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목숨 앗아 간 ‘황화수소’…3명은 일주일째 의식불명

입력 2018.12.05 (08:30) 수정 2018.12.0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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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8일 한 폐수처리장에서 황화수소로 추정되는 가스 흡입으로 4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사흘전 결국 한 명이 숨졌습니다.

3명은 오늘로 일주일째 의식불명입니다.

이 황화수소는 도대체 어떤 물질이고, 사고는 어떻게 나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일 폐수처리업체에서 근무하던 이 모 씨가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갑작스런 죽음을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유족/음성변조 :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같이 이야기하고 저녁에 텔레비전 같이 보다가 자고 멀쩡하게 출근하셨는데…."]

아버지가 위중하단 연락을 받은 건 이에 앞선 지난달 28일.

[유족/음성변조 :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어머니한테 문자가 와서 아버지 사고 나셨다고 빨리 가보라고….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현실적으로 잘 안 믿겼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데요.

[유족/음성변조 : "(병원에) 올 때부터 심정지 상태가 20분 정도 지속되었다. 벌써 의사가 80% 이상 (안 좋다며) 가망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번 주가 고비라고 몇 번 얘기했어요."]

다니던 직장에서 월급이 밀려 이직한 지 고작 두 달만의 일.

3남매의 아버지이자 50대 가장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게 된 사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씨가 근무하던 폐수처리업체에서 문제가 생긴 건 지난달 28일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한 조짐은 이웃 공장에서도 감지됐다고 합니다.

[인근 공장 관계자 : "아주 독한 냄새가 났어요. 독해요. 뭐라고 할까. 청산가리 같은 한 번도 못 맡아본 그런 냄새야. 진짜 맡으면 죽을 것 같은 것."]

[인근 상인 : "조금씩 안으로 냄새가 들어오고 많이 심했죠. 속도 메슥거리고 머리도 아플 정도로…."]

들으신 것처럼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났고, 주변 곳곳에서는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느꼈다는 증언입니다.

[인근 상인 : "이 앞에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랬으니까. 조금 있으니까 다 뛰어나오더라고 냄새난다고."]

[인근 공장 관계자 :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이리로 빙 돌아갔지. 돌아가니까 여기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거야."]

냄새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폐수처리업체였는데요.

[인근 공장 관계자 : "안에서 뭐가 폭발했다고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더라고."]

[인근 공장 관계자 : "사람이 다쳤다고 하고 급하게 가보니까 인공호흡을 하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구조작업 한다고…."]

의식을 잃은 사람들과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피한 사람들로 공장 건물 앞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긴박하게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구조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이기희/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2층 작업장 내부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약간 거품을 문 상태였습니다.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로 의식불명 상태로…."]

사람들을 쓰러지게 만든 건 황화수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무색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심한 악취를 동반하는 유독가스입니다.

[이기희/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심폐소생술 및 산소 투여 등 응급처치를 하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황화수소 추정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이 모 씨를 포함해 모두 10명.

이 가운데, 특히 4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일 이 모 씨가 결국 숨진 가운데, 나머지 3명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지금 중환자실에서 아예 의식이 안 돌아온 상태로…."]

그렇다면 황화수소는 도대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걸까요?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황화수소는) 세포에 산소 대사를 직접적으로 바로 방해하기 때문에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사건 발생 1시간 30분 뒤 소방당국이 측정한 건물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150ppm.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의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100ppm에 이렇게 수 초간 노출이 되면 바로 그 자체로 호흡기계, 심뇌혈관 그리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아주 응급한 상태, 혼수상태까지 갈 수가 있는 그런 상황이 됩니다."]

황화수소가 어떻게 누출되게 됐는지는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업체에서 폐수를 들고 왔고 그 폐수 성상이 평상시와는 다른 것이었고 폐수처리업체 관계자가 폐수를 싣고 온 업체에 전화했더니 이것만 좀 처리해 달라 요청해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

폐수처리 업체에 따르면 거래 업체에서 처리를 의뢰한 폐수는 강 알칼리성.

그런데 폐수를 옮겨 담던 집수조엔 이미 강한 산성의 폐수가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결국 강한 알칼리성분과 강한 산성이 만나 문제의 황화수소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유족/음성변조 : "안전 교육 이런 것만 제대로 받았어도 보호 장비도 착용하시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나쁜 결과가 안 나왔을 거 같은데…."]

문제는 현장에서 구조된 직원들이 방독면이나 보호 안경, 마스크 등의 안정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폐수처리업체의 이같은 사고는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폐수 처리 업체에서 일산화질소를 포함한 유독가스가 누출돼 주민 15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그 당시에도 화약 물질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이 제기되었지만 그 부분에서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거죠)."]

