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체감온도 ‘영하 20도’…한파와 싸우는 사람들

입력 2018.12.28 (08:33) 수정 2018.12.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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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크리스마스 전후 다소 포근했던 겨울 날씨는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서울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기습적인 한파에 실내도 추웠는데,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야외에 계셔야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추위보다 더 힘든게 있다는데요 어떤걸까요?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새벽 3시 서울의 한 수산시장.

가장 먼저 나온 상인이 모닥불을 피웁니다.

[새벽 시장 상인 : "추운 날은 거의 피워야 해. 체감온도가 말도 못한다고 장난 아니야."]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장작을 넉넉히 준비했다는데요.

[새벽 시장 상인 : "다 나눠드려요. 손 시려서, 손이 얼어서 안 돼 불 안 피우면……."]

불을 피워 골고루 나누면 시장 곳곳에 어느새 따뜻한 모닥불이 피어오릅니다.

몸도 녹이지만, 꽁꽁 언 생선 손질에도 모닥불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냉동이라 얼어있는 상태인데 얼어있는 상태에서 자르면 토막이 나버려요. 그래서 좀 녹였다가 잘라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상인들은 그야말로 완전 무장입니다.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오늘 같은 경우도 제일 춥다고 그러길래 완전 복장을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옷도 많이 입고, 두툼하게 입고 나왔습니다."]

이곳을 지킨지 30~40년 이상 이젠 한파도 익숙해졌다는 상인들.

[김재철/새벽 시장 상인 : "겨울 한파는 항상 이렇게 모닥불로 여기서 이렇게 45년 동안 이런 세월을 지낸 사람들이에요."]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우리 같은 경우는 발에 동상도 걸리고 손에도 동상 걸리고, 귀에도 얼굴에도 동상이 다 걸려있어요."]

하지만, 매서운 추위보다 힘든 건 정작 따로 있었습니다.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옛날에는 여기 새벽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그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 사람이 없어요. 오늘같이 추운 날은 더 없고 안 나오세요. 물건 사러."]

이번엔 서울 남구로역 사거리.

새벽 4시를 조금 넘겼는데,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로 인도가 가득 찼습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 다섯 시 반 후에는 다 끝나버려요. 여기 일 나가려면 거의 네 시 반까지는 와야 해요."]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가 삶의 터전이라니까 여기가 직업이고 여기가 사무실이야."]

하루 평균 2~3천 명, 10년 넘게, 매일 이곳을 찾는 분들도 많다는데요.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을 열심히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어. 일을 열심히 하면 아무래도 덜 춥잖아."]

추위보다 힘든 건 당장 오늘 일거립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추위 같은 거 그런 거는 뭐 신경 안 쓰죠. 뭐 몇 년 한 것도 아니고. 일거리가 없어서 일을 못 하는 거니까. 겨울이 제일 두려운 거죠."]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이 많이 줄어서 일이 없어. 그러니까 일이 있으면 가야 해 무조건."]

4시 반이 되자 인력을 태워갈 승합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는데요.

하나 둘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자 남겨진 사람들은 조급해 집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나 지금 6일 됐나. 큰일 났네 정신 차려야지. 나 목수일 했었거든요. 근데 먼저 몸살 나서 쉬었더니 일이 없어. 방세도 밀려서 빨리 줘야 하는데……."]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주일이상 기다리고 있어. 일이 없어서 일도 못하고 하니까 마음 상해서 춥지."]

일자리는 적은데, 구하는 사람들은 많고,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목수나 기술자도 쉽게 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건설 현장. 한파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건설 현장 노동자/음성변조 : "한파 때문에 일을 안 한다. 그거는 배부른 소리예요. 일해야 먹고살잖아 하루하루. 그렇다고 노숙할 수는 없고……."]

[건설 현장 노동자/음성변조 : "발가락에 붙이는 핫팩도 주고 휴게실에 난로 피워놓고 좀 추우면 들어가서 몸도 좀 녹이고……."]

여름 폭염에 비해 겨울 한파는 야외 작업 노동자에 대한 보호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흡한데요.

