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민속 체육…씨름과 널뛰기

입력 2018.09.29 (08:08) 수정 2018.09.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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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도 추석은 대표적 명절입니다.

여러 가지 민속놀이도 많이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특히 씨름의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매년 추석 때마다 이른바 북한 천하장사를 선발하고, TV로 중계방송도 합니다.

널뛰기도 인기가 많은데, 40년 동안 널뛰기 명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데요.

북한의 천하장사, 그리고 널뛰기 명수 어떤 사람일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만나 보시죠.

[리포트]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자리 잡은 씨름 경기장.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북한 천하장사를 가리는 전국민족씨름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나온 선수들은 평안북도의 조명진 선수와 황해남도의 손광철 선수입니다."]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평안북도 대표 조명진 선수.

["평안북도의 조명진 선수는 제13차, 제14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에서 연이어 1등을 해서 2연승을 보유한 선수입니다."]

몸무게 91킬로그램의 다부진 체격은 올해 38살이란 나이를 무색케 한다.

지난해 추석, 조명진 선수는 결승에서 20대의 강원도 대표 김정수 선수와 맞붙었다.

서로의 샅바를 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시작하더니, 첫째 판은 청샅바 김정수 선수의 승리. 하지만 두 번째 판부터 조명진 선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명진 선수가 자기 큰 키를 이용해서 상대방 드는 걸 덧걸이로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1 대 1 상황에서 펼쳐진 세 번째 승부. 조명진 선수는 접전 끝에 열 살 어린 김정수 선수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장사가 된 것이다.

[북한 가요 ‘씨름은 좋아’ : "마주 잡고 빙빙 돌며 공격기회 노리누나. 서로 발로 툭툭 치며 맥을 짚어 보는구나. 어허허 어허허 닐리리 하좋다. 씨름은 씨름은 좋아. 좋다!"]

이후 북한 전역에서 조명진 선수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선수와 가족들이 TV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조명진(3년 연속 대황소상 씨름 경기 우승) : "그때 대황소의 주인이 된 저보다도 더 기쁜 마음으로 저를 축복해준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잊히지 않습니다."]

[장미경/조명진 아내 :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우람찬 사나이와 사는 것이 어떤가 하고 묻곤 합니다. 전 자랑스럽고 정말 행복합니다."]

조명진 선수의 고향인 평안북도를 씨름의 고장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방영됐다.

[리학천/평안북도민 : "평안북도 영주하면 쌀 고장으로 이름이 나고 우리 남암리 하면 오리가 많아서 고장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그 자랑과 함께 씨름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조명진 선수가 이른바 깜짝 스타로 발돋움 한데는 민족 전통 명절인 추석을 맞아 열린다는대회 특성도 크게 작용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씨름을 하면 옛날부터 우리 인민들은 황소를 타는 게 그게 전통 유래됐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대황소상이라 한다면서 씨름하면 무조건 대황소를 노나주는 게 TV로 그대로 다 생중계 한다니까 다 나오면 진짜 유명하게 합니다."]

[차리혁/2014년 탈북 : "씨름을 많이 했다 하던분들 그리고 좀 힘깨나 쓰시는 분들 이런 분들 위주로해서 이제 시나 도 보내면 그 이기고 들어오게 되면 막 환영을 해요 그걸또 이제 시 도에서 환영을 하다보니까 큰 자기에 대한 긍지감을 가지려고 이제 부여감을 가지는 거죠 그래서 그 경기에 대해서 무조건 이기려고 노력들을 많이 하죠."]

[9월 24일, 제1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 "온 나라에 체육 열풍이 더욱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열다섯 번째로 막을 올린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는 어느덧 결승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3년 간 쌓아온 명성으로 올해도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지목된 조명진 선수. 경기 초반부터 있는 힘껏 밀어 붙여 보지만 상대 선수도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한다. 거친 숨을 거듭 몰아쉬며 경기에 집중하지만 젊은 선수를 감당하기가 이제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선수가 나이차이가 많은데 조명진 선수 서른여덟 살, 손광철 선수가 스물아홉 살로써 나이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관중들의 응원에 다시 한 번 힘을 내 보지만 또다시 쓰러지고 마는 조명진 선수. 결국 연이어 두 판을 내주고 만다. 수년간 씨름판을 호령했던 북한 이만기의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다.

