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규모 투자·채용 발표 배경은?…재벌 개혁 기조 변화?

입력 2018.08.08 (21:03) 수정 2018.08.0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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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8일) 삼성의 발표는 정부가 재벌에 투자나 고용을 압박하거나 구걸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서 나왔습니다.

시중에 이런 저런 논란을 어떻게 봐야 되는건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자리에 청와대 출입하는 김기현 기자와 기획재정부를 취재하는 임세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두 분 반갑습니다.

김동연 부총리가 이틀전에 삼성전자를 방문했을 때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삼성이 오늘(8일)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걸 어떻게 봐야 되나요?

[기자]

사실 삼성은 발표가 다 준비돼 있었고, 청와대, 기획재정부와 조율해 이틀 만에 발표를 한 겁니다.

당일 발표를 안 한 건 종용이나 구걸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이틀 뒤에 발표한다고 해서 그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투자하고, 일자리 늘려달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요청에 삼성이 분명히 답을 내놓은 겁니다.

[앵커]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생산현장을 방문하는 행보가 부쩍 늘었는데요.

이렇게 정부가 기업을 찾아다니며 손을 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 논란이 많던데요 ?

[기자]

삼성이 다섯 번째였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서 간담회를 열고 전경련이 기업들의 투자 계획, 고용 계획을 모아서 발표하곤 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나 전경련이나 그럴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종 경제 지표가 고꾸라지는 마당에 경제를 총괄하는 김동연 부총리 입장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대기업이든 누구든 만나서 어려움 해소해 주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청와대는 오늘(8일) 삼성 발표가 내심 반가울텐데 경제지표가 계속 악화되는데 대해서 요즘 청와대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기자]

청와대에서도 투자와 고용 창출 등 경제 분야 성과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뿐만 아니라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최근 기업인들을 비공개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 정부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장 실장까지 투자 독려에 나선 셈입니다.

여기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와 달리 국내 투자엔 시장 규제 등을 내세워 유독 인색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은 경제 불황 때문에 재벌개혁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기자]

개혁은 개혁이고 투자는 투자다. 이런 입장입니다.

사실 재벌 개혁은 문재인 정부 ‘공정 경제’의 핵심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혁 같은 과제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성장과 고용을 재벌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간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청와대는 일단 재벌 개혁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은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개별 기업들의 투자 확대 걸림돌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할 거라는 설명인데요.

사실상 성과를 위한 우클릭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계 입장에선 기업들이 이렇게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 뭔가 당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삼성을 타겟으로 한 재벌개혁, 공정경쟁, 이런 정책이 이참에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냐 하는 기대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삼성으로서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마무리하고 정부의 기조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니까요.

이번 투자 발표가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습니다.

꼭 정부의 청이 있지 않더라도 삼성 입장에서는 해야 하는 투자와 채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도 하고, 또,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숨죽여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죠.

와중에 어제(7일) 대통령이 붉은 깃발론, 얘기까지 꺼내 들며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으니 삼성을 포함해서 대기업들은 이제 규제가 좀 풀리고, 재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도 좀 해소되는 것 아니냐, 조심스럽게 기대할법한 상황입니다.

[앵커]

청와대 입장에선 재벌 개혁도 해야 되고, 또 기업들 협조를 통해 경제 성장도 해야 되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인데 이게 말처럼 쉬울까요?

[기자]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으로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이게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외교 안보 분야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제 영역에 던진 일종의 승부수로 보입니다.

한 번 원칙을 정하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문 대통령의 정치 방식으로 볼 때, 지지층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규제 개혁 행보는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개혁에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거나 경제 지표가 구상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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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대규모 투자·채용 발표 배경은?…재벌 개혁 기조 변화?
    • 입력 2018-08-08 21:07:16
    • 수정2018-08-08 21: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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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8일) 삼성의 발표는 정부가 재벌에 투자나 고용을 압박하거나 구걸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서 나왔습니다.

시중에 이런 저런 논란을 어떻게 봐야 되는건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자리에 청와대 출입하는 김기현 기자와 기획재정부를 취재하는 임세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두 분 반갑습니다.

김동연 부총리가 이틀전에 삼성전자를 방문했을 때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삼성이 오늘(8일)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걸 어떻게 봐야 되나요?

[기자]

사실 삼성은 발표가 다 준비돼 있었고, 청와대, 기획재정부와 조율해 이틀 만에 발표를 한 겁니다.

당일 발표를 안 한 건 종용이나 구걸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이틀 뒤에 발표한다고 해서 그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투자하고, 일자리 늘려달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요청에 삼성이 분명히 답을 내놓은 겁니다.

[앵커]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생산현장을 방문하는 행보가 부쩍 늘었는데요.

이렇게 정부가 기업을 찾아다니며 손을 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 논란이 많던데요 ?

[기자]

삼성이 다섯 번째였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서 간담회를 열고 전경련이 기업들의 투자 계획, 고용 계획을 모아서 발표하곤 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나 전경련이나 그럴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종 경제 지표가 고꾸라지는 마당에 경제를 총괄하는 김동연 부총리 입장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대기업이든 누구든 만나서 어려움 해소해 주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청와대는 오늘(8일) 삼성 발표가 내심 반가울텐데 경제지표가 계속 악화되는데 대해서 요즘 청와대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기자]

청와대에서도 투자와 고용 창출 등 경제 분야 성과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뿐만 아니라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최근 기업인들을 비공개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 정부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장 실장까지 투자 독려에 나선 셈입니다.

여기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와 달리 국내 투자엔 시장 규제 등을 내세워 유독 인색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은 경제 불황 때문에 재벌개혁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기자]

개혁은 개혁이고 투자는 투자다. 이런 입장입니다.

사실 재벌 개혁은 문재인 정부 ‘공정 경제’의 핵심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혁 같은 과제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성장과 고용을 재벌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간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청와대는 일단 재벌 개혁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은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개별 기업들의 투자 확대 걸림돌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할 거라는 설명인데요.

사실상 성과를 위한 우클릭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계 입장에선 기업들이 이렇게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 뭔가 당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삼성을 타겟으로 한 재벌개혁, 공정경쟁, 이런 정책이 이참에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냐 하는 기대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삼성으로서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마무리하고 정부의 기조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니까요.

이번 투자 발표가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습니다.

꼭 정부의 청이 있지 않더라도 삼성 입장에서는 해야 하는 투자와 채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도 하고, 또,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숨죽여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죠.

와중에 어제(7일) 대통령이 붉은 깃발론, 얘기까지 꺼내 들며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으니 삼성을 포함해서 대기업들은 이제 규제가 좀 풀리고, 재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도 좀 해소되는 것 아니냐, 조심스럽게 기대할법한 상황입니다.

[앵커]

청와대 입장에선 재벌 개혁도 해야 되고, 또 기업들 협조를 통해 경제 성장도 해야 되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인데 이게 말처럼 쉬울까요?

[기자]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으로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이게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외교 안보 분야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경제 영역에 던진 일종의 승부수로 보입니다.

한 번 원칙을 정하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문 대통령의 정치 방식으로 볼 때, 지지층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규제 개혁 행보는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개혁에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거나 경제 지표가 구상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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