰레기들 때문입니다.
근처 횟집에서 깔아 놓은 여러 갈래의 플라스틱 파이프 사이로 나뭇가지와 철사 등이 뒤엉켜 있습니다.
파이프에 깔린 마대자루도 썩어가고 있습니다.
쓸려 내려온 양철판도 보입니다.
수심 20m 지점, 바닥에 무언가 잔뜩 깔려 있습니다.
나무 부스러기들입니다.
바닥에 침전된 채 썩어가고 있습니다.
손으로 들쳐봤습니다.
조각난 나무 부스러기들이 일어나면서 물 속이 순식간에 혼탁해 집니다.
폐의 천막과 거적도 바다 속에 진을 쳤습니다.
바다생물이 온전할리 없습니다.
오염을 견디다 못한 다시마는 죽은 지 오랜 듯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바닥에도 살아 있는 해초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어디에도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물 속 바위에는 오염을 보여주는 붉은 딱지가 덕지덕지 앉았습니다.
바위 위에는 맑은 물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어패류 하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신 불가사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물 속으로 좀더 내려가봤습니다.
수심 30m 지점, 그 속에 시커먼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체는 석유난로.
지난 수해 때 물을 타고 이곳까지 떠내려온 것입니다.
안에 있던 기름이 굵은 물방울을 만들며 연신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난로를 만지자 녹슨 부분이 힘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이렇 듯 바다 속 쓰레기들은 서서히 썩어들어 바다 생물은 물론 어족 자원을 망가뜨려 결국은 어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해의 관광자원이 불과 두세 달 사이에 이렇게 황폐화 된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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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에 강릉 앞바다 몸살
    • 입력 2002-11-05 20:00:00
    뉴스타임
⊙앵커: 강릉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났던 것도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앵커: 그러네요. 수해현장은 동안 복구작업이 진행돼서 어느 정도 제모습을 찾고 있지만 그래도 바닷속은 아직도 그때의 참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앵커: 시청자 제보, 오늘은 동해바다의 오염실태를 서울에 사시는 한 수중 촬영가가 보내 온 한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자: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겨울 동해바다. 낭만적이기까지한 청정 해역은 그러나 조금만 물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정은 딴판입니다. 물가에서 10m 가량 떨어진 지점, 각종 부유물질들이 앞을 가로 막습니다. 2, 3m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은 뿌옇게 변했습니다. 두 달 전 수해 때 비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쓸려 내려 온 초목과 진흙뻘, 생활 쓰레기들 때문입니다. 근처 횟집에서 깔아 놓은 여러 갈래의 플라스틱 파이프 사이로 나뭇가지와 철사 등이 뒤엉켜 있습니다. 파이프에 깔린 마대자루도 썩어가고 있습니다. 쓸려 내려온 양철판도 보입니다. 수심 20m 지점, 바닥에 무언가 잔뜩 깔려 있습니다. 나무 부스러기들입니다. 바닥에 침전된 채 썩어가고 있습니다. 손으로 들쳐봤습니다. 조각난 나무 부스러기들이 일어나면서 물 속이 순식간에 혼탁해 집니다. 폐의 천막과 거적도 바다 속에 진을 쳤습니다. 바다생물이 온전할리 없습니다. 오염을 견디다 못한 다시마는 죽은 지 오랜 듯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바닥에도 살아 있는 해초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어디에도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물 속 바위에는 오염을 보여주는 붉은 딱지가 덕지덕지 앉았습니다. 바위 위에는 맑은 물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어패류 하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신 불가사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물 속으로 좀더 내려가봤습니다. 수심 30m 지점, 그 속에 시커먼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체는 석유난로. 지난 수해 때 물을 타고 이곳까지 떠내려온 것입니다. 안에 있던 기름이 굵은 물방울을 만들며 연신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난로를 만지자 녹슨 부분이 힘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이렇 듯 바다 속 쓰레기들은 서서히 썩어들어 바다 생물은 물론 어족 자원을 망가뜨려 결국은 어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해의 관광자원이 불과 두세 달 사이에 이렇게 황폐화 된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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