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폼페이오 방북…꼬리 무는 북핵 은폐설

입력 2018.07.07 (07:49) 수정 2018.07.0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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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 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협상이 본격화됐습니다.

특히 미국의 방식이 기존보다 더욱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북한 측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심하는 관련 기사들이 잇따르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슈 앤 한반도에서는 2라운드로 접어든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과 미국에서 이어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 짚어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묵직한 가방을 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용기에 오릅니다.

최종 목적지는 평양. 북미정상회담 뒤 처음으로 방북 길에 나섰습니다.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팀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7월 5일 북한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1박 2일 동안 북한 측 고위 인사들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방북에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김 필리핀 대사와 앤드루 김 CIA 코리아센터장 등이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고 믿고 있다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정상 간 나눈 약속의 세부 내용을 채워 넣고 이에 대한 실행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0여 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북미 양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진 못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핵 비핵화 시간표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북미 두 나라의 이해를 구체화하는 임무를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 "우리는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북한 핵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해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했습니다.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1년 내 북한 핵 해체는 물론 핵미사일 일부 반출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미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방북 협상 의제는 북미 공동성명 이행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헤더 노어트/미국 국무부 대변인 : "폼페이오 장관이 그동안 거듭해서 말해왔기 때문에 북한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그동안 북한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왔습니다."]

미 국무부는 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FVD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 즉 CVID라는 포괄적 표현 대신 검증 절차에 더욱 집중하는 쪽으로 비핵화 목표를 재정의 한 겁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FFVD 역시 CVID의 거의 유사한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다만 검증과 관련된 부분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정에서 미국 쪽에 주요 관심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이 셋 중에서 검증가능한 것 여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것을 강조하는 그런 차원에서 FFVD가 미국에서 보다 강하게 제기됐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전부터 CVID는 패전국에나 쓰는 표현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던 북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열린 지난 1일 판문점 접촉에서도 북한은 CVID 등 최종 합의문에 담을 용어들을 확정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당국자의 표현을 빌자면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입구를 열기 위해 모 아니면 도라는 접근 방식을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완화하지 않으면 아예 판이 깨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한층 유연해진 접근법을 시도하는 쪽으로 수위를 낮췄다는 겁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물론 최대치는 어쨌든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우리가 기대하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일종의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는 거죠. 그 로드맵 안에는 말씀드린 비핵화에 대한 정의 그리고 시기 방법 그리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을 포함한 보상조건이 들어가야 됩니다. 그것은 이제 쉽지 않다는 거죠.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는 기존의 입장대로 어떻게 보면 비핵화 시간표도 안 정한 상태에서 조금 더 단계적으로 접근을 하겠다, 이제 그런 입장이기 때문에..."]

로이터 통신은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 보다는 단계적 협상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조언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평양을 떠나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 이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까지 열리면서 비핵와 문제 진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데요.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지난달 29일.

미 NBC 방송은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여러 비밀 장소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외에 다른 비밀 핵시설을 최소 1곳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튿날에는 워싱턴포스트가 미 국방정보국의 최신 보고서를 거론하며 북한이 핵탄두와 비밀 핵시설을 은폐하려 한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함흥 미사일 제조 공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CNN 방송은 미국 국방정보국은 현재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 보도들이 줄을 이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수전 콜린스/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북한은 지난 행정부와의 비핵화 합의에 대해 (우리를) 속였던 긴 역사가 있습니다. (신뢰할 만한) 사찰이 없으면 북한이 또다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을 맞을 때마다 이 같은 핵 의혹이 등장했습니다.

제네바 합의로 1차 북핵 위기가 잦아든 1998년, 미 뉴욕타임스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당시 60만 톤의 식량까지 지원하며 금창리 현장을 대대적으로 조사했지만, 동굴 어디에도 핵시설은 없었습니다.

[김대중/2000년 당시 대통령 : "우리 두 사람이 공동성명에 대해서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사상 첫 북일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냉전 해체 가능성이 열린 2002년.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의혹을 제기하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더한 것도 가질 권한이 있다고 맞섰습니다.

[제임스 켈리/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2002년 : "북한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비밀 핵무기 계획(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얘기했습니다."]

며칠 뒤 USA 투데이는 강석주의 발언이 고농축 우라늄 보유를 시인했다고 보도했고, 결국 북미 비핵화 협상은 무산됐습니다.

[2007년 9월 17일 KBS 뉴스 광장 : "북한과 시리아가 핵개발을 협력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미국 국방장관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2007년에는 북한의 시리아 핵 개발 지원설이 불거졌습니다.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리아 지하 핵시설에서 북한인 시신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2.13 합의와 10.3 합의 등을 이끌어낼 당시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이 시리아 핵시설을 지어줬다고 주장했고, 북미 간 협상 동력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동시에 이런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는 건 북미 두 나라가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 수 싸움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밀 시설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강조해 북한이 핵시설을 철저히 신고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입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내용들이 아마 이건 미 정부가 어느정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나오기는 힘들 거다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민간언론에서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은 아니고 상당히 고급정보들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우리가 충분히 알고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까 이것에 대해서 충실하게 성실하게 일종의 신고서를 작성을 해라. 이제 그런 메시지들을 보내고 있다 이제 그런 판단이 되네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북한과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며 이런 언론 보도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계속 전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의 핵 은폐설이 확대되고 조야에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견인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행의 첫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들을 경계하고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만이야말로 또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비핵화 기회를 잃지 않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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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폼페이오 방북…꼬리 무는 북핵 은폐설
    • 입력 2018-07-07 08:15:57
    • 수정2018-07-07 0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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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 뒤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협상이 본격화됐습니다.