[최재경/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추운 날씨라는 환경이 각 작업 환경에 따라 다를 텐데 일반적으로는 한 30~40분 길어도 한 시간 이내로는 그런 간격으로는 따뜻한 환경 속에서 좀 쉬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한 낮에도 영하권 날씨에 관광객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요.

[고남정/광주광역시 : "올해 중에 가장 추운 것 같아요. 아이들은 내복 꼭 입고요. 장갑 그다음에 마스크, 귀마개 있는 거 꼭 하고 있어요."]

[진유림/인천시 강화군 : "지난주까지만 해도 약 8~10도 정도 돼서 옷도 대충 청바지만 입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좀 당황스러운 하루였던 것 같아요."]

한파 속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 궁에서 재현되는 수문장 교대식.

이분들은 얼마나 추울까요?

[홍대열/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출연자 : "아무래도 가만히 서 있다 보니까 이제 손끝이나 발이 시릴 때가 많습니다. 관광객들한테 소중한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면 (춥더라도)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노점상들도 늦게까지 문을 열었지만 발길은 뚝 끊겼습니다.

[노점상인/음성변조 : "오늘 장사가 또 너무 안돼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사람들이 나오지도 않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도 가기 바빠서……."]

행인들에겐 잠시나마 안식처가 됩니다.

[김수현/서울시 서대문구 : "롱패딩을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지금 잠시 몸 좀 녹일 겸 어묵 국물 한잔하러 왔거든요. 따뜻한 국물 한 잔이 몸을 다 녹여주니까."]

[노점상인/음성변조 : "물론 추운 날씨에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거지만 이럴 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또 와주고 그러면 좋죠. 마음도 따뜻해지고……."]

올해 마지막 기습적으로 찾아온 한파.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날씨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어려운 경기에 닫혀가는 주머니 사정.

새해에는 경제가 좀 나아져 한파를 이겨낼 수 있기를 거리의 우리 이웃들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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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체감온도 ‘영하 20도’…한파와 싸우는 사람들
    • 입력 2018-12-28 08:35:31
    • 수정2018-12-28 08: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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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크리스마스 전후 다소 포근했던 겨울 날씨는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서울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기습적인 한파에 실내도 추웠는데,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야외에 계셔야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추위보다 더 힘든게 있다는데요 어떤걸까요?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새벽 3시 서울의 한 수산시장.

가장 먼저 나온 상인이 모닥불을 피웁니다.

[새벽 시장 상인 : "추운 날은 거의 피워야 해. 체감온도가 말도 못한다고 장난 아니야."]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장작을 넉넉히 준비했다는데요.

[새벽 시장 상인 : "다 나눠드려요. 손 시려서, 손이 얼어서 안 돼 불 안 피우면……."]

불을 피워 골고루 나누면 시장 곳곳에 어느새 따뜻한 모닥불이 피어오릅니다.

몸도 녹이지만, 꽁꽁 언 생선 손질에도 모닥불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냉동이라 얼어있는 상태인데 얼어있는 상태에서 자르면 토막이 나버려요. 그래서 좀 녹였다가 잘라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상인들은 그야말로 완전 무장입니다.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오늘 같은 경우도 제일 춥다고 그러길래 완전 복장을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옷도 많이 입고, 두툼하게 입고 나왔습니다."]

이곳을 지킨지 30~40년 이상 이젠 한파도 익숙해졌다는 상인들.

[김재철/새벽 시장 상인 : "겨울 한파는 항상 이렇게 모닥불로 여기서 이렇게 45년 동안 이런 세월을 지낸 사람들이에요."]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우리 같은 경우는 발에 동상도 걸리고 손에도 동상 걸리고, 귀에도 얼굴에도 동상이 다 걸려있어요."]

하지만, 매서운 추위보다 힘든 건 정작 따로 있었습니다.

[윤외철/새벽 시장 상인 : "옛날에는 여기 새벽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그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 사람이 없어요. 오늘같이 추운 날은 더 없고 안 나오세요. 물건 사러."]

