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 양, "다른사람 다 구했나"

입력 1995.07.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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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오늘 구조된 박승현양도 최명석 군과 또, 유지환 양 만큼 대단히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구조되는 순간에는 다른 매몰자들의 안부까지 물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연규선 기자가 구조순간 구조대와 박 양의 대화내용 정리 했습니다.


연규선 기자 :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비좁은 공간을 발견한 구조대원이 안쪽으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람 있어요?” 이때 “살려주세요.”하는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이어 구조대원이 전등을 안으로 비추자 “불빛을 비추지 말아요. 부끄러워요.” 박 양의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어요. 옷을 갖다 주세요.” 수줍어하는 박 양의 목소리. 희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의 의식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구조대원이 이어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벗은 게 문제냐며 다시 왜 옷을 벗었느냐고 묻자 “안이 너무 더워서” 라며 수줍게 대답 했습니다. 박 양은 또, 지난 11일 구조된 유지환 양처럼 처음에 구조대원이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듣고 여러 번 묻자 “박승현이라니까요, 잘 알아들으세요.” 하며 투정하듯 말했습니다. 물을 먹고 싶다기에 생수를 가져다준 구조대원에게는 엎드려 있어 물을 마실 수 없으니 빨대를 달라는 주문까지 하는 여유도 보였습니다. 박 양은 구조된 뒤에 갇혀 있은 지 오늘로 17째라는 말을 듣고는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언제인지 스님이 꿈속에 나타나 사과를 줘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박 양, 하지만 물 한 방울도 먹지 않아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을 그는, 병원에서는 아이스크림부터 찾았습니다. 박 양은 또,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다 구했느냐, 사람들이 많이 죽었느냐며 갇혀있던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죽음의 공간에서 방금 살아 돌아온 어린 10대 소녀는 놀랍도록 침착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KBS 뉴스, 연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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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현 양, "다른사람 다 구했나"
    • 입력 1995-07-15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오늘 구조된 박승현양도 최명석 군과 또, 유지환 양 만큼 대단히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구조되는 순간에는 다른 매몰자들의 안부까지 물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연규선 기자가 구조순간 구조대와 박 양의 대화내용 정리 했습니다.


연규선 기자 :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비좁은 공간을 발견한 구조대원이 안쪽으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람 있어요?” 이때 “살려주세요.”하는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이어 구조대원이 전등을 안으로 비추자 “불빛을 비추지 말아요. 부끄러워요.” 박 양의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어요. 옷을 갖다 주세요.” 수줍어하는 박 양의 목소리. 희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의 의식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구조대원이 이어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벗은 게 문제냐며 다시 왜 옷을 벗었느냐고 묻자 “안이 너무 더워서” 라며 수줍게 대답 했습니다. 박 양은 또, 지난 11일 구조된 유지환 양처럼 처음에 구조대원이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듣고 여러 번 묻자 “박승현이라니까요, 잘 알아들으세요.” 하며 투정하듯 말했습니다. 물을 먹고 싶다기에 생수를 가져다준 구조대원에게는 엎드려 있어 물을 마실 수 없으니 빨대를 달라는 주문까지 하는 여유도 보였습니다. 박 양은 구조된 뒤에 갇혀 있은 지 오늘로 17째라는 말을 듣고는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언제인지 스님이 꿈속에 나타나 사과를 줘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박 양, 하지만 물 한 방울도 먹지 않아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을 그는, 병원에서는 아이스크림부터 찾았습니다. 박 양은 또,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다 구했느냐, 사람들이 많이 죽었느냐며 갇혀있던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죽음의 공간에서 방금 살아 돌아온 어린 10대 소녀는 놀랍도록 침착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KBS 뉴스, 연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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