["이번 제 1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1등은 강원도의 김정수 선수가...."]

올해 대회 우승은 지난해 조명진 선수에 밀려 2등을 했던 강원도 김정수에게 돌아갔다. 특히 올해는 1,2,3등 모두 20대 젊은 선수들이 차지하며 북한 씨름판에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중앙TV ‘민족의 자랑 조선씨름’ : "우리 민족의 슬기와 지혜, 넋과 기상이 어려 있는 조선 씨름"]

이렇듯 북한에서도 씨름은 대표적인 민속 운동이다.

북한 당국도 씨름을 한민족의 전통운동이라 칭하며 1960년대 들어서는 민족체육경기로 지정해 주민들에게 장려해 왔다.

특히 1994년부터, 1등 상품으로 큰 황소나 금으로 만든 방울 등을 내걸고 경기 전 과정도 TV로 중계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씨름의 인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휴식 시간은 물론 휴일에도 작업반별로 씨름 연습을 할 정도다.

[김춘광/평안북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도는 씨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고 해마다 봄과 가을에 지역별 계층별 씨름 경기를 자주 조직해서 전망성 있는 씨름 선수들을 찾아내고 씨름 선수 후비 양성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물론 모래 위에서 진행되는 우리 씨름판과 달리 북한은 매트 위에서 경기를 하고, 또 선수들이 상하의를 갖춰 입는 등 남과 북 씨름의 다른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남북 모두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만큼 민족 문화에 대한 애정만큼은 같아 보인다.

씨름판에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면 또 다른 민속체육, 널뛰기에선 40년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가 있다. 평양 모란봉의 민속놀이터.

전문 널뛰기 선수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하늘을 찌를 기세로 높이 뛰어 오르는 선수들. 이들 옆에서 널뛰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여성이 눈에 띈다.

바로 북한 널뛰기 최강자 선우정옥 선수다. 올해 나이 쉰일곱. 손녀까지 둔 할머니지만 자그마치 40년 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박영일/체육성 국장 : "손녀까지 거느린 할머니가 경기에 참가해서 새 기록을 창조하고 1등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체육전문가들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따낸 메달과 우승컵은 집을 가득 채울 정도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선 널뛰기가 대표적인 민속체육 중 하나다.

[강나라 (2014년 탈북) : "명절이 되면 또 TV 프로그램으로 평양에서 그리고 또 지방 곳곳에서 민속놀이 하는 걸 생중계로 내보내거나 녹화 실황으로 내보내거든요 그때 좀 많이 했던 게 윷놀이랑 널뛰기같은 경우에는 저희 엄마 세대에 정말 많이 했어요 저희 엄마 같은 경우에도 널뛰기를 해서 북한의 달력 표면지에 나오기도 했었거든요."]

북한 최대 규모 체육 대회인 인민체육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곧바로 위로 뛰는 곧추뛰기, 그리고 부채나 탬버린 같은 작은 도구를 이용하는 재주 뛰기 등 널뛰기 종목도 다양하다. 40년 넘게 정상 자리를 지켜 온 1인자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선우정옥/널뛰기 선수 : "저는 귀중한 우리 민속전통, 우리 널뛰기를 끝없이 빛내어 나가는데 한 생을 다 바쳐 나가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널뛰기 사랑은 서커스 프로그램에 널뛰기를 응용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널뛰기 서커스 프로그램으로 북한은 2014년 중국 국제교예축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한 북한.

이때면 가족끼리, 또는 마을 주민끼리 씨름과 그네, 윷놀이 등을 즐기는 모습을 북한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휴전선 남쪽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생각만 해도 (웃음) 막 좋을 거 같습니다. 진짜 생각만 해도. 우리가 그래도 내려온 전통이 다 같지 않습니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진짜. 누가 이기고야 뭐 여기서 뭐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도 한민족이니까 같이 모여서 한다는 거 그 자체만 해도 중요한 거지 않습니까?"]

