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5년 만에 재개되는 ‘북한 집단 체조’

입력 2018.07.28 (08:07) 수정 2018.07.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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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의 집단 체조인데요.

북한이 올해 정권수립일을 맞아 5년 만에 집단체조 공연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미 관련 관광 상품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왜 5년간 집단체조를 중단했고, 또 재개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어두운 경기장 안.

한 여성이 홀로 조명을 받은 채 노래, 아리랑을 이어간다.

곧 경기장 전체가 밝아지고, 황금빛 의상을 입은 수많은 무용수들이 등장해 부채춤을 선보이더니,

이윽고 화려한 배경 중앙에 아리랑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다.

바로 북한의 대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다.

칼 군무와,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움직이는 카드섹션.

10만 명의 참가자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북한 집단체조의 대표작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은 2013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새로운 집단체조 재개한다는 소식이 북한 전문 여행업체를 통해 전해졌다.

[‘고려 여행사’ 직원 : "집단 체조는 9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9월9일 정권 수립일에 시작되고요."]

공연 제목은‘빛나는 조국’관람 상품도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고 업체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이 70주년을 맞은 정권수립일을 대대적으로 기념, 홍보하고 관광수입까지 내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국가적 행사에서 어쨌든 큰 이벤트를 해야되는데 큰 행사고 나름 상품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도 관광을 또 중시하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효과 플러스 관광까지 묶어 가지고 재개를 결정하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식 집단체조가 걸어온 빛나는 자욱’ : "온 세상 사람들이 끝없는 경탄과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우리의 집단체조!"]

집단체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자부심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부터 북한은 중요 기념일마다 집단체조를 진행해 왔다.

집단행동을 통해 사회통합을 추구하려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 특징이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모든 사회운영체제에서 집단성을 강조하고 집단체조는 특별히 그런 준비하는 과정이나 또 보는 사람들 전체에게 그런 집단주의정신을 고양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사회가 계기적 행사를 통해서 사회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고 이럴 때 많이 활용한다고 볼 수가 있겠죠."]

북한에서 집단체조가 큰 발전을 이룬 데는 김정일의 역할이 컸다.

1961년 공연된 집단체조 ‘로동당 시대’의 경우 김정일이 직접 발제, 지도한 첫 작품으로 북한은 이를 ‘조선식 집단체조’의 원형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김정일은 한사람처럼 움직이는 체육 선수, 글자를 넘어서 그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카드섹션 기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북한은 별도의 창작단까지 조직하면서 집단체조의 전성기를 열었다.

수많은 외국 수반들을 초청할 때마다 집단체조 공연은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1990년,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무대에 올린 이 집단체조에는 자그마치 청소년 5만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또 한 번 집단체조의 변화를 모색한다.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장쩌민 중국 주석이 김정일과 함께 관람해 유명해진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 로동당’북한은 역대 최대 인원인 10만 명을 동원해 체육 묘기에 무용과 음악이라는 예술장르까지 접목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북한만의 대집단체조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체육과 무용을 합쳤다. 그러니까 예술과 체육 이런 것들을 결합시킨 거죠. 그러니까 장르적으로 어쨌든 좀 독특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할 만한 것 같고 또 하나는 이제 북한에서 강조하는 규모성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서도 그 유사한 것들을 할 수가 없거든요."]

[‘아리랑’ 홍보영상 : "여기 평양에서 세상에 생겨 처음 보는 예술의 신비경, 21세기 예술의 대걸작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2년.

북한은 김일성 탄생 90년을 기념해 새 집단체조를 선보인다.

["한번 보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자신마저 완전히 잊게 될 대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

바로 아리랑 공연이다.

북한은 해외 콩쿠르 수상자는 물론 국내의 영재들이 참가한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아리랑은 북한의 독특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아리랑’ 관람객 : "공연이 너무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이런 공연을 어디서도 본 적 없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여행했어도 말입니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 내 분위기도 바꿔 놨다.

