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얀마 인권의 상징 ‘아웅 산 수치’의 침묵

입력 2018.09.06 (20:39) 수정 2018.09.06 (20: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가 최고 지도자가, 로힝야족 학살에 이어 이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투옥되어도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건데요.

노벨 평화상 박탈 논란까지 벌어져도 꿈쩍하지 않는 수치 여사.

왜 그런 걸까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선 인권의 상징이 인권을 말하지 못하게 된 속사정을 짚어봅니다.

이제 UN까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수치 여사의 이미지 추락이 거듭되고 있네요.

[기자]

네. 아웅산 수치 여사는 서양에서 '더 레이디'로 불립니다.

존경의 뜻을 담고 있는데요.

수치 여사의 삶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1988년 8월 군부 독재 반대 집회가 한창이었던 미얀마입니다.

가녀린 여성이 시위 행렬을 이끌고, 총을 든 군인들은 그녀를 보자 벌벌 떨면서 총구를 내립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아웅산 장군의 딸 수치 여사였기 때문입니다.

군부는 그녀를 차마 감옥에 가두지 못했고, 대신 15년 동안 가택연금을 시켰습니다.

1991년 영국인 남편과 아들이 대신 받은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연금 상태에서 피아노를 치며 듣던 모습은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더 레이디'에서 묘사됐고요.

수상 20년이 지나서야 노르웨이에서 수락 연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그녀가 이끈 야당이 2015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하며 군부 독재가 끝났습니다.

[앵커]

영화는 헤피엔딩인 셈인데, 그 이후로 현실 정치에 참여한 수치 여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썩 좋지가 않아요?

[기자]

네. 수치 여사는 외국인 배우자를 두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미얀마 헌법에 따라 국가 자문역과 외무장관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의 국가 수반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 이어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투옥되어도 침묵하면서 UN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다 체포돼 징역형이 선고된 외신 소속 미얀마 기자 2명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온 모습입니다.

과거 수치 여사를 존경했지만 이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칫수윈/초소에우 기자 부인 : "남편은 결백합니다. 7년 형을 받았다는 것은 전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혐의는 공직비밀법 위반인데요.

영국 식민지 시절에 제정됐고요.

정부 비밀을 유출할 경우 최장 1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겁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종교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라고 밝혔고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침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기소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첼 바첼렛/유엔 인권 고등위원 : "미얀마 정부에게 빠른 시일 내에 기자들을 석방할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은 따로 있는데, 왜 침묵 중인 수치 여사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아무래도, 인권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침묵하는 건 방관 내지는 소극적 지지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앵커]

수치 여사 입장에선 자신의 이미지가 계속 무너지고 있는데 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국제사회만 감안하면 종교와 언론의 자유 보장해라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미얀마 내부 사정을 보면 좀 복잡합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곳이 로힝야족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이슬람교를 믿고 있고요.

미얀마는 67% 가량의 버마족과 130여 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인데요.

대부분 불교를 믿습니다.

미얀마 인구가 5천 6백만 정도인데 로힝야족은 수십만 명 가량입니다.

이슬람과 적대적인 다른 소수 민족들은 로힝야족을 차라리 종교가 같고, 민족이 유사한 이웃 방글라데시로 보내버리라는 정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수치 여사가 정말 인권을 생각한다면 국내 지지층이 등을 돌리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기자]

네. 서양에서는 그래서 수치 여사가 변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수치 여사는 BBC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아웅산 수치/2013년 : "(종교 갈등으로 인한) 공포는 이슬람 교도들 뿐만 아니라 불교도들 사이에도 있습니다."]

미얀마가 종교 문제로 갈등을 빚을 것을 예상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정부군이 무장세력 토벌을 이유로 로힝야족 거주지에 쳐들어가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웅산 수치/2017년 : "인종청소라는 표현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표현하기에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불가하다는 답변이 나오긴 했지만, 노벨 평화상 취소 여론까지 있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를 비롯한 도시에서 명예 시민권도 취소되고 있고요.

광주광역시도 수치에게 수여한 인권상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과거 인권 운동가였던 수치 여사가 현실 정치에 물든 걸까요?