머지않아 남과 북 주민이 모래판에서 서로 샅바를 부여잡고, 또 함께 널을 뛰며 하늘 높이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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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민속 체육…씨름과 널뛰기
    • 입력 2018-09-29 08:30:05
    • 수정2018-09-29 08:49:59
    남북의 창
[앵커]

북한에서도 추석은 대표적 명절입니다.

여러 가지 민속놀이도 많이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특히 씨름의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매년 추석 때마다 이른바 북한 천하장사를 선발하고, TV로 중계방송도 합니다.

널뛰기도 인기가 많은데, 40년 동안 널뛰기 명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데요.

북한의 천하장사, 그리고 널뛰기 명수 어떤 사람일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만나 보시죠.

[리포트]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자리 잡은 씨름 경기장.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북한 천하장사를 가리는 전국민족씨름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나온 선수들은 평안북도의 조명진 선수와 황해남도의 손광철 선수입니다."]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평안북도 대표 조명진 선수.

["평안북도의 조명진 선수는 제13차, 제14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에서 연이어 1등을 해서 2연승을 보유한 선수입니다."]

몸무게 91킬로그램의 다부진 체격은 올해 38살이란 나이를 무색케 한다.

지난해 추석, 조명진 선수는 결승에서 20대의 강원도 대표 김정수 선수와 맞붙었다.

서로의 샅바를 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시작하더니, 첫째 판은 청샅바 김정수 선수의 승리. 하지만 두 번째 판부터 조명진 선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명진 선수가 자기 큰 키를 이용해서 상대방 드는 걸 덧걸이로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1 대 1 상황에서 펼쳐진 세 번째 승부. 조명진 선수는 접전 끝에 열 살 어린 김정수 선수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장사가 된 것이다.

[북한 가요 ‘씨름은 좋아’ : "마주 잡고 빙빙 돌며 공격기회 노리누나. 서로 발로 툭툭 치며 맥을 짚어 보는구나. 어허허 어허허 닐리리 하좋다. 씨름은 씨름은 좋아. 좋다!"]

이후 북한 전역에서 조명진 선수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선수와 가족들이 TV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조명진(3년 연속 대황소상 씨름 경기 우승) : "그때 대황소의 주인이 된 저보다도 더 기쁜 마음으로 저를 축복해준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잊히지 않습니다."]

[장미경/조명진 아내 :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우람찬 사나이와 사는 것이 어떤가 하고 묻곤 합니다. 전 자랑스럽고 정말 행복합니다."]

조명진 선수의 고향인 평안북도를 씨름의 고장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방영됐다.

[리학천/평안북도민 : "평안북도 영주하면 쌀 고장으로 이름이 나고 우리 남암리 하면 오리가 많아서 고장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그 자랑과 함께 씨름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조명진 선수가 이른바 깜짝 스타로 발돋움 한데는 민족 전통 명절인 추석을 맞아 열린다는대회 특성도 크게 작용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씨름을 하면 옛날부터 우리 인민들은 황소를 타는 게 그게 전통 유래됐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대황소상이라 한다면서 씨름하면 무조건 대황소를 노나주는 게 TV로 그대로 다 생중계 한다니까 다 나오면 진짜 유명하게 합니다."]

[차리혁/2014년 탈북 : "씨름을 많이 했다 하던분들 그리고 좀 힘깨나 쓰시는 분들 이런 분들 위주로해서 이제 시나 도 보내면 그 이기고 들어오게 되면 막 환영을 해요 그걸또 이제 시 도에서 환영을 하다보니까 큰 자기에 대한 긍지감을 가지려고 이제 부여감을 가지는 거죠 그래서 그 경기에 대해서 무조건 이기려고 노력들을 많이 하죠."]

[9월 24일, 제1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 "온 나라에 체육 열풍이 더욱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열다섯 번째로 막을 올린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는 어느덧 결승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3년 간 쌓아온 명성으로 올해도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지목된 조명진 선수. 경기 초반부터 있는 힘껏 밀어 붙여 보지만 상대 선수도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한다. 거친 숨을 거듭 몰아쉬며 경기에 집중하지만 젊은 선수를 감당하기가 이제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선수가 나이차이가 많은데 조명진 선수 서른여덟 살, 손광철 선수가 스물아홉 살로써 나이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관중들의 응원에 다시 한 번 힘을 내 보지만 또다시 쓰러지고 마는 조명진 선수. 결국 연이어 두 판을 내주고 만다. 수년간 씨름판을 호령했던 북한 이만기의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다.

