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대공습…불편 넘어 우울함까지

입력 2019.03.06 (12:21) 수정 2019.03.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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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뭐하십니까?

저도 일어나자마자 알람 끄고 확인하는게, 오늘 미세먼지 상황인데요.

주요 뉴스로 전해드렸지만, 계속되는 미세먼지 경보, 또 비상저감조치에 일상 생활도 완전 바뀌었습니다.

이제 불편한 정도가 아닌 우울함까지 호소하는 미세먼지에 갇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한강변입니다.

미세먼지에 갇혀 뿌옇게 흐린 풍경은 아침인지 낮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수치가 사상 최악을 기록한 어제. 재난문자 많이들 받으셨죠?

어제는 새벽부터 울린 재난문자를 받고 잠에서 깬 분들도 많았습니다.

[황지운/서울시 영등포구 : "아침에 6시쯤 받았어요. 재난문자. 그래도 생활은 해야 하니까 마스크를 끼고 나왔어요."]

[최요섭/서울시 노원구 : "옛날에는 이런 미세먼지가 재난문자나 이런 국가적으로 신경써야될 정도로 크게 될 줄 몰랐는데..."]

네, 미세먼지는 이제 재난에 견줄 정도가 됐습니다.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또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이제 남녀노소할 것 없습니다.

[함춘실/서울시 구로구 : "(미세먼지 예보를) 매일 봐요. 저는 애가 있기 때문에 아기가 있어요. 손주가. 매일 확인하고 손주를 어린이집 갈 때 미세먼지 예방하는 마스크를 착용해요."]

[서예주/서울시 관악구 : "계속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하니까 매일 매일 찾아봐도 나쁘니까 그냥 요즘에는 매일 쓰게 돼요. 마스크를."]

하교 시간을 맞은 한 초등학교 앞으로 가봤습니다.

학부모,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낀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시각, 학교 앞 미세먼지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미세먼지 319. 초미세먼지는 203.

모두 매우 나쁨 단계를 보였습니다.

새학기의 설렘도 잠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은 꿈도 못꿉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애들 안 내보낼 수도 없고 생활을 안 할 수도 없고. 그거에 자꾸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애들도 못 노니까 더 힘들어하고 에너지 넘치는데..."]

나아질 기미 없는 미세먼지 수치에 밖에서 마스크는 제대로 쓰고 다니는지 아이들 건강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일단 마스크는 반드시 끼우죠. 이게 지금 드러나지는 않지만 10년 후만 되더라도 아이들한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많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학부모/음성변조 : "어른들도 잠깐 나갈 때도 입안에 먼지 끼듯이 뭔가 텁텁하고 저녁 때 되면 목소리도 가라앉고 어른도 이 정돈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애들은 마스크 쓰는 거 귀찮아하니까 자꾸 빼게 되면 기침하고 가래 섞인 소리 나고 병원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

이번엔 야외 공원으로 가봤습니다.

이곳의 미세먼지 수치는 345.

역시 매우 나쁨 단계인데요.

그간 날씨가 풀릴 날만 기다리며 손님 맞이를 기대했던 공원의 상인들은 며칠째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공원 상인/음성변조 : "어휴, 개시도 못 했어요. 가려고요. 가야지 뭐. 한 대도 못 태웠는데 있으면 뭐 해. 어제는 6천 원 벌었어요."]

아침부터 텅 빈 광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상인은 결국 일찌감치 문을 닫고 철수합니다.

근처 편의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세먼지 수치가 연일 최악인 요즘, 새로 물건을 들여놓기도 여간 고심되는 게 아닙니다.

[편의점 상인/음성변조 : "미세먼지 때문에 끝까지 (예보를) 보고서 발주해요. 왜냐하면 먼지 많으면 사람들이 평소보다 3분의 1은 줄어든다고 봐요. 지금 없잖아요, 사람이."]

평소 늘 인파로 북적이던 대로도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그나마 야외보다는 실내가 낫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건물 안이나 지하를 선호하게 된다는데요.

[황지운/서울시 영등포구 :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여기 안이 조금 덜 미세먼지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리로 왔어요."]

[서재용/경기도 성남시 : "아무래도 지상을 피하게 되죠. 누굴 기다리더라도 밖에 먼지가 너무 심하니까 차라리 지하가 낫지 않을까 해서 지하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곳 실내 공기는 어떨까요?

바깥보다는 다소 수치가 낮지만, 실내 역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수준입니다.

[노혜진/서울시 구로구 : "내부는 그래도 확실히 바깥보다는 덜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거 보니까 좀 충격적이네요."]

답답한 마음에 실내에서도 환기 한번하려고 창문을 조금만 열자 미세먼지 수치가 4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신선한 공기는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접할 수도 마실 수도 없는 하루하루에 이제는 불편함을 넘어 우울함까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관영/서울시 마포구 :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 딱 이맘때쯤인데 하늘 맑고 그런데 너무 뿌예서 걱정되고 나가기도 싫고 그래요."]

[김미선/경기도 평택시 : "마스크 쓰는 거 불편한데 꼭 써야 하니까 일상생활이 너무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파란 하늘 본지도 오래된 것 같고 자꾸 (재난) 문자만 오는데 이게 언제 해결될 지도 모르니까."]

[정정아/경기도 평택시 : "전혀 봄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계절에 대한 감각 자체가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이렇게 되다 보니까 오히려 무감각해지고 둔해진 것 같아요."]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보내온 맑고 깨끗한 하늘이 요즘처럼 부럽고 그리울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연일 울리는 미세먼지 경보에 비상저감조치 등 각종 대책은 과연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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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의 대공습…불편 넘어 우울함까지
    • 입력 2019-03-06 12:27:25
    • 수정2019-03-06 12:40:21
    뉴스 12
[앵커]

요즘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뭐하십니까?