평양 곳곳에서 공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수시로 관광객이나 언론에 포착됐고, 많은 사람이 동원되다 보니 예술단과 평양 주민으로만 한정됐던 선발 대상도 북한 전역으로 확대됐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평양에서 안무가 선생님이 평양 선수들로 이제 안무를 짜가지고 지방에 내려와요. 각 지방마다 돌아다니면서 한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학생들한테 가르쳐요. 거기서 선발이 되면 그 학생들이 모집돼서 올라가는 거죠."]

2012년 개봉한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에는 아리랑을 준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중 합작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김선생님 학생들이 멘게 뭡니까? (배경책입니다) 배경책? (이제 가 보면 알게 됩니다)."]

먼저 공연의 배경 역할은 대부분 학생들의 몫이다.

군무를 추는 여성들은 전문 무용수가 아닌 공장 직원들이라는 설명도 영화에는 나온다.

["저들은 하루일이 끝나면 공장예술소조활동을 하고 군중무용도 한답니다."]

이렇게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동원된 주민들은 8개월 넘게 연습을 반복한다.

중요 무용수나 체육 선수들의 경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는 게 선수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아침에 6시에 기상을 해서 1시간 동안 조기훈련을 시켜요. 그리고 나서 7시부터는 아침식사 시키고 7시 40분부터는 출근을 해요. 5월 1일 경기장으로 거기에 가서 다 같이 연습을 하는 거죠. 하루종일 그냥 훈련 하다보면 이제 여관에 저녁시간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시간대가 한 11시에서 12시 정도 되어야 들어오곤 했었거든요."]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왜 이렇게 아리랑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높았을까?

전문가들은 아리랑이 단순한 집단체조를 넘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관광 상품으로의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2002년에 아리랑 공연을 처음 했을 때는 그건 분명하게 이제 공연제목에 있어서도 민족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걸로 보아서 해외동포를 포함한 다양한 관광객들이 왔으면 좋겠다. 실제로 당시에 북한의 관광천국에서는 관광상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뒤 2차례나 아리랑 공연장을 찾았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시대에도 아리랑 공연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북한당국은 뚜렷한 이유 없이 아리랑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모란봉 악단을 선두로 한 음악공연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을 동원하는 것보다 주민이 직접 즐기는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문화 정책 추세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모란봉악단을 만든다든지 야외를 한다든지 직접 참여하는 스킨십을 강조한다든지 이러면서 일종에 문화정치의 틀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아마 집단체조나 이런 것들은 약화되는 반면에 새로운 문화정치의 틀들이 만들어 진 것이 모란봉악단에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문화정책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아리랑 공연 중단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로 인권 침해 문제다.

실제 김정은 집권 뒤 해외 언론의 취재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습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지쳐 주저앉거나 실려 나가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리랑 공연에 참가했던 탈북민 역시 연습 내내 극심한 고통과 압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더위 속에서 훈련하다 보니까 애들이 더위를 먹어서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발 뒤축이 다 보이고 쓸리고 피나기도 하고 진짜 힘들었었어요. 훈련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 하고 싶을 때도 많았었어요. 그때마다 아~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반역자 집안이 되겠구나."]

국가행사에 강제로 동원돼 어린아이들조차 오랜 기간 가혹한 훈련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는 핵심적 이유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13년에 공연을 중단했을 때도 아마도 그런 외부의 시선들을 고려해서 그러니까 포함해서 아마 중단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인권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경우도 14세미만이라든가 이런 아동이 공연에 참여할 경우에는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과거나 지금의 북한체제에서는 그런 데에 대한 고려가 될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외부에서 볼 때는 인권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9월 공개될‘빛나는 조국’을 두고 이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한 집단체조 관광상품 판매 여행사 : "많은 사람들이 집단체조를 보러 북한에 갈 겁니다. (집단체조가 취소 될 수도 있나요?) 어떤 일이든 일어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5년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는 북한의 집단 체조 공연.

과거 대집단체조의 명성을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지 많은 이들이 북한을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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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8 08:29:09
    • 수정2018-07-28 08: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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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의 집단 체조인데요.

