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유기견들의 겨울나기

입력 2019.01.09 (08:32) 수정 2019.01.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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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아침도 정말 춥습니다.

이런 추운 날씨가 견디기 힘든 건 사람만이 아닌데요.

오늘은 유기견 얘기입니다.

보통 휴가철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여름이 가장 잔혹한 계절이 아닐까 했는데 겨울 역시 혹독한 하루하루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들로부터 버려진 반려견들은 이 한파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유기견보호소.

나이도 생김새도 다른 다양한 유기견들이 100여 마리 넘게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종만/유기견보호소 실장 : "견주들이 다 버린 애들이에요. 도살장에서 탈출한 애들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오일장에서 팔려 나가는 걸 구조해 온 것도 있고."]

이름표에는 이름은 물론이고요, 이곳으로 오게 된 배경, 특징 등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견들도 있는데요.

[이종만/유기견보호소 실장 : "대형견이다 보니까 입양을 잘 안 하려 해요. 주로 아파트, 주택인데 이런 애들은 관리가 안 되잖아요. 주민 신고 때문에."]

9년 전 유기견 세 마리로 시작한 올해 일흔 셋의 박정수 소장.

견사 옆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백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돌봐 최초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고 하는데요.

입양돼 나가는 것보다 새로 들어오는 개들이 훨씬 많아 이미 포화 상태를 넘었다고 합니다.

올 겨울에만 보호소 새 식구가 40마리가 넘게 늘었는데요.

절반이 갓 태어난 젖먹이 개들이었습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저녁 8시 40분에 강아지 소리가 나길래 뛰쳐 나갔더니 이런 상자 세 개가 여기 있잖아. 끝에 세 개가 있었던 거야."]

사흘 전에도 견사 컨테이너 앞에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버려져 있었는데요, 바로 이 박스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한 상자에는 이렇게 새끼 일곱 마리하고 어미, 한 상자에는 큰 개 두 마리, 또 한 상자에 큰 개 두 마리 암수."]

지난해 난소암 수술에다 천식에 허리디스크까지 얻었지만 여전히 무거운 사료 포대를 나르고 어미개들에겐 직접 밥을 지어주며 자식 돌보듯 합니다.

어려운 경기에 후원도 줄어 점점 빚만 쌓여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대형견 160마리, 170마리 되니까 15kg짜리 사료만 한 달에 90포 먹어. 사룟값만 200만 원이 넘어."]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병든 유기견들의 비싼 치료비입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태양'이는 지난번에 다쳐서 발등에 구멍이 났어. 그래서 병원에 가서 약 먹는 애고 '강산'이는 간질, '명자'는 감기약, '바다' 약. 얘는 골육종."]

이번 겨울 새로 들어온 40여 마리 유기견의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비용 등 걱정이 태산이지만 자원봉사 손길로 한겨울을 버티고 있습니다.

[정희석/유기견보호소 자원봉사자 : "입양되는 게 최우선으로 좋은 바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입양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서 봉사자 분들 많이 오셔서 봉사하고 산책도 즐길 수 있게…."]

경기도의 또 다른 유기견 보호소.

시 보호소 유기견들 가운데 열흘의 보호 기간이 끝난 대형견들을 데려와 돌보고 있습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입양가능성이 있는 개들을 데려다가 적절히 돌봐서 입양 보내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어차피 시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위기에 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안락사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평균 80마리가 이곳에서 생활하는데요,

겨울에는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겨울에는 전국적으로 유기동물이 줄어드는 시기이긴 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자연사하는 개체수가 많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전국에 있는 시 보호소들이 저희처럼 견사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아요. 실제로 뜬장에 있는 개들은 얼어 죽는 경우도 많아요."]

때문에 이곳에서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혹독한 추위라고 하는데요.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야외 견사이기 때문에 추위를 가장 조심하고 있죠. 개들도 추위를 잘 견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똑같아요. 추위에 약해요. 저항력이 낮아지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그래요."]

보호소가 야외에 있다 보니 찬바람을 막아줄 가림막을 설치하고 견사 바닥도 찬기운이 덜 올라오도록 신경을 씁니다.

얇은 이불과 담요는 겨울나기에 필수품입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쓰던 이불이에요. 숨이 다 죽은 여름 이불이잖아요. 이런 게 저희가 필요한 거예요. 오히려 솜이 톡톡하게 많이 들어있는 새 이불은 더 위험할 수 있어요. 강아지들이 장난치다가 질식할 수 있거든요. 이런 건 쓰다가 버리시는 거죠? 이게 좋아요. 저희는."]

이불 만큼이나 옷도 이곳 개들에겐 패션이 아닌 생존 필수품이라고 합니다.

일찌감치 여름부터 자원봉사자들이 겨울을 날 옷을 손수 만들어 겨울 채비를 해 왔다는데요.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이런 것도 따뜻해서 기모같이 된 거라서 따뜻해서 입혀야죠."]

견사 안 추위를 막는 것만으로 겨울나기 준비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겨울에는 아침에 와보면 물이 꽝꽝 얼어있어요. 그거 깨고 아침에 물부터 주는 게 항상 일이거든요. 저녁에 갈 때 온수를 한 번 더 뿌려주고 밤새 가능한 오랫동안 물이 얼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데워서 한 번씩 다시 주거든요."]

전국적으로 한해 버려지는 유기견은 9만 마리.

이 가운데 새로 입양되는 건 열 마리 중 세 마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증가하는 반려견 인구 만큼이나 버림받고 있는 유기견들.

