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브라질 댐 붕괴, 중금속 오염된 강을 가다

입력 2019.03.14 (20:34) 수정 2019.03.14 (20: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브라질 광산 댐 붕괴가 일어난 지 한달 보름 가까이 지났습니다.

댐이 붕괴되면서 광산 중금속 폐기물이 강으로 유입돼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0만 가구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브라질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이재환 특파원,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하류 강이 이른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면서요?

[기자]

네,제가 나와 있는 이곳이 광산 댐이 붕괴한 브라질 중부 미나스제라이스주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강이 파라오페바강인데요,

진흙과 광산 폐기물이 쓸려 내려오면서 댐 붕괴 한달 반이 넘은 지금까지도 시뻘겋게 변해 있습니다.

파라오페바 강은 500여 킬로미터로 미나스 제라이스 주 35개 도시에 걸쳐 있는 주요 하천으로 대서양까지 흘러 갑니다.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이 저장된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강을 오염시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인디오 원주민들이 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투쿠따리 파타쇼/원주민 : "어린아이들은 여기서 물놀이를 했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여기서 물을 길어 마을로 가져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강 가에는 중금속이 섞인 시커먼 퇴적물이 쌓여 있습니다.

[에디송/원주민 : "철반석과 수은 등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물에서 놀지 못합니다."]

[앵커]

강이 지역민들에게는 식수원으로 사용돼 왔을 텐데요,

사고 이후에도 식수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주 정부는 지난달 강물을 사람과 동물의 식수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는 것을 무기한 금지시켰습니다.

이에 10만 가구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 가정을 방문해 보니 주방에는 생수통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해 왔지만 강이 오염된 뒤부터 마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아라/브루마징유 주부 : "환경단체가 와서 이 지하수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 당국에서도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30년 은행원으로 일하다 고향에 돌아와 새 인생을 설계했던 59살 마리아 씨, 퇴직금으로 농장을 구입하고 다양한 과일 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 씨의 꿈은 강이 오염된 뒤 송두리째 날아 갔습니다.

[마리아 루이자/은퇴자 : "이 땅의 고통이 나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네요. 이 과일들은 바로 따서 먹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돼요."]

강 옆에 사는 한 주민은 병아리가 갑자기 죽었다며 지하수 오염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받아 놓은 빗물이나 생수를 가축들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강 유역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왔던 5만 가구 주민들은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당국의 강 오염도에 대한 측정은 나온 건가요?

[기자]

네, 행정당국의 오염 측정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시민환경단체가 파라오페바 강의 중금속 오염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무너진 광산 댐으로부터 하류 305킬로미터에 걸쳐 22개 지점에서 수질을 조사했는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말루 히베이루/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조사요원 : "물이라고 하기 힘들어요. 초콜릿 케이크 반죽 같아요. 끈적거리네요."]

신경계와 간 등에 영향을 끼치는 구리는 허용치의 최고 600배, 하류 지점에도 300배가 넘었습니다.

폐암과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크롬이 최고 40배, 망간은 최고 35배에 달했습니다.

[앵커]

중금속 오염이 상당히 심각하네요,

강을 복원시키기 위한 계획은 있는 건가요?

[기자]

네,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110여 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펼쳐지는 가운데, 광산 댐 운영회사인 철광업체 발리는 오는 7월까지 강을 준설하는 등의 복구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강을 복원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호미우다/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팀장 : "시간이 지나서 물이 눈에 보기에 맑아졌다고 해도 깨끗한 물이 아닙니다. 강은 오염돼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이에따라 강유역 주민들의 이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브라질 브루마징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현장] 브라질 댐 붕괴, 중금속 오염된 강을 가다
    • 입력 2019-03-14 20:40:54
    • 수정2019-03-14 20:52:06
    글로벌24
[앵커]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브라질 광산 댐 붕괴가 일어난 지 한달 보름 가까이 지났습니다.

댐이 붕괴되면서 광산 중금속 폐기물이 강으로 유입돼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0만 가구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브라질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이재환 특파원,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하류 강이 이른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면서요?

[기자]

네,제가 나와 있는 이곳이 광산 댐이 붕괴한 브라질 중부 미나스제라이스주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강이 파라오페바강인데요,

진흙과 광산 폐기물이 쓸려 내려오면서 댐 붕괴 한달 반이 넘은 지금까지도 시뻘겋게 변해 있습니다.

파라오페바 강은 500여 킬로미터로 미나스 제라이스 주 35개 도시에 걸쳐 있는 주요 하천으로 대서양까지 흘러 갑니다.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이 저장된 광산 댐이 붕괴하면서 강을 오염시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인디오 원주민들이 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투쿠따리 파타쇼/원주민 : "어린아이들은 여기서 물놀이를 했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여기서 물을 길어 마을로 가져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강 가에는 중금속이 섞인 시커먼 퇴적물이 쌓여 있습니다.

[에디송/원주민 : "철반석과 수은 등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물에서 놀지 못합니다."]

[앵커]

강이 지역민들에게는 식수원으로 사용돼 왔을 텐데요,

사고 이후에도 식수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주 정부는 지난달 강물을 사람과 동물의 식수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는 것을 무기한 금지시켰습니다.

이에 10만 가구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 가정을 방문해 보니 주방에는 생수통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해 왔지만 강이 오염된 뒤부터 마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아라/브루마징유 주부 : "환경단체가 와서 이 지하수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 당국에서도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30년 은행원으로 일하다 고향에 돌아와 새 인생을 설계했던 59살 마리아 씨, 퇴직금으로 농장을 구입하고 다양한 과일 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 씨의 꿈은 강이 오염된 뒤 송두리째 날아 갔습니다.

[마리아 루이자/은퇴자 : "이 땅의 고통이 나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네요. 이 과일들은 바로 따서 먹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돼요."]

강 옆에 사는 한 주민은 병아리가 갑자기 죽었다며 지하수 오염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받아 놓은 빗물이나 생수를 가축들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강 유역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왔던 5만 가구 주민들은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당국의 강 오염도에 대한 측정은 나온 건가요?

[기자]

네, 행정당국의 오염 측정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시민환경단체가 파라오페바 강의 중금속 오염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무너진 광산 댐으로부터 하류 305킬로미터에 걸쳐 22개 지점에서 수질을 조사했는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말루 히베이루/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조사요원 : "물이라고 하기 힘들어요. 초콜릿 케이크 반죽 같아요. 끈적거리네요."]

신경계와 간 등에 영향을 끼치는 구리는 허용치의 최고 600배, 하류 지점에도 300배가 넘었습니다.

폐암과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크롬이 최고 40배, 망간은 최고 35배에 달했습니다.

[앵커]

중금속 오염이 상당히 심각하네요,

강을 복원시키기 위한 계획은 있는 건가요?

[기자]

네,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110여 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펼쳐지는 가운데, 광산 댐 운영회사인 철광업체 발리는 오는 7월까지 강을 준설하는 등의 복구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강을 복원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호미우다/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팀장 : "시간이 지나서 물이 눈에 보기에 맑아졌다고 해도 깨끗한 물이 아닙니다. 강은 오염돼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이에따라 강유역 주민들의 이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브라질 브루마징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