북한이 올해 정권수립일을 맞아 5년 만에 집단체조 공연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미 관련 관광 상품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왜 5년간 집단체조를 중단했고, 또 재개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어두운 경기장 안.

한 여성이 홀로 조명을 받은 채 노래, 아리랑을 이어간다.

곧 경기장 전체가 밝아지고, 황금빛 의상을 입은 수많은 무용수들이 등장해 부채춤을 선보이더니,

이윽고 화려한 배경 중앙에 아리랑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다.

바로 북한의 대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다.

칼 군무와,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움직이는 카드섹션.

10만 명의 참가자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북한 집단체조의 대표작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은 2013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새로운 집단체조 재개한다는 소식이 북한 전문 여행업체를 통해 전해졌다.

[‘고려 여행사’ 직원 : "집단 체조는 9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9월9일 정권 수립일에 시작되고요."]

공연 제목은‘빛나는 조국’관람 상품도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고 업체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이 70주년을 맞은 정권수립일을 대대적으로 기념, 홍보하고 관광수입까지 내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국가적 행사에서 어쨌든 큰 이벤트를 해야되는데 큰 행사고 나름 상품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도 관광을 또 중시하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효과 플러스 관광까지 묶어 가지고 재개를 결정하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식 집단체조가 걸어온 빛나는 자욱’ : "온 세상 사람들이 끝없는 경탄과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우리의 집단체조!"]

집단체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자부심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부터 북한은 중요 기념일마다 집단체조를 진행해 왔다.

집단행동을 통해 사회통합을 추구하려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 특징이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모든 사회운영체제에서 집단성을 강조하고 집단체조는 특별히 그런 준비하는 과정이나 또 보는 사람들 전체에게 그런 집단주의정신을 고양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사회가 계기적 행사를 통해서 사회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고 이럴 때 많이 활용한다고 볼 수가 있겠죠."]

북한에서 집단체조가 큰 발전을 이룬 데는 김정일의 역할이 컸다.

1961년 공연된 집단체조 ‘로동당 시대’의 경우 김정일이 직접 발제, 지도한 첫 작품으로 북한은 이를 ‘조선식 집단체조’의 원형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김정일은 한사람처럼 움직이는 체육 선수, 글자를 넘어서 그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카드섹션 기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북한은 별도의 창작단까지 조직하면서 집단체조의 전성기를 열었다.

수많은 외국 수반들을 초청할 때마다 집단체조 공연은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1990년,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무대에 올린 이 집단체조에는 자그마치 청소년 5만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또 한 번 집단체조의 변화를 모색한다.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장쩌민 중국 주석이 김정일과 함께 관람해 유명해진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 로동당’북한은 역대 최대 인원인 10만 명을 동원해 체육 묘기에 무용과 음악이라는 예술장르까지 접목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북한만의 대집단체조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체육과 무용을 합쳤다. 그러니까 예술과 체육 이런 것들을 결합시킨 거죠. 그러니까 장르적으로 어쨌든 좀 독특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할 만한 것 같고 또 하나는 이제 북한에서 강조하는 규모성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서도 그 유사한 것들을 할 수가 없거든요."]

[‘아리랑’ 홍보영상 : "여기 평양에서 세상에 생겨 처음 보는 예술의 신비경, 21세기 예술의 대걸작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2년.

북한은 김일성 탄생 90년을 기념해 새 집단체조를 선보인다.

["한번 보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자신마저 완전히 잊게 될 대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아리랑!"]

바로 아리랑 공연이다.

북한은 해외 콩쿠르 수상자는 물론 국내의 영재들이 참가한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아리랑은 북한의 독특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아리랑’ 관람객 : "공연이 너무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이런 공연을 어디서도 본 적 없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여행했어도 말입니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 내 분위기도 바꿔 놨다.