["이번 제 1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1등은 강원도의 김정수 선수가...."]

올해 대회 우승은 지난해 조명진 선수에 밀려 2등을 했던 강원도 김정수에게 돌아갔다. 특히 올해는 1,2,3등 모두 20대 젊은 선수들이 차지하며 북한 씨름판에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중앙TV ‘민족의 자랑 조선씨름’ : "우리 민족의 슬기와 지혜, 넋과 기상이 어려 있는 조선 씨름"]

이렇듯 북한에서도 씨름은 대표적인 민속 운동이다.

북한 당국도 씨름을 한민족의 전통운동이라 칭하며 1960년대 들어서는 민족체육경기로 지정해 주민들에게 장려해 왔다.

특히 1994년부터, 1등 상품으로 큰 황소나 금으로 만든 방울 등을 내걸고 경기 전 과정도 TV로 중계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씨름의 인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휴식 시간은 물론 휴일에도 작업반별로 씨름 연습을 할 정도다.

[김춘광/평안북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우리 도는 씨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고 해마다 봄과 가을에 지역별 계층별 씨름 경기를 자주 조직해서 전망성 있는 씨름 선수들을 찾아내고 씨름 선수 후비 양성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물론 모래 위에서 진행되는 우리 씨름판과 달리 북한은 매트 위에서 경기를 하고, 또 선수들이 상하의를 갖춰 입는 등 남과 북 씨름의 다른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남북 모두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만큼 민족 문화에 대한 애정만큼은 같아 보인다.

씨름판에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면 또 다른 민속체육, 널뛰기에선 40년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가 있다. 평양 모란봉의 민속놀이터.

전문 널뛰기 선수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하늘을 찌를 기세로 높이 뛰어 오르는 선수들. 이들 옆에서 널뛰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여성이 눈에 띈다.

바로 북한 널뛰기 최강자 선우정옥 선수다. 올해 나이 쉰일곱. 손녀까지 둔 할머니지만 자그마치 40년 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박영일/체육성 국장 : "손녀까지 거느린 할머니가 경기에 참가해서 새 기록을 창조하고 1등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체육전문가들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따낸 메달과 우승컵은 집을 가득 채울 정도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선 널뛰기가 대표적인 민속체육 중 하나다.

[강나라 (2014년 탈북) : "명절이 되면 또 TV 프로그램으로 평양에서 그리고 또 지방 곳곳에서 민속놀이 하는 걸 생중계로 내보내거나 녹화 실황으로 내보내거든요 그때 좀 많이 했던 게 윷놀이랑 널뛰기같은 경우에는 저희 엄마 세대에 정말 많이 했어요 저희 엄마 같은 경우에도 널뛰기를 해서 북한의 달력 표면지에 나오기도 했었거든요."]

북한 최대 규모 체육 대회인 인민체육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곧바로 위로 뛰는 곧추뛰기, 그리고 부채나 탬버린 같은 작은 도구를 이용하는 재주 뛰기 등 널뛰기 종목도 다양하다. 40년 넘게 정상 자리를 지켜 온 1인자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선우정옥/널뛰기 선수 : "저는 귀중한 우리 민속전통, 우리 널뛰기를 끝없이 빛내어 나가는데 한 생을 다 바쳐 나가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널뛰기 사랑은 서커스 프로그램에 널뛰기를 응용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널뛰기 서커스 프로그램으로 북한은 2014년 중국 국제교예축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한 북한.

이때면 가족끼리, 또는 마을 주민끼리 씨름과 그네, 윷놀이 등을 즐기는 모습을 북한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휴전선 남쪽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생각만 해도 (웃음) 막 좋을 거 같습니다. 진짜 생각만 해도. 우리가 그래도 내려온 전통이 다 같지 않습니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진짜. 누가 이기고야 뭐 여기서 뭐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도 한민족이니까 같이 모여서 한다는 거 그 자체만 해도 중요한 거지 않습니까?"]

머지않아 남과 북 주민이 모래판에서 서로 샅바를 부여잡고, 또 함께 널을 뛰며 하늘 높이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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