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스템 구축도, 해석도 “알아서”…지진위험관리 ‘자체평가’ 포항발전

입력 2019.04.10 (21:36) 수정 2019.04.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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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관련 심층 보도, 오늘(10일)도 이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진에 대한 대비와 관리, 이 모든것을 민간 주관사 넥스지오가 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진 관리 시스템 구축부터 평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지진 이후 물 주입을 중단하고 다시 넣는 것도, 사업단이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랐다는 겁니다.

정연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주관사 넥스지오가 에너지기술평가원에 제출한 2013년 연차보고서입니다.

지진 위험 관리 항목에서 미소진동, 즉 지진 계측 시스템 구축과 감시, 해석기술 개발을 100% 완료했다고 보고합니다.

2015년 보고서도 시추와 물 주입에 따른 지진 감시와 해석 기술 개발을 계획대로 100% 마쳤다고 적습니다

지진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기술을 민간 개발사가 계획대로 마쳤다는 겁니다.

평가는 누가 했을까?

목표치를 100% 달성했다면서 "자체평가"라고 적었습니다.

평가를 스스로 했다는 겁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위원 : "민간사업자가 (사업에 관련되지 않은) 외부 기관 없이 이 사업에 대한 안전 점검을 자체적으로 했다는 것,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보고요."]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이 나기 1년 전부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잇따랐고,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이 나자 물 주입 시험을 중단합니다.

그 기준 역시 '자체 작성'한 위기관리시스템, '신호등체계'로 규모 2.5 이상의 지진이 나더라도 전담기관과 정부에 보고하고 배수조치만 하면 됩니다.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지시하지 않으면서 사업단은 넉달 뒤 물주입을 재개했고 2017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진이 그렇게 큰 게 발생한 이유가 뭔지를 확인을 했어야 되는데..."]

지진 위험 관리를 왜 자체 평가에 맡겼느냐는 질문에 에너지기술평가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허술한 위험관리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정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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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시스템 구축도, 해석도 “알아서”…지진위험관리 ‘자체평가’ 포항발전
    • 입력 2019-04-10 21:39:42
    • 수정2019-04-11 09:20:20
    뉴스 9
[앵커]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관련 심층 보도, 오늘(10일)도 이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진에 대한 대비와 관리, 이 모든것을 민간 주관사 넥스지오가 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진 관리 시스템 구축부터 평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지진 이후 물 주입을 중단하고 다시 넣는 것도, 사업단이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랐다는 겁니다. 정연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주관사 넥스지오가 에너지기술평가원에 제출한 2013년 연차보고서입니다. 지진 위험 관리 항목에서 미소진동, 즉 지진 계측 시스템 구축과 감시, 해석기술 개발을 100% 완료했다고 보고합니다. 2015년 보고서도 시추와 물 주입에 따른 지진 감시와 해석 기술 개발을 계획대로 100% 마쳤다고 적습니다 지진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기술을 민간 개발사가 계획대로 마쳤다는 겁니다. 평가는 누가 했을까? 목표치를 100% 달성했다면서 "자체평가"라고 적었습니다. 평가를 스스로 했다는 겁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위원 : "민간사업자가 (사업에 관련되지 않은) 외부 기관 없이 이 사업에 대한 안전 점검을 자체적으로 했다는 것,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보고요."]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이 나기 1년 전부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잇따랐고,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이 나자 물 주입 시험을 중단합니다. 그 기준 역시 '자체 작성'한 위기관리시스템, '신호등체계'로 규모 2.5 이상의 지진이 나더라도 전담기관과 정부에 보고하고 배수조치만 하면 됩니다.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지시하지 않으면서 사업단은 넉달 뒤 물주입을 재개했고 2017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진이 그렇게 큰 게 발생한 이유가 뭔지를 확인을 했어야 되는데..."] 지진 위험 관리를 왜 자체 평가에 맡겼느냐는 질문에 에너지기술평가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허술한 위험관리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정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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