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유류세 인하’ 카드 꺼내든 정부…실효성은?

입력 2018.10.16 (18:06) 수정 2018.10.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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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요즘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죠.

정부가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기름값에 붙는 세금,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실효성을 짚어봅니다.

경제부 신선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선 정부가 기름값을 얼마나, 어떻게 인하하겠다는 건지 궁금한데요.

인하 폭이 결정됐나요?

[기자]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의 인하 폭을 우선, 10%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유류세를 내렸던 10년 전에도 인하 폭은 10%였는데요.

만약, 대책을 공식으로 발표하는 이달 말까지 국제유가가 계속 폭등하면, 인하 폭은 20%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 기간은 일단 6개월로 잡고 있지만, 이 기간에도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기간도 연장할 수 있고, 중간에 기름값이 내려가더라도 최소 6개월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유류세가 10% 낮아질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57원, LPG는 21원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적용됩니다.

[앵커]

정부가 왜 '유류세 카드'를 꺼내 든 건가요? 배경이 궁금한데요.

[기자]

경제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값을 내려 내수를 진작해보자는 게 정부의 취지입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1배럴에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계속 올라 서민들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또 다른 이유는, 손쉽게, 또 탄력적으로 돈을 풀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기름값은 보시는 것처럼 세금의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 '세금 덩어리'인데요.

경기 조절, 가격 안정 등의 이유로 기본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탄력적으로 세금 조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유류세는 연간 25조 원 정도 규모인데, 앞으로 6개월간 10%를 인하한다고 가정해보면, 1조 2천억 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세금 줄어들면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마침 세수가 호황입니다.

올해 8월까지를 보면 반도체 호황,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조 7천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힌 건데요.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생 안정조치로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미 지난 5월 일자리ㆍ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이번엔 세금 인하 카드를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심리적인 부담 완화는 물론, 화물차 등 차량 운행이 많은 자영업자들의 비용을 줄이고,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유류세 인하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실제 유류세 인하가 정부가 목표한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경기 활력, 투자 활성화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수는 '국제 유가'입니다.

휘발유 값은 지난 한 달 동안만 1리터에 50원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세금을 깎아줘도 국민들이 느낄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도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기름값은 한 달 만에 유류세 인하 전 가격으로 돌아갔고, 이후 더 올랐습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민간 쪽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는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10%가 그렇게 크지 않은 부분이라서 소비를 크게 진작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유류세 인하의 폭과 인하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유류세 인하가 부유층에만 집중되는 혜택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죠?

[기자]

기름값이 내려가면 서민에게나 부유층에게나 똑같이 인하 혜택이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부유층은 차량을 여러 대 소유하고, 배기량도 큰 차량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승용차 운행도 더 많이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휘발유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더 많을 텐데, 고소득층이 가지고 있는 소득 대비 휘발유세 비중이 저소득층보다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류세 인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얘깁니다.

이걸 세금의 역진성이라고 하는데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세금 부담이 적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재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가 소비 위축을 막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유류비 지출이 큰 영세사업자와 택배 일을 하는 개인 사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오고요.

정부는 유류세 인하 방안을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이번 달에 발표되는 고용 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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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인트 경제] ‘유류세 인하’ 카드 꺼내든 정부…실효성은?
    • 입력 2018-10-16 18:12:02
    • 수정2018-10-17 08: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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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요즘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죠.

정부가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기름값에 붙는 세금,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실효성을 짚어봅니다.

경제부 신선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선 정부가 기름값을 얼마나, 어떻게 인하하겠다는 건지 궁금한데요.

인하 폭이 결정됐나요?

[기자]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의 인하 폭을 우선, 10%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유류세를 내렸던 10년 전에도 인하 폭은 10%였는데요.

만약, 대책을 공식으로 발표하는 이달 말까지 국제유가가 계속 폭등하면, 인하 폭은 20%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 기간은 일단 6개월로 잡고 있지만, 이 기간에도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기간도 연장할 수 있고, 중간에 기름값이 내려가더라도 최소 6개월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유류세가 10% 낮아질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57원, LPG는 21원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적용됩니다.

[앵커]

정부가 왜 '유류세 카드'를 꺼내 든 건가요? 배경이 궁금한데요.

[기자]

경제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값을 내려 내수를 진작해보자는 게 정부의 취지입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1배럴에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계속 올라 서민들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또 다른 이유는, 손쉽게, 또 탄력적으로 돈을 풀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기름값은 보시는 것처럼 세금의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 '세금 덩어리'인데요.

경기 조절, 가격 안정 등의 이유로 기본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탄력적으로 세금 조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유류세는 연간 25조 원 정도 규모인데, 앞으로 6개월간 10%를 인하한다고 가정해보면, 1조 2천억 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세금 줄어들면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마침 세수가 호황입니다.

올해 8월까지를 보면 반도체 호황,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조 7천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힌 건데요.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생 안정조치로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미 지난 5월 일자리ㆍ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이번엔 세금 인하 카드를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심리적인 부담 완화는 물론, 화물차 등 차량 운행이 많은 자영업자들의 비용을 줄이고,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유류세 인하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실제 유류세 인하가 정부가 목표한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경기 활력, 투자 활성화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수는 '국제 유가'입니다.

휘발유 값은 지난 한 달 동안만 1리터에 50원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세금을 깎아줘도 국민들이 느낄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도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기름값은 한 달 만에 유류세 인하 전 가격으로 돌아갔고, 이후 더 올랐습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민간 쪽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는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10%가 그렇게 크지 않은 부분이라서 소비를 크게 진작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유류세 인하의 폭과 인하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유류세 인하가 부유층에만 집중되는 혜택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죠?

[기자]

기름값이 내려가면 서민에게나 부유층에게나 똑같이 인하 혜택이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부유층은 차량을 여러 대 소유하고, 배기량도 큰 차량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승용차 운행도 더 많이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휘발유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더 많을 텐데, 고소득층이 가지고 있는 소득 대비 휘발유세 비중이 저소득층보다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류세 인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얘깁니다.

이걸 세금의 역진성이라고 하는데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세금 부담이 적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재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가 소비 위축을 막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유류비 지출이 큰 영세사업자와 택배 일을 하는 개인 사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오고요.

정부는 유류세 인하 방안을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이번 달에 발표되는 고용 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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