평양 곳곳에서 공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수시로 관광객이나 언론에 포착됐고, 많은 사람이 동원되다 보니 예술단과 평양 주민으로만 한정됐던 선발 대상도 북한 전역으로 확대됐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평양에서 안무가 선생님이 평양 선수들로 이제 안무를 짜가지고 지방에 내려와요. 각 지방마다 돌아다니면서 한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학생들한테 가르쳐요. 거기서 선발이 되면 그 학생들이 모집돼서 올라가는 거죠."]

2012년 개봉한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에는 아리랑을 준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중 합작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 "김선생님 학생들이 멘게 뭡니까? (배경책입니다) 배경책? (이제 가 보면 알게 됩니다)."]

먼저 공연의 배경 역할은 대부분 학생들의 몫이다.

군무를 추는 여성들은 전문 무용수가 아닌 공장 직원들이라는 설명도 영화에는 나온다.

["저들은 하루일이 끝나면 공장예술소조활동을 하고 군중무용도 한답니다."]

이렇게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동원된 주민들은 8개월 넘게 연습을 반복한다.

중요 무용수나 체육 선수들의 경우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는 게 선수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아침에 6시에 기상을 해서 1시간 동안 조기훈련을 시켜요. 그리고 나서 7시부터는 아침식사 시키고 7시 40분부터는 출근을 해요. 5월 1일 경기장으로 거기에 가서 다 같이 연습을 하는 거죠. 하루종일 그냥 훈련 하다보면 이제 여관에 저녁시간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시간대가 한 11시에서 12시 정도 되어야 들어오곤 했었거든요."]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왜 이렇게 아리랑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높았을까?

전문가들은 아리랑이 단순한 집단체조를 넘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관광 상품으로의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2002년에 아리랑 공연을 처음 했을 때는 그건 분명하게 이제 공연제목에 있어서도 민족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걸로 보아서 해외동포를 포함한 다양한 관광객들이 왔으면 좋겠다. 실제로 당시에 북한의 관광천국에서는 관광상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뒤 2차례나 아리랑 공연장을 찾았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시대에도 아리랑 공연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북한당국은 뚜렷한 이유 없이 아리랑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모란봉 악단을 선두로 한 음악공연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을 동원하는 것보다 주민이 직접 즐기는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문화 정책 추세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모란봉악단을 만든다든지 야외를 한다든지 직접 참여하는 스킨십을 강조한다든지 이러면서 일종에 문화정치의 틀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아마 집단체조나 이런 것들은 약화되는 반면에 새로운 문화정치의 틀들이 만들어 진 것이 모란봉악단에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문화정책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아리랑 공연 중단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로 인권 침해 문제다.

실제 김정은 집권 뒤 해외 언론의 취재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습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지쳐 주저앉거나 실려 나가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리랑 공연에 참가했던 탈북민 역시 연습 내내 극심한 고통과 압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수애/前 북한 리듬체조 선수/집단체조 ‘아리랑’ 참가자 : "더위 속에서 훈련하다 보니까 애들이 더위를 먹어서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발 뒤축이 다 보이고 쓸리고 피나기도 하고 진짜 힘들었었어요. 훈련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 하고 싶을 때도 많았었어요. 그때마다 아~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반역자 집안이 되겠구나."]

국가행사에 강제로 동원돼 어린아이들조차 오랜 기간 가혹한 훈련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는 핵심적 이유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13년에 공연을 중단했을 때도 아마도 그런 외부의 시선들을 고려해서 그러니까 포함해서 아마 중단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인권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경우도 14세미만이라든가 이런 아동이 공연에 참여할 경우에는 특별히 많은 배려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과거나 지금의 북한체제에서는 그런 데에 대한 고려가 될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외부에서 볼 때는 인권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9월 공개될‘빛나는 조국’을 두고 이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한 집단체조 관광상품 판매 여행사 : "많은 사람들이 집단체조를 보러 북한에 갈 겁니다. (집단체조가 취소 될 수도 있나요?) 어떤 일이든 일어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5년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는 북한의 집단 체조 공연.

과거 대집단체조의 명성을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지 많은 이들이 북한을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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