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성희롱 실태조사 곳곳 허점…“피해자 실명 적어라”

입력 2018.07.24 (19:11) 수정 2018.07.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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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내 미투로 성희롱 의혹이 폭로된 교사가 학생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부산시 교육청이 전교생을 상대로 피해 조사를 벌인 가운데 이번엔 피해조사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강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부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을 폭로한 대자보가 붙여진 부산의 한 여고.

부산시 교육청은 방학 중인 전교생 510명을 소집해 피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까지 모두 출근해 조사를 받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합니다.

[부산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저희 마주치고 복도에 지나가면서 마주치고 아까 종례 하러 가면서도 마주치고... 꺼림칙하고 그랬어요. 왜 학교 나왔지?"]

일부 학생들은 , 조사지에 가해 교사는 물론 피해자의 실명까지 적어내야 하는 바람에 성희롱 피해를 입었는데도 설문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고 토로합니다.

[부산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이름) 적는게 살짝 부담스럽고 그래서 피해자 옆에 (이름 대신) 나 이렇게 적고..."]

실제로 설문지에 피해 사실을 적은 한 학생은 조사 후 담임 교사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지금 사과하고 싶다는데 괜찮냐" 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신원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성희롱 피해조사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부산시 교육청은 학교 성범죄 사건 처리 지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이 드러난 교사 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학교 측에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학생들을 분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현행 조사방식과 신원노출에 대한 수정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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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고 성희롱 실태조사 곳곳 허점…“피해자 실명 적어라”
    • 입력 2018-07-24 19:13:56
    • 수정2018-07-24 19: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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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내 미투로 성희롱 의혹이 폭로된 교사가 학생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부산시 교육청이 전교생을 상대로 피해 조사를 벌인 가운데 이번엔 피해조사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강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부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을 폭로한 대자보가 붙여진 부산의 한 여고.

부산시 교육청은 방학 중인 전교생 510명을 소집해 피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까지 모두 출근해 조사를 받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합니다.

[부산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저희 마주치고 복도에 지나가면서 마주치고 아까 종례 하러 가면서도 마주치고... 꺼림칙하고 그랬어요. 왜 학교 나왔지?"]

일부 학생들은 , 조사지에 가해 교사는 물론 피해자의 실명까지 적어내야 하는 바람에 성희롱 피해를 입었는데도 설문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고 토로합니다.

[부산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이름) 적는게 살짝 부담스럽고 그래서 피해자 옆에 (이름 대신) 나 이렇게 적고..."]

실제로 설문지에 피해 사실을 적은 한 학생은 조사 후 담임 교사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지금 사과하고 싶다는데 괜찮냐" 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신원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성희롱 피해조사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부산시 교육청은 학교 성범죄 사건 처리 지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이 드러난 교사 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학교 측에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학생들을 분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현행 조사방식과 신원노출에 대한 수정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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