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맞춘 결론…“공단 노동자라 반정부적”

입력 2019.05.07 (06:34) 수정 2019.05.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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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유가족이 종북 성향이라는 기무사 보고서, 분석해보니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하나로 촛불집회가 반정부 성향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단원고 학부모는 공단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로 역시 반정부 성향으로 분류됐습니다.

이어서 노윤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월호 참사 다음날, 단원고에서 처음 불을 밝혔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었습니다.

이런 바람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조옥련/경기도 안산 시민/2014년 4월 : "정말 가만있지 못할 거 같아요. 진짜 빨리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촛불이 켜진지 사흘 뒤, 기무사가 사찰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집회가 '반정부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적었습니다.

근거는 단 하나, MLB파크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집회에 가봤더니 정치 어젠다 집회더라'는 글이 올라왔단 겁니다.

이를 토대로 기무사는 군 장병, 군인 가족은 참여하지 못하게 정신 교육해야 한다고 보고합니다.

이후에는 반정부 움직임을 경계한다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이념 성향 관련 보고가 집중됩니다.

단원고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라는 이유로 반정부 성향이고, 보상금을 주면 해결이 기대된다고 보고하는가 하면, 유가족 대표에 대해서는 학원을 운영하는 등 평범한 직업이라면서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성향이 사회 비판적이라고 규정했고, 정의당 당원이란 허위 사실까지 보고됩니다.

[장훈/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옛날 말로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 데까지 파악이 된다는 거잖아요. 이건 되게 무서운 거죠.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고."]

결국 촛불집회가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대응방안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향군을 중심으로 가칭 범보수연합을 만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한문과 서울광장 등 집회장소를 선점해 집회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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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꿰맞춘 결론…“공단 노동자라 반정부적”
    • 입력 2019-05-07 06:35:54
    • 수정2019-05-07 08: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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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유가족이 종북 성향이라는 기무사 보고서, 분석해보니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하나로 촛불집회가 반정부 성향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단원고 학부모는 공단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로 역시 반정부 성향으로 분류됐습니다.

이어서 노윤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월호 참사 다음날, 단원고에서 처음 불을 밝혔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었습니다.

이런 바람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조옥련/경기도 안산 시민/2014년 4월 : "정말 가만있지 못할 거 같아요. 진짜 빨리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촛불이 켜진지 사흘 뒤, 기무사가 사찰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집회가 '반정부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적었습니다.

근거는 단 하나, MLB파크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집회에 가봤더니 정치 어젠다 집회더라'는 글이 올라왔단 겁니다.

이를 토대로 기무사는 군 장병, 군인 가족은 참여하지 못하게 정신 교육해야 한다고 보고합니다.

이후에는 반정부 움직임을 경계한다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이념 성향 관련 보고가 집중됩니다.

단원고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라는 이유로 반정부 성향이고, 보상금을 주면 해결이 기대된다고 보고하는가 하면, 유가족 대표에 대해서는 학원을 운영하는 등 평범한 직업이라면서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성향이 사회 비판적이라고 규정했고, 정의당 당원이란 허위 사실까지 보고됩니다.

[장훈/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옛날 말로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 데까지 파악이 된다는 거잖아요. 이건 되게 무서운 거죠.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고."]

결국 촛불집회가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대응방안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향군을 중심으로 가칭 범보수연합을 만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한문과 서울광장 등 집회장소를 선점해 집회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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