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워킹그룹’ 첫 발…북미 물밑 조율 재개?

입력 2018.11.24 (07:49) 수정 2018.11.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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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워킹그룹이 첫 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 공동 조사에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어줬는데요.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른바 2인승 자전거 발언이 남북관계에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미묘한 파장도 낳고 있습니다.

한미 워킹 그룹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고위급 회담과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 조율이 재개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북도 유리공장을 시찰했다며 공개한 사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열심히 메모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낯선 얼굴들로 모두 당 간부들이나 현지 시설 관계자들로 파악됐습니다.

4년 전, 군 간부들을 대거 대동하고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현대화를 적극 독려했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18일 :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발전해가고 있다고 현대화 사업과 새 기술 도입 사업에 계속 힘을 집중하여 더 좋은 광학 유리와 측정 설비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은 유리공장 시찰 이틀 전, 신의주 개발 계획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신의주시의 대형 조감도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지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평양 려명거리와 비슷한 형태의 고층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조선중앙TV /11월 16일 : "신의주시 건설 사업은 매우 중요한 유훈 과업이라고 하시면서 몇 해 안에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이은 경제 행보는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북중 경협의 상징도시인 신의주 개발을 국가사업으로 지시한 건, 향후 대외 환경이 좋아질 경우를 대비한 사전 작업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 "경제 발전 노선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확인시키고 특히 중국한테는 제재 완화에 대한 일정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그런 메시지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제재 완화를 조금만 물꼬를 터주면 우리가 신의주 특구를 개발하든지 이런 걸 통해서 중국과 다시 소위 교역 확대나 이런 걸 통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겁니다."]

북한은 현재 비핵화 협상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에 마냥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첨단 전술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사실상 군사 행보를 재개한 데에는, 미국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로 나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적 카드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포함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최근 대내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한미 군사동향에 대한 비난 수위도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군사적 압박이 협상력을 높인다는 미국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남측에 대해서도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한미공조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북미 협상 답보 상태에서 미국의 압박 정책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고, 남측에도 중재 역할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의 교환을 놓고 북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북미 공식 접촉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를 방문한 펜스 부통령.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 열릴 것이라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펜스/미국 부통령/11월 16일 :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2차 정상회담을 계획 중입니다."]

또,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한에 핵미사일 목록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대화 문턱을 낮추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신고와 검증, 폐기 등 모든 단계의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압박의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정상 간 담판이란 당근으로 북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1년 만에 무기 현장 시찰에 나서며 대미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헤더 나워트/미국 국무부 대변인 : "정상 대 정상이 협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다자 협상과) 완전히 다른 이점입니다."]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대북 유화책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내년 봄 예정된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으로,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강도를 낮춰 실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의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게 미국의 설명.

북한 지도부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북미 대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미국은 그러나 제재 문제에 있어선 기존의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 북한의 유류 공급을 도운 혐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명했습니다.

미국이 올 들어 북한과 관련해 시행한 10번째 독자제재로,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두고 발표됐습니다.