지난 5년간 화학물질 누출이나 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산업 현장의 화학 물질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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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5 08:25:57
    • 수정2018-12-05 09: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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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8일 한 폐수처리장에서 황화수소로 추정되는 가스 흡입으로 4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사흘전 결국 한 명이 숨졌습니다.

3명은 오늘로 일주일째 의식불명입니다.

이 황화수소는 도대체 어떤 물질이고, 사고는 어떻게 나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일 폐수처리업체에서 근무하던 이 모 씨가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갑작스런 죽음을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유족/음성변조 :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같이 이야기하고 저녁에 텔레비전 같이 보다가 자고 멀쩡하게 출근하셨는데…."]

아버지가 위중하단 연락을 받은 건 이에 앞선 지난달 28일.

[유족/음성변조 :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어머니한테 문자가 와서 아버지 사고 나셨다고 빨리 가보라고….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현실적으로 잘 안 믿겼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데요.

[유족/음성변조 : "(병원에) 올 때부터 심정지 상태가 20분 정도 지속되었다. 벌써 의사가 80% 이상 (안 좋다며) 가망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번 주가 고비라고 몇 번 얘기했어요."]

다니던 직장에서 월급이 밀려 이직한 지 고작 두 달만의 일.

3남매의 아버지이자 50대 가장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게 된 사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씨가 근무하던 폐수처리업체에서 문제가 생긴 건 지난달 28일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한 조짐은 이웃 공장에서도 감지됐다고 합니다.

[인근 공장 관계자 : "아주 독한 냄새가 났어요. 독해요. 뭐라고 할까. 청산가리 같은 한 번도 못 맡아본 그런 냄새야. 진짜 맡으면 죽을 것 같은 것."]

[인근 상인 : "조금씩 안으로 냄새가 들어오고 많이 심했죠. 속도 메슥거리고 머리도 아플 정도로…."]

들으신 것처럼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났고, 주변 곳곳에서는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느꼈다는 증언입니다.

[인근 상인 : "이 앞에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랬으니까. 조금 있으니까 다 뛰어나오더라고 냄새난다고."]

[인근 공장 관계자 :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이리로 빙 돌아갔지. 돌아가니까 여기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거야."]

냄새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폐수처리업체였는데요.

[인근 공장 관계자 : "안에서 뭐가 폭발했다고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더라고."]

[인근 공장 관계자 : "사람이 다쳤다고 하고 급하게 가보니까 인공호흡을 하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구조작업 한다고…."]

의식을 잃은 사람들과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피한 사람들로 공장 건물 앞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긴박하게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구조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이기희/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2층 작업장 내부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약간 거품을 문 상태였습니다.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로 의식불명 상태로…."]

사람들을 쓰러지게 만든 건 황화수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무색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심한 악취를 동반하는 유독가스입니다.

[이기희/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팀장 : "심폐소생술 및 산소 투여 등 응급처치를 하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황화수소 추정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이 모 씨를 포함해 모두 10명.

이 가운데, 특히 4명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일 이 모 씨가 결국 숨진 가운데, 나머지 3명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지금 중환자실에서 아예 의식이 안 돌아온 상태로…."]

그렇다면 황화수소는 도대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걸까요?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황화수소는) 세포에 산소 대사를 직접적으로 바로 방해하기 때문에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사건 발생 1시간 30분 뒤 소방당국이 측정한 건물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150ppm.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의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100ppm에 이렇게 수 초간 노출이 되면 바로 그 자체로 호흡기계, 심뇌혈관 그리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아주 응급한 상태, 혼수상태까지 갈 수가 있는 그런 상황이 됩니다."]

황화수소가 어떻게 누출되게 됐는지는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업체에서 폐수를 들고 왔고 그 폐수 성상이 평상시와는 다른 것이었고 폐수처리업체 관계자가 폐수를 싣고 온 업체에 전화했더니 이것만 좀 처리해 달라 요청해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

폐수처리 업체에 따르면 거래 업체에서 처리를 의뢰한 폐수는 강 알칼리성.

그런데 폐수를 옮겨 담던 집수조엔 이미 강한 산성의 폐수가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결국 강한 알칼리성분과 강한 산성이 만나 문제의 황화수소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유족/음성변조 : "안전 교육 이런 것만 제대로 받았어도 보호 장비도 착용하시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나쁜 결과가 안 나왔을 거 같은데…."]

문제는 현장에서 구조된 직원들이 방독면이나 보호 안경, 마스크 등의 안정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폐수처리업체의 이같은 사고는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폐수 처리 업체에서 일산화질소를 포함한 유독가스가 누출돼 주민 15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홍영습/동아대 환경보건센터장 : "그 당시에도 화약 물질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이 제기되었지만 그 부분에서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거죠)."]

지난 5년간 화학물질 누출이나 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산업 현장의 화학 물질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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