저도 일어나자마자 알람 끄고 확인하는게, 오늘 미세먼지 상황인데요.

주요 뉴스로 전해드렸지만, 계속되는 미세먼지 경보, 또 비상저감조치에 일상 생활도 완전 바뀌었습니다.

이제 불편한 정도가 아닌 우울함까지 호소하는 미세먼지에 갇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한강변입니다.

미세먼지에 갇혀 뿌옇게 흐린 풍경은 아침인지 낮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수치가 사상 최악을 기록한 어제. 재난문자 많이들 받으셨죠?

어제는 새벽부터 울린 재난문자를 받고 잠에서 깬 분들도 많았습니다.

[황지운/서울시 영등포구 : "아침에 6시쯤 받았어요. 재난문자. 그래도 생활은 해야 하니까 마스크를 끼고 나왔어요."]

[최요섭/서울시 노원구 : "옛날에는 이런 미세먼지가 재난문자나 이런 국가적으로 신경써야될 정도로 크게 될 줄 몰랐는데..."]

네, 미세먼지는 이제 재난에 견줄 정도가 됐습니다.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또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이제 남녀노소할 것 없습니다.

[함춘실/서울시 구로구 : "(미세먼지 예보를) 매일 봐요. 저는 애가 있기 때문에 아기가 있어요. 손주가. 매일 확인하고 손주를 어린이집 갈 때 미세먼지 예방하는 마스크를 착용해요."]

[서예주/서울시 관악구 : "계속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하니까 매일 매일 찾아봐도 나쁘니까 그냥 요즘에는 매일 쓰게 돼요. 마스크를."]

하교 시간을 맞은 한 초등학교 앞으로 가봤습니다.

학부모,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낀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시각, 학교 앞 미세먼지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미세먼지 319. 초미세먼지는 203.

모두 매우 나쁨 단계를 보였습니다.

새학기의 설렘도 잠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은 꿈도 못꿉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애들 안 내보낼 수도 없고 생활을 안 할 수도 없고. 그거에 자꾸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애들도 못 노니까 더 힘들어하고 에너지 넘치는데..."]

나아질 기미 없는 미세먼지 수치에 밖에서 마스크는 제대로 쓰고 다니는지 아이들 건강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일단 마스크는 반드시 끼우죠. 이게 지금 드러나지는 않지만 10년 후만 되더라도 아이들한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많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학부모/음성변조 : "어른들도 잠깐 나갈 때도 입안에 먼지 끼듯이 뭔가 텁텁하고 저녁 때 되면 목소리도 가라앉고 어른도 이 정돈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애들은 마스크 쓰는 거 귀찮아하니까 자꾸 빼게 되면 기침하고 가래 섞인 소리 나고 병원을 달고 사는 것 같아요."]

이번엔 야외 공원으로 가봤습니다.

이곳의 미세먼지 수치는 345.

역시 매우 나쁨 단계인데요.

그간 날씨가 풀릴 날만 기다리며 손님 맞이를 기대했던 공원의 상인들은 며칠째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공원 상인/음성변조 : "어휴, 개시도 못 했어요. 가려고요. 가야지 뭐. 한 대도 못 태웠는데 있으면 뭐 해. 어제는 6천 원 벌었어요."]

아침부터 텅 빈 광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상인은 결국 일찌감치 문을 닫고 철수합니다.

근처 편의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세먼지 수치가 연일 최악인 요즘, 새로 물건을 들여놓기도 여간 고심되는 게 아닙니다.

[편의점 상인/음성변조 : "미세먼지 때문에 끝까지 (예보를) 보고서 발주해요. 왜냐하면 먼지 많으면 사람들이 평소보다 3분의 1은 줄어든다고 봐요. 지금 없잖아요, 사람이."]

평소 늘 인파로 북적이던 대로도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그나마 야외보다는 실내가 낫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건물 안이나 지하를 선호하게 된다는데요.

[황지운/서울시 영등포구 :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여기 안이 조금 덜 미세먼지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리로 왔어요."]

[서재용/경기도 성남시 : "아무래도 지상을 피하게 되죠. 누굴 기다리더라도 밖에 먼지가 너무 심하니까 차라리 지하가 낫지 않을까 해서 지하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곳 실내 공기는 어떨까요?

바깥보다는 다소 수치가 낮지만, 실내 역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수준입니다.

[노혜진/서울시 구로구 : "내부는 그래도 확실히 바깥보다는 덜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거 보니까 좀 충격적이네요."]

답답한 마음에 실내에서도 환기 한번하려고 창문을 조금만 열자 미세먼지 수치가 4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신선한 공기는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접할 수도 마실 수도 없는 하루하루에 이제는 불편함을 넘어 우울함까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관영/서울시 마포구 :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 딱 이맘때쯤인데 하늘 맑고 그런데 너무 뿌예서 걱정되고 나가기도 싫고 그래요."]

[김미선/경기도 평택시 : "마스크 쓰는 거 불편한데 꼭 써야 하니까 일상생활이 너무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파란 하늘 본지도 오래된 것 같고 자꾸 (재난) 문자만 오는데 이게 언제 해결될 지도 모르니까."]

[정정아/경기도 평택시 : "전혀 봄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계절에 대한 감각 자체가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이렇게 되다 보니까 오히려 무감각해지고 둔해진 것 같아요."]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보내온 맑고 깨끗한 하늘이 요즘처럼 부럽고 그리울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연일 울리는 미세먼지 경보에 비상저감조치 등 각종 대책은 과연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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