[이도훈/한미 워킹그룹 한국 대표/11월 20일 : "(비건 대표와)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공동의 전략이랄까 생각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지난 20일 워싱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 경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간 첫 워킹그룹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이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사업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올해 안으로 철도 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북미 교착 국면에서 지연돼 온 남북협력사업에 일부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또 다른 해석을 낳았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남북 관계 진전에 뒤쳐져선 안 된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분명히 해 왔다면서, 한미 간 공조를 2인승 자전거에 비유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11월 20일 : "우리는 비핵화와 남북 관계가 2인승 자전거처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나란히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워킹그룹은 한미 간 대북정책이 그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북미 고위급회담 재개 논의가 오가는 미묘한 시점, 게다가 발언 강도와 내용도 이례적이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미 공조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외신들도 한미 워킹그룹 출범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내용에 주목하며 한국 정부에 대한 남북관계 속도조절 촉구에 초점을 맞춰 소식을 전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아무래도 원칙적인 얘기를 강조함으로써 대북제재 전반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는 원칙적 발언을 하는 것이고 실무차원에서는 남북이행이 나름대로 협상국면, 북미협상국면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가급적 대북제재의 큰 위반사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이행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두 가지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북한은 그간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협력사업을 파탄시키기 위한 미국의 흉심이 담긴 것이라며 공공연히 비난해 왔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출범을 통해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제재 완화도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향후 북한이 보일 반응에 따라 남북 협력사업은 물론 이달 말 개최설이 나도는 북미 고위급회담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워킹그룹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남북 사업의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등 선순환이 예상되지만, 자칫 한미 공조의 틀에 묶여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이행사항들을 좀 더 확대해서 나름대로 남북 간 사이에서의 어떤 여유 공간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인데 이것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 워킹그룹을 간주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름대로 남북 사이에서 그런 워킹그룹이 갖는 공조가, 한미 공조가 남북 이행 사항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좀 더 설득한다면 그런 비난 자체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가 아닌 내년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무역 분쟁을 비롯한 미중 간 외교안보 갈등이 자칫 북미 관계와도 얽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던 터라 시 주석의 언급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1개월 만에 다자 정상회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 :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 평화 번영이라는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는 만큼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동 협력하기를 희망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우리는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이 지역의 평화 번영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내년에 남북한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거론되면서 북중러 3국의 밀착이 비핵화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이 내년 즉, 2차 북미회담 이후로 방북할 뜻을 시사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간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최근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실리를 위해 북한 문제에 있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 "이게 결국은 남중국해 문제라든지 다양한 안보, 군사안보 이슈와 다 연계가 돼 있습니다. 결국은 북한 문제가 계속 카드화되고 있는거죠 중국한테...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로워져야 다시 말씀드려서 미국과 같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나머지 이슈에 대해서 훨씬 얘기하기가 좋다라는 판단을 충분히 했을 수 있다 라고 보이죠."]

판을 깨진 않겠다는 북한에 호응하듯 미국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며 2차 북미회담 성사를 위한 길 닦기에 들어갔습니다.

한미 양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이견 조정은 물론, 교착 국면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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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워킹그룹’ 첫 발…북미 물밑 조율 재개?
    • 입력 2018-11-24 08:29:39
    • 수정2018-11-24 08:48:13
    남북의 창
[앵커]

한미 워킹그룹이 첫 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남북 철도 연결 공동 조사에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어줬는데요.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른바 2인승 자전거 발언이 남북관계에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미묘한 파장도 낳고 있습니다.

한미 워킹 그룹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고위급 회담과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 조율이 재개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북도 유리공장을 시찰했다며 공개한 사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열심히 메모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낯선 얼굴들로 모두 당 간부들이나 현지 시설 관계자들로 파악됐습니다.

4년 전, 군 간부들을 대거 대동하고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현대화를 적극 독려했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18일 :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발전해가고 있다고 현대화 사업과 새 기술 도입 사업에 계속 힘을 집중하여 더 좋은 광학 유리와 측정 설비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은 유리공장 시찰 이틀 전, 신의주 개발 계획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신의주시의 대형 조감도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지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평양 려명거리와 비슷한 형태의 고층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조선중앙TV /11월 16일 : "신의주시 건설 사업은 매우 중요한 유훈 과업이라고 하시면서 몇 해 안에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이은 경제 행보는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북중 경협의 상징도시인 신의주 개발을 국가사업으로 지시한 건, 향후 대외 환경이 좋아질 경우를 대비한 사전 작업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 "경제 발전 노선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확인시키고 특히 중국한테는 제재 완화에 대한 일정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그런 메시지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제재 완화를 조금만 물꼬를 터주면 우리가 신의주 특구를 개발하든지 이런 걸 통해서 중국과 다시 소위 교역 확대나 이런 걸 통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겁니다."]

북한은 현재 비핵화 협상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에 마냥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첨단 전술무기 개발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사실상 군사 행보를 재개한 데에는, 미국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로 나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적 카드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포함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최근 대내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한미 군사동향에 대한 비난 수위도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군사적 압박이 협상력을 높인다는 미국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남측에 대해서도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한미공조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북미 협상 답보 상태에서 미국의 압박 정책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고, 남측에도 중재 역할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의 교환을 놓고 북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북미 공식 접촉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를 방문한 펜스 부통령.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 열릴 것이라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펜스/미국 부통령/11월 16일 :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2차 정상회담을 계획 중입니다."]

