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공개 문건 들여다 보니…“국민은 이기적 존재”

입력 2018.08.01 (12:15) 수정 2018.08.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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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에 여론의 압박까지 이어지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들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문건에는 당시 상고법원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을 고립시키고, 압박한 것은 물론 언론을 활용하려 한 정황까지 담겼습니다.

이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네,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대법관 시절 법원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은 모두 196건인데요.

누구에게나 공정한 재판을 외쳤던 법관들이, 뒤로는 정치권과 언론에 자신들의 숙원사업을 위해서,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법관들이 작성한 문건인지, 로비스트들이 만든 건지, 헷갈릴 정돕니다.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일반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다!' 2014년 8월, 법원 행정처 문건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국민들이 "내 사건만큼은 대법원에서 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고법원 도입 논리가 안 먹힌다고 분석하면서 나온 얘깁니다.

법원의 조직 논리 앞에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해서 회유와 압박을 하려고 했던 정황도 구체적입니다.

특히, 여야 지도부와 상고법원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법사위원들이 집중 공략 대상 이었습니다.

2015년 9월에 작성된 문건인데요.

법사위원을 설득할 파격적인 방안을 모색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이상민 의원에 대한 맞춤 전략이 등장하는데요.

총선 공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이 의원 지역구가 대전 유성인데, 특허 관련 소송을 대전에 있는 '특허 법원'으로 몰아주는 법안이 언급됐습니다.

이 법안은 실제로 몇 달 뒤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향해서도 구애를 펼쳤습니다.

이병석 의원은 경북 포항이 지역구 였는데, 대구법원 청사 이전 같은 지역 발전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자고 했습니다.

상고법원만 도입시켜주면, 지역구에 선물을 던져주는 거래도 할 수 있단 겁니다.

상고법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서기호 의원에 대해선, 더 노골적이었습니다.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 전 의원은 당시 대법원장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거든요.

이걸 활용해야 한다면서, "변론 종결을 통해서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문건이 작성된 지 이틀 후에, 1심 재판 변론이 종결 됐고, 한달 쯤 뒤에 서 전 의원은 패소했습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언론을 집중 공략 하는 계획도 세웠는데요.

조선일보를 '우군'으로 삼는 걸 앞세웠습니다.

2015년 4월에 만들어진 문건인데요.

제목이, '조선일보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입니다.

그 방법으론 설문조사와 좌담회 같은 걸 언급했습니다.

설문조사 비용은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광고를 내면서, 광고비에 포함시키자는 계획까지 나와 있습니다.

네, 쭉 보시면서 도대체 상고법원이란 게 뭐길래,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으실 겁니다.

핵심만 정리해 드리면요.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판결 지연 같은 부작용이 생기니까,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고, 교통사고 같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은 따로 재판 받게 하잔 거구요.

이걸 위해서 '상고법원'을 만드는 걸 양승태 대법원장이 힘 줘서 밀어붙였던 겁니다.

그 과정을 이번 문건에서 확인한 셈이구요.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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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 공개 문건 들여다 보니…“국민은 이기적 존재”
    • 입력 2018-08-01 12:17:12
    • 수정2018-08-01 13:03:52
    뉴스 12
[앵커]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에 여론의 압박까지 이어지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들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문건에는 당시 상고법원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을 고립시키고, 압박한 것은 물론 언론을 활용하려 한 정황까지 담겼습니다.

이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네,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대법관 시절 법원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은 모두 196건인데요.

누구에게나 공정한 재판을 외쳤던 법관들이, 뒤로는 정치권과 언론에 자신들의 숙원사업을 위해서,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법관들이 작성한 문건인지, 로비스트들이 만든 건지, 헷갈릴 정돕니다.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일반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다!' 2014년 8월, 법원 행정처 문건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국민들이 "내 사건만큼은 대법원에서 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고법원 도입 논리가 안 먹힌다고 분석하면서 나온 얘깁니다.

법원의 조직 논리 앞에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해서 회유와 압박을 하려고 했던 정황도 구체적입니다.

특히, 여야 지도부와 상고법원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법사위원들이 집중 공략 대상 이었습니다.

2015년 9월에 작성된 문건인데요.

법사위원을 설득할 파격적인 방안을 모색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이상민 의원에 대한 맞춤 전략이 등장하는데요.

총선 공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이 의원 지역구가 대전 유성인데, 특허 관련 소송을 대전에 있는 '특허 법원'으로 몰아주는 법안이 언급됐습니다.

이 법안은 실제로 몇 달 뒤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향해서도 구애를 펼쳤습니다.

이병석 의원은 경북 포항이 지역구 였는데, 대구법원 청사 이전 같은 지역 발전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자고 했습니다.

상고법원만 도입시켜주면, 지역구에 선물을 던져주는 거래도 할 수 있단 겁니다.

상고법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서기호 의원에 대해선, 더 노골적이었습니다.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 전 의원은 당시 대법원장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거든요.

이걸 활용해야 한다면서, "변론 종결을 통해서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문건이 작성된 지 이틀 후에, 1심 재판 변론이 종결 됐고, 한달 쯤 뒤에 서 전 의원은 패소했습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언론을 집중 공략 하는 계획도 세웠는데요.

조선일보를 '우군'으로 삼는 걸 앞세웠습니다.

2015년 4월에 만들어진 문건인데요.

제목이, '조선일보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입니다.

그 방법으론 설문조사와 좌담회 같은 걸 언급했습니다.

설문조사 비용은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광고를 내면서, 광고비에 포함시키자는 계획까지 나와 있습니다.

네, 쭉 보시면서 도대체 상고법원이란 게 뭐길래,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으실 겁니다.

핵심만 정리해 드리면요.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판결 지연 같은 부작용이 생기니까,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고, 교통사고 같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은 따로 재판 받게 하잔 거구요.

이걸 위해서 '상고법원'을 만드는 걸 양승태 대법원장이 힘 줘서 밀어붙였던 겁니다.

그 과정을 이번 문건에서 확인한 셈이구요.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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