이번엔 서울 남구로역 사거리.

새벽 4시를 조금 넘겼는데,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로 인도가 가득 찼습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 다섯 시 반 후에는 다 끝나버려요. 여기 일 나가려면 거의 네 시 반까지는 와야 해요."]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여기가 삶의 터전이라니까 여기가 직업이고 여기가 사무실이야."]

하루 평균 2~3천 명, 10년 넘게, 매일 이곳을 찾는 분들도 많다는데요.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을 열심히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어. 일을 열심히 하면 아무래도 덜 춥잖아."]

추위보다 힘든 건 당장 오늘 일거립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추위 같은 거 그런 거는 뭐 신경 안 쓰죠. 뭐 몇 년 한 것도 아니고. 일거리가 없어서 일을 못 하는 거니까. 겨울이 제일 두려운 거죠."]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이 많이 줄어서 일이 없어. 그러니까 일이 있으면 가야 해 무조건."]

4시 반이 되자 인력을 태워갈 승합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는데요.

하나 둘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자 남겨진 사람들은 조급해 집니다.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나 지금 6일 됐나. 큰일 났네 정신 차려야지. 나 목수일 했었거든요. 근데 먼저 몸살 나서 쉬었더니 일이 없어. 방세도 밀려서 빨리 줘야 하는데……."]

[일용직 노동자/음성변조 : "일주일이상 기다리고 있어. 일이 없어서 일도 못하고 하니까 마음 상해서 춥지."]

일자리는 적은데, 구하는 사람들은 많고,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목수나 기술자도 쉽게 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건설 현장. 한파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건설 현장 노동자/음성변조 : "한파 때문에 일을 안 한다. 그거는 배부른 소리예요. 일해야 먹고살잖아 하루하루. 그렇다고 노숙할 수는 없고……."]

[건설 현장 노동자/음성변조 : "발가락에 붙이는 핫팩도 주고 휴게실에 난로 피워놓고 좀 추우면 들어가서 몸도 좀 녹이고……."]

여름 폭염에 비해 겨울 한파는 야외 작업 노동자에 대한 보호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흡한데요.

[최재경/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추운 날씨라는 환경이 각 작업 환경에 따라 다를 텐데 일반적으로는 한 30~40분 길어도 한 시간 이내로는 그런 간격으로는 따뜻한 환경 속에서 좀 쉬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한 낮에도 영하권 날씨에 관광객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요.

[고남정/광주광역시 : "올해 중에 가장 추운 것 같아요. 아이들은 내복 꼭 입고요. 장갑 그다음에 마스크, 귀마개 있는 거 꼭 하고 있어요."]

[진유림/인천시 강화군 : "지난주까지만 해도 약 8~10도 정도 돼서 옷도 대충 청바지만 입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좀 당황스러운 하루였던 것 같아요."]

한파 속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 궁에서 재현되는 수문장 교대식.

이분들은 얼마나 추울까요?

[홍대열/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출연자 : "아무래도 가만히 서 있다 보니까 이제 손끝이나 발이 시릴 때가 많습니다. 관광객들한테 소중한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면 (춥더라도)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노점상들도 늦게까지 문을 열었지만 발길은 뚝 끊겼습니다.

[노점상인/음성변조 : "오늘 장사가 또 너무 안돼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사람들이 나오지도 않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도 가기 바빠서……."]

행인들에겐 잠시나마 안식처가 됩니다.

[김수현/서울시 서대문구 : "롱패딩을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지금 잠시 몸 좀 녹일 겸 어묵 국물 한잔하러 왔거든요. 따뜻한 국물 한 잔이 몸을 다 녹여주니까."]

[노점상인/음성변조 : "물론 추운 날씨에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거지만 이럴 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또 와주고 그러면 좋죠. 마음도 따뜻해지고……."]

올해 마지막 기습적으로 찾아온 한파.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날씨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어려운 경기에 닫혀가는 주머니 사정.

새해에는 경제가 좀 나아져 한파를 이겨낼 수 있기를 거리의 우리 이웃들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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