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포도, 억지로 익힌다

입력 1995.10.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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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익힌다; 착색제사용 포도잎 누렇게 죽어가는 경기도 포도산지내 포도밭및 착색제포도와 자연산포도 비교  #농약가게 착색제검출실험


류근찬 앵커 :

세상에 사람이 먹는걸 가지고 장난치는 것처럼 나쁜 짓이 없을 겁니다. 일부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새파란 포도를 농약으로 익혀서 내다팔고 있는 사실이 저희 KBS 취재팀에 의해서 확인됐습니다.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재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재익 기자 :

포도가 한창 나올때인 9월인데도 포도잎사귀가 누렇게 죽어가는 과수원들이여기저기 보입니다. 싱그런 잎을 자랑하는 이웃 포도원과 대조적입니다.


과수업자 :

흰가루병 때문에 잎이 변하기도 하고 착색제를 써서 그렇기도 해.


조재익 기자 :

흔히 착색제라고 불리는 이 농약은 포도가 나무에 달려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빨리 익히는 것이어서 포도 잎도 그만큼 빨리 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농약을 써서 억지로 익힌 포도는 빛깔은 좋지만 알맹이가 일반 포도보다 훨씬 무롭니다. 포도 알을 따보면 착색제를 쓴 포도는 꼭지가 칼로 베어낸 듯 힘없이 떨어집니다. 포도산지의 한 농약가게입니다. 착색제 농약이 몇 상자씩 쌓여있습니다. 또 다른 농약가게를 거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도밭에서도 이런 종류의 농약병들은 수두룩하게 발견됩니다.



농 민 :

추석 대목전에 (착색제 써) 출하하면 값도 오르고 그래서 좀 쓴다.



조재익 기자 :

얼마나 많은 포도가 이런 착색제 농약을 써서 익힌 것일까? 경기도와 서울의 주요 시장에서 산포도를 가지고 착색제 검출시험을 해봤습니다. 실험결과 시료로 쓴 6송이의 포도가운데 무려 5송이에서 적은양이지만 착색제 성분이 확인됐습니다. 캠벨로 불리는 알이 작은 포도에선 착색제 농약이 거봉포도보다 20배까지 더 많이 검출됐습니다. 살균제나 살충제처럼 필요한 농약이 아닌데도 착색제가 널리 쓰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착색제 농약을 얼마만큼 써도 좋은지를 알려주는 허용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농약사용과 허술한 보건행정 이제 소비자들은 과일 하나를 고르는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KBS 뉴스, 조재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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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포도, 억지로 익힌다
    • 입력 1995-10-11 21:00:00
    뉴스 9

억지로 익힌다; 착색제사용 포도잎 누렇게 죽어가는 경기도 포도산지내 포도밭및 착색제포도와 자연산포도 비교  #농약가게 착색제검출실험


류근찬 앵커 :

세상에 사람이 먹는걸 가지고 장난치는 것처럼 나쁜 짓이 없을 겁니다. 일부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새파란 포도를 농약으로 익혀서 내다팔고 있는 사실이 저희 KBS 취재팀에 의해서 확인됐습니다.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재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재익 기자 :

포도가 한창 나올때인 9월인데도 포도잎사귀가 누렇게 죽어가는 과수원들이여기저기 보입니다. 싱그런 잎을 자랑하는 이웃 포도원과 대조적입니다.


과수업자 :

흰가루병 때문에 잎이 변하기도 하고 착색제를 써서 그렇기도 해.


조재익 기자 :

흔히 착색제라고 불리는 이 농약은 포도가 나무에 달려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빨리 익히는 것이어서 포도 잎도 그만큼 빨리 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농약을 써서 억지로 익힌 포도는 빛깔은 좋지만 알맹이가 일반 포도보다 훨씬 무롭니다. 포도 알을 따보면 착색제를 쓴 포도는 꼭지가 칼로 베어낸 듯 힘없이 떨어집니다. 포도산지의 한 농약가게입니다. 착색제 농약이 몇 상자씩 쌓여있습니다. 또 다른 농약가게를 거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도밭에서도 이런 종류의 농약병들은 수두룩하게 발견됩니다.



농 민 :

추석 대목전에 (착색제 써) 출하하면 값도 오르고 그래서 좀 쓴다.



조재익 기자 :

얼마나 많은 포도가 이런 착색제 농약을 써서 익힌 것일까? 경기도와 서울의 주요 시장에서 산포도를 가지고 착색제 검출시험을 해봤습니다. 실험결과 시료로 쓴 6송이의 포도가운데 무려 5송이에서 적은양이지만 착색제 성분이 확인됐습니다. 캠벨로 불리는 알이 작은 포도에선 착색제 농약이 거봉포도보다 20배까지 더 많이 검출됐습니다. 살균제나 살충제처럼 필요한 농약이 아닌데도 착색제가 널리 쓰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착색제 농약을 얼마만큼 써도 좋은지를 알려주는 허용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농약사용과 허술한 보건행정 이제 소비자들은 과일 하나를 고르는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KBS 뉴스, 조재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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