아니면 서양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어 왔던 것일까요?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미얀마 인권의 상징 ‘아웅 산 수치’의 침묵
    • 입력 2018-09-06 20:45:37
    • 수정2018-09-06 20:49:02
    글로벌24
[앵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가 최고 지도자가, 로힝야족 학살에 이어 이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투옥되어도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건데요.

노벨 평화상 박탈 논란까지 벌어져도 꿈쩍하지 않는 수치 여사.

왜 그런 걸까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선 인권의 상징이 인권을 말하지 못하게 된 속사정을 짚어봅니다.

이제 UN까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수치 여사의 이미지 추락이 거듭되고 있네요.

[기자]

네. 아웅산 수치 여사는 서양에서 '더 레이디'로 불립니다.

존경의 뜻을 담고 있는데요.

수치 여사의 삶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1988년 8월 군부 독재 반대 집회가 한창이었던 미얀마입니다.

가녀린 여성이 시위 행렬을 이끌고, 총을 든 군인들은 그녀를 보자 벌벌 떨면서 총구를 내립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아웅산 장군의 딸 수치 여사였기 때문입니다.

군부는 그녀를 차마 감옥에 가두지 못했고, 대신 15년 동안 가택연금을 시켰습니다.

1991년 영국인 남편과 아들이 대신 받은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연금 상태에서 피아노를 치며 듣던 모습은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더 레이디'에서 묘사됐고요.

수상 20년이 지나서야 노르웨이에서 수락 연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그녀가 이끈 야당이 2015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하며 군부 독재가 끝났습니다.

[앵커]

영화는 헤피엔딩인 셈인데, 그 이후로 현실 정치에 참여한 수치 여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썩 좋지가 않아요?

[기자]

네. 수치 여사는 외국인 배우자를 두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미얀마 헌법에 따라 국가 자문역과 외무장관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의 국가 수반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로힝야족 학살 방관에 이어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투옥되어도 침묵하면서 UN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다 체포돼 징역형이 선고된 외신 소속 미얀마 기자 2명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온 모습입니다.

과거 수치 여사를 존경했지만 이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칫수윈/초소에우 기자 부인 : "남편은 결백합니다. 7년 형을 받았다는 것은 전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혐의는 공직비밀법 위반인데요.

영국 식민지 시절에 제정됐고요.

정부 비밀을 유출할 경우 최장 1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겁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종교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라고 밝혔고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침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기소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첼 바첼렛/유엔 인권 고등위원 : "미얀마 정부에게 빠른 시일 내에 기자들을 석방할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은 따로 있는데, 왜 침묵 중인 수치 여사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아무래도, 인권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침묵하는 건 방관 내지는 소극적 지지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앵커]

수치 여사 입장에선 자신의 이미지가 계속 무너지고 있는데 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국제사회만 감안하면 종교와 언론의 자유 보장해라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미얀마 내부 사정을 보면 좀 복잡합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곳이 로힝야족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이슬람교를 믿고 있고요.

미얀마는 67% 가량의 버마족과 130여 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인데요.

대부분 불교를 믿습니다.

미얀마 인구가 5천 6백만 정도인데 로힝야족은 수십만 명 가량입니다.

이슬람과 적대적인 다른 소수 민족들은 로힝야족을 차라리 종교가 같고, 민족이 유사한 이웃 방글라데시로 보내버리라는 정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수치 여사가 정말 인권을 생각한다면 국내 지지층이 등을 돌리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기자]

네. 서양에서는 그래서 수치 여사가 변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수치 여사는 BBC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아웅산 수치/2013년 : "(종교 갈등으로 인한) 공포는 이슬람 교도들 뿐만 아니라 불교도들 사이에도 있습니다."]

미얀마가 종교 문제로 갈등을 빚을 것을 예상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정부군이 무장세력 토벌을 이유로 로힝야족 거주지에 쳐들어가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웅산 수치/2017년 : "인종청소라는 표현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표현하기에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불가하다는 답변이 나오긴 했지만, 노벨 평화상 취소 여론까지 있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를 비롯한 도시에서 명예 시민권도 취소되고 있고요.

광주광역시도 수치에게 수여한 인권상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과거 인권 운동가였던 수치 여사가 현실 정치에 물든 걸까요?

아니면 서양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어 왔던 것일까요?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