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긴 졸병의 하루

입력 2002.1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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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차레, 행군, 짬밥, 고참, 혹한기훈련, 군대에서 고생들 많이 해서 저는 솔직히 그런 얘기 하고 싶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남성분들은 마주 앉기만 하면 군대 얘기 하시더라고요.
⊙앵커: 우리의 젊음이 녹아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겠죠.
한 사진작가가 병영생활의 생생한 기록을 사진으로 담아냈는데요, 정찬필 프로듀서가 그 추억의 사진 속으로 안내합니다.
⊙기자: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슬라이드 사진.
그 속에는 꾸밈없는 병영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진작가 이규철 씨, 그가 10년 만에 꺼내 본 1400여 장의 사진 속에는 유난히 춤추기를 좋아했던 고참의 노래가, 잔뜩 얼어붙은 신병의 모습이 정지된 순간으로 녹아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저 친구는 원래 사진을 좋아하고, 학교 다닐 때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 찍는 게 낙으로 사는 친구구나, 내가 누구한테 편지를 쓰는데 누가 옆에 와서 편지 쓰느냐고 얘기하지 않듯이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기자: 이 씨가 자신의 841일 간의 군 생활을 담아내놓는 이번 사진전에는 여느 군대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감춰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흔히들 군대에서 이야기하는 한 딱가리라고 이야기하는데 단기병들이 아침에 출근을 늦게 해서 완전군장을 하고 뺑뺑이를 돌고있는 상황입니다.
고참은 안에서 추위를 피해서 지키고 있다가 이 졸따구가 중대장님이 오신다고 이야기하면 잽싸게 완전군장을 하고 나와서 근무 서는 척을 하기 위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10여 년이 지나고 이제는 이름조차 희미해진 사람들, 하지만 사진 속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규철 씨가 이 사진을 세상에 다시 내놓는 것은 자신의 젊은 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규철(사진작가): 그 때의 시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봄으로써 내가 정말 그때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때 정말 바랬던 젊은 피가 끓던 그때의 꿈과 희망,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 그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았던 20대, 어쩌다 날아드는 편지는 읽고 또 읽었습니다.
부대 밖을 나서는 날 스쳐가는 풍경은 왜 그렇게도 반가웠던지...
하루하루 손꼽던 휴가 날이 다가오면 설렘과 함께 다림질을 하는 손끝에는 힘이 절로 들어갑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면 누구나 공감하며 잊지 못할 기억들, 하지만 이규철 씨는 사진 속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들에겐 모두의 추억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제 아이가 이제 5살입니다.
20년 뒤에 제 아이가 군대를 가야 될 때가 온다면 제 마음은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그 친구가 군대를 갈 것인지 아니면 가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좋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기자: KBS뉴스 정찬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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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에 담긴 졸병의 하루
    • 입력 2002-11-07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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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차레, 행군, 짬밥, 고참, 혹한기훈련, 군대에서 고생들 많이 해서 저는 솔직히 그런 얘기 하고 싶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남성분들은 마주 앉기만 하면 군대 얘기 하시더라고요. ⊙앵커: 우리의 젊음이 녹아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겠죠. 한 사진작가가 병영생활의 생생한 기록을 사진으로 담아냈는데요, 정찬필 프로듀서가 그 추억의 사진 속으로 안내합니다. ⊙기자: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슬라이드 사진. 그 속에는 꾸밈없는 병영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진작가 이규철 씨, 그가 10년 만에 꺼내 본 1400여 장의 사진 속에는 유난히 춤추기를 좋아했던 고참의 노래가, 잔뜩 얼어붙은 신병의 모습이 정지된 순간으로 녹아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저 친구는 원래 사진을 좋아하고, 학교 다닐 때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 찍는 게 낙으로 사는 친구구나, 내가 누구한테 편지를 쓰는데 누가 옆에 와서 편지 쓰느냐고 얘기하지 않듯이 제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기자: 이 씨가 자신의 841일 간의 군 생활을 담아내놓는 이번 사진전에는 여느 군대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감춰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흔히들 군대에서 이야기하는 한 딱가리라고 이야기하는데 단기병들이 아침에 출근을 늦게 해서 완전군장을 하고 뺑뺑이를 돌고있는 상황입니다. 고참은 안에서 추위를 피해서 지키고 있다가 이 졸따구가 중대장님이 오신다고 이야기하면 잽싸게 완전군장을 하고 나와서 근무 서는 척을 하기 위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10여 년이 지나고 이제는 이름조차 희미해진 사람들, 하지만 사진 속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규철 씨가 이 사진을 세상에 다시 내놓는 것은 자신의 젊은 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규철(사진작가): 그 때의 시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봄으로써 내가 정말 그때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때 정말 바랬던 젊은 피가 끓던 그때의 꿈과 희망,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 그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았던 20대, 어쩌다 날아드는 편지는 읽고 또 읽었습니다. 부대 밖을 나서는 날 스쳐가는 풍경은 왜 그렇게도 반가웠던지... 하루하루 손꼽던 휴가 날이 다가오면 설렘과 함께 다림질을 하는 손끝에는 힘이 절로 들어갑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면 누구나 공감하며 잊지 못할 기억들, 하지만 이규철 씨는 사진 속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들에겐 모두의 추억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규철(사진작가): 제 아이가 이제 5살입니다. 20년 뒤에 제 아이가 군대를 가야 될 때가 온다면 제 마음은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그 친구가 군대를 갈 것인지 아니면 가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좋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기자: KBS뉴스 정찬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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