오늘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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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유기견들의 겨울나기
    • 입력 2019-01-09 08:35:11
    • 수정2019-01-09 1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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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아침도 정말 춥습니다.

이런 추운 날씨가 견디기 힘든 건 사람만이 아닌데요.

오늘은 유기견 얘기입니다.

보통 휴가철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여름이 가장 잔혹한 계절이 아닐까 했는데 겨울 역시 혹독한 하루하루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들로부터 버려진 반려견들은 이 한파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유기견보호소.

나이도 생김새도 다른 다양한 유기견들이 100여 마리 넘게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종만/유기견보호소 실장 : "견주들이 다 버린 애들이에요. 도살장에서 탈출한 애들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오일장에서 팔려 나가는 걸 구조해 온 것도 있고."]

이름표에는 이름은 물론이고요, 이곳으로 오게 된 배경, 특징 등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견들도 있는데요.

[이종만/유기견보호소 실장 : "대형견이다 보니까 입양을 잘 안 하려 해요. 주로 아파트, 주택인데 이런 애들은 관리가 안 되잖아요. 주민 신고 때문에."]

9년 전 유기견 세 마리로 시작한 올해 일흔 셋의 박정수 소장.

견사 옆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백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돌봐 최초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고 하는데요.

입양돼 나가는 것보다 새로 들어오는 개들이 훨씬 많아 이미 포화 상태를 넘었다고 합니다.

올 겨울에만 보호소 새 식구가 40마리가 넘게 늘었는데요.

절반이 갓 태어난 젖먹이 개들이었습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저녁 8시 40분에 강아지 소리가 나길래 뛰쳐 나갔더니 이런 상자 세 개가 여기 있잖아. 끝에 세 개가 있었던 거야."]

사흘 전에도 견사 컨테이너 앞에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버려져 있었는데요, 바로 이 박스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한 상자에는 이렇게 새끼 일곱 마리하고 어미, 한 상자에는 큰 개 두 마리, 또 한 상자에 큰 개 두 마리 암수."]

지난해 난소암 수술에다 천식에 허리디스크까지 얻었지만 여전히 무거운 사료 포대를 나르고 어미개들에겐 직접 밥을 지어주며 자식 돌보듯 합니다.

어려운 경기에 후원도 줄어 점점 빚만 쌓여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대형견 160마리, 170마리 되니까 15kg짜리 사료만 한 달에 90포 먹어. 사룟값만 200만 원이 넘어."]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병든 유기견들의 비싼 치료비입니다.

[박정수/유기견보호소 대표 : "'태양'이는 지난번에 다쳐서 발등에 구멍이 났어. 그래서 병원에 가서 약 먹는 애고 '강산'이는 간질, '명자'는 감기약, '바다' 약. 얘는 골육종."]

이번 겨울 새로 들어온 40여 마리 유기견의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비용 등 걱정이 태산이지만 자원봉사 손길로 한겨울을 버티고 있습니다.

[정희석/유기견보호소 자원봉사자 : "입양되는 게 최우선으로 좋은 바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입양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서 봉사자 분들 많이 오셔서 봉사하고 산책도 즐길 수 있게…."]

경기도의 또 다른 유기견 보호소.

시 보호소 유기견들 가운데 열흘의 보호 기간이 끝난 대형견들을 데려와 돌보고 있습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입양가능성이 있는 개들을 데려다가 적절히 돌봐서 입양 보내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어차피 시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위기에 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안락사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평균 80마리가 이곳에서 생활하는데요,

겨울에는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겨울에는 전국적으로 유기동물이 줄어드는 시기이긴 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자연사하는 개체수가 많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전국에 있는 시 보호소들이 저희처럼 견사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아요. 실제로 뜬장에 있는 개들은 얼어 죽는 경우도 많아요."]

때문에 이곳에서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혹독한 추위라고 하는데요.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야외 견사이기 때문에 추위를 가장 조심하고 있죠. 개들도 추위를 잘 견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똑같아요. 추위에 약해요. 저항력이 낮아지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그래요."]

보호소가 야외에 있다 보니 찬바람을 막아줄 가림막을 설치하고 견사 바닥도 찬기운이 덜 올라오도록 신경을 씁니다.

얇은 이불과 담요는 겨울나기에 필수품입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쓰던 이불이에요. 숨이 다 죽은 여름 이불이잖아요. 이런 게 저희가 필요한 거예요. 오히려 솜이 톡톡하게 많이 들어있는 새 이불은 더 위험할 수 있어요. 강아지들이 장난치다가 질식할 수 있거든요. 이런 건 쓰다가 버리시는 거죠? 이게 좋아요. 저희는."]

이불 만큼이나 옷도 이곳 개들에겐 패션이 아닌 생존 필수품이라고 합니다.

일찌감치 여름부터 자원봉사자들이 겨울을 날 옷을 손수 만들어 겨울 채비를 해 왔다는데요.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이런 것도 따뜻해서 기모같이 된 거라서 따뜻해서 입혀야죠."]

견사 안 추위를 막는 것만으로 겨울나기 준비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강경미/동물보호단체 대표 : "겨울에는 아침에 와보면 물이 꽝꽝 얼어있어요. 그거 깨고 아침에 물부터 주는 게 항상 일이거든요. 저녁에 갈 때 온수를 한 번 더 뿌려주고 밤새 가능한 오랫동안 물이 얼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데워서 한 번씩 다시 주거든요."]

전국적으로 한해 버려지는 유기견은 9만 마리.

이 가운데 새로 입양되는 건 열 마리 중 세 마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증가하는 반려견 인구 만큼이나 버림받고 있는 유기견들.

오늘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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