또,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한에 핵미사일 목록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대화 문턱을 낮추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신고와 검증, 폐기 등 모든 단계의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압박의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정상 간 담판이란 당근으로 북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1년 만에 무기 현장 시찰에 나서며 대미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헤더 나워트/미국 국무부 대변인 : "정상 대 정상이 협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다자 협상과) 완전히 다른 이점입니다."]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대북 유화책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내년 봄 예정된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으로,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강도를 낮춰 실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의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게 미국의 설명.

북한 지도부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북미 대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미국은 그러나 제재 문제에 있어선 기존의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 북한의 유류 공급을 도운 혐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명했습니다.

미국이 올 들어 북한과 관련해 시행한 10번째 독자제재로,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두고 발표됐습니다.

[이도훈/한미 워킹그룹 한국 대표/11월 20일 : "(비건 대표와)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공동의 전략이랄까 생각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지난 20일 워싱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 경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간 첫 워킹그룹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이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사업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올해 안으로 철도 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북미 교착 국면에서 지연돼 온 남북협력사업에 일부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또 다른 해석을 낳았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남북 관계 진전에 뒤쳐져선 안 된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분명히 해 왔다면서, 한미 간 공조를 2인승 자전거에 비유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11월 20일 : "우리는 비핵화와 남북 관계가 2인승 자전거처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나란히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워킹그룹은 한미 간 대북정책이 그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북미 고위급회담 재개 논의가 오가는 미묘한 시점, 게다가 발언 강도와 내용도 이례적이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미 공조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외신들도 한미 워킹그룹 출범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내용에 주목하며 한국 정부에 대한 남북관계 속도조절 촉구에 초점을 맞춰 소식을 전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아무래도 원칙적인 얘기를 강조함으로써 대북제재 전반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는 원칙적 발언을 하는 것이고 실무차원에서는 남북이행이 나름대로 협상국면, 북미협상국면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가급적 대북제재의 큰 위반사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이행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두 가지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북한은 그간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협력사업을 파탄시키기 위한 미국의 흉심이 담긴 것이라며 공공연히 비난해 왔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출범을 통해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제재 완화도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향후 북한이 보일 반응에 따라 남북 협력사업은 물론 이달 말 개최설이 나도는 북미 고위급회담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워킹그룹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남북 사업의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등 선순환이 예상되지만, 자칫 한미 공조의 틀에 묶여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이행사항들을 좀 더 확대해서 나름대로 남북 간 사이에서의 어떤 여유 공간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인데 이것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 워킹그룹을 간주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름대로 남북 사이에서 그런 워킹그룹이 갖는 공조가, 한미 공조가 남북 이행 사항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좀 더 설득한다면 그런 비난 자체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가 아닌 내년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무역 분쟁을 비롯한 미중 간 외교안보 갈등이 자칫 북미 관계와도 얽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던 터라 시 주석의 언급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1개월 만에 다자 정상회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 :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 평화 번영이라는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는 만큼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동 협력하기를 희망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우리는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이 지역의 평화 번영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내년에 남북한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거론되면서 북중러 3국의 밀착이 비핵화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이 내년 즉, 2차 북미회담 이후로 방북할 뜻을 시사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간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최근엔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실리를 위해 북한 문제에 있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 "이게 결국은 남중국해 문제라든지 다양한 안보, 군사안보 이슈와 다 연계가 돼 있습니다. 결국은 북한 문제가 계속 카드화되고 있는거죠 중국한테...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로워져야 다시 말씀드려서 미국과 같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나머지 이슈에 대해서 훨씬 얘기하기가 좋다라는 판단을 충분히 했을 수 있다 라고 보이죠."]

판을 깨진 않겠다는 북한에 호응하듯 미국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며 2차 북미회담 성사를 위한 길 닦기에 들어갔습니다.

한미 양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이견 조정은 물론, 교착 국면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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