특히 미국의 방식이 기존보다 더욱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북한 측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심하는 관련 기사들이 잇따르고 있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슈 앤 한반도에서는 2라운드로 접어든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과 미국에서 이어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 짚어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묵직한 가방을 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용기에 오릅니다.

최종 목적지는 평양. 북미정상회담 뒤 처음으로 방북 길에 나섰습니다.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팀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7월 5일 북한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1박 2일 동안 북한 측 고위 인사들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방북에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김 필리핀 대사와 앤드루 김 CIA 코리아센터장 등이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고 믿고 있다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정상 간 나눈 약속의 세부 내용을 채워 넣고 이에 대한 실행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0여 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북미 양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진 못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핵 비핵화 시간표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북미 두 나라의 이해를 구체화하는 임무를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 "우리는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북한 핵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해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했습니다.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1년 내 북한 핵 해체는 물론 핵미사일 일부 반출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미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방북 협상 의제는 북미 공동성명 이행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헤더 노어트/미국 국무부 대변인 : "폼페이오 장관이 그동안 거듭해서 말해왔기 때문에 북한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그동안 북한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왔습니다."]

미 국무부는 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FVD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 즉 CVID라는 포괄적 표현 대신 검증 절차에 더욱 집중하는 쪽으로 비핵화 목표를 재정의 한 겁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FFVD 역시 CVID의 거의 유사한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다만 검증과 관련된 부분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정에서 미국 쪽에 주요 관심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이 셋 중에서 검증가능한 것 여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것을 강조하는 그런 차원에서 FFVD가 미국에서 보다 강하게 제기됐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전부터 CVID는 패전국에나 쓰는 표현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던 북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열린 지난 1일 판문점 접촉에서도 북한은 CVID 등 최종 합의문에 담을 용어들을 확정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당국자의 표현을 빌자면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입구를 열기 위해 모 아니면 도라는 접근 방식을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완화하지 않으면 아예 판이 깨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한층 유연해진 접근법을 시도하는 쪽으로 수위를 낮췄다는 겁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물론 최대치는 어쨌든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우리가 기대하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일종의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는 거죠. 그 로드맵 안에는 말씀드린 비핵화에 대한 정의 그리고 시기 방법 그리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을 포함한 보상조건이 들어가야 됩니다. 그것은 이제 쉽지 않다는 거죠.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는 기존의 입장대로 어떻게 보면 비핵화 시간표도 안 정한 상태에서 조금 더 단계적으로 접근을 하겠다, 이제 그런 입장이기 때문에..."]

로이터 통신은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 보다는 단계적 협상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조언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평양을 떠나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 이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까지 열리면서 비핵와 문제 진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데요.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지난달 29일.

미 NBC 방송은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여러 비밀 장소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외에 다른 비밀 핵시설을 최소 1곳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튿날에는 워싱턴포스트가 미 국방정보국의 최신 보고서를 거론하며 북한이 핵탄두와 비밀 핵시설을 은폐하려 한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함흥 미사일 제조 공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CNN 방송은 미국 국방정보국은 현재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 보도들이 줄을 이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수전 콜린스/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북한은 지난 행정부와의 비핵화 합의에 대해 (우리를) 속였던 긴 역사가 있습니다. (신뢰할 만한) 사찰이 없으면 북한이 또다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을 맞을 때마다 이 같은 핵 의혹이 등장했습니다.

제네바 합의로 1차 북핵 위기가 잦아든 1998년, 미 뉴욕타임스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당시 60만 톤의 식량까지 지원하며 금창리 현장을 대대적으로 조사했지만, 동굴 어디에도 핵시설은 없었습니다.

[김대중/2000년 당시 대통령 : "우리 두 사람이 공동성명에 대해서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사상 첫 북일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냉전 해체 가능성이 열린 2002년.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의혹을 제기하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더한 것도 가질 권한이 있다고 맞섰습니다.

[제임스 켈리/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2002년 : "북한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비밀 핵무기 계획(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얘기했습니다."]

며칠 뒤 USA 투데이는 강석주의 발언이 고농축 우라늄 보유를 시인했다고 보도했고, 결국 북미 비핵화 협상은 무산됐습니다.

[2007년 9월 17일 KBS 뉴스 광장 : "북한과 시리아가 핵개발을 협력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미국 국방장관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2007년에는 북한의 시리아 핵 개발 지원설이 불거졌습니다.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리아 지하 핵시설에서 북한인 시신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2.13 합의와 10.3 합의 등을 이끌어낼 당시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이 시리아 핵시설을 지어줬다고 주장했고, 북미 간 협상 동력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동시에 이런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는 건 북미 두 나라가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 수 싸움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밀 시설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강조해 북한이 핵시설을 철저히 신고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입니다.

[박원곤/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내용들이 아마 이건 미 정부가 어느정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나오기는 힘들 거다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민간언론에서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은 아니고 상당히 고급정보들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우리가 충분히 알고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까 이것에 대해서 충실하게 성실하게 일종의 신고서를 작성을 해라. 이제 그런 메시지들을 보내고 있다 이제 그런 판단이 되네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북한과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며 이런 언론 보도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계속 전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의 핵 은폐설이 확대되고 조야에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견인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행의 첫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들을 경계하고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만이야말로 또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비핵화 기회를 잃지 않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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