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5전 전패 16개국 최하위…감동은 금메달

입력 2019.07.29 (08:35) 수정 2019.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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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팀이 있죠. 네, 여자 수구 대표팀입니다.

6득점에 172실점, 5전 전패, 16개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어떤 팀보다 많은 감동을 줬는데요,

열정과 동료애로 가득했던 여자 수구 대표팀 선수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16일, 여자 수구 대표팀의 러시아와의 경기.

첫 경기에서 64대 0으로 대패한 뒤 두 번째 경기 스코어는 27대 0.

여전히 첫 골 터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남은 시간은 4분여, 고등학교 1학년 경다슬 선수가 던진 공이 골대 오른 쪽에 꽂힙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지고, 벤치에 있던 동료들도 눈물을 흘립니다.

91골을 먹은 뒤에야 터진 첫 골입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대표팀/1호 골 득점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해서 정말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제 인생에서 들어본 가장 큰 환호였어요."]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시합 나올 때 목표는 진짜 한 골이었습니다. 한 골. 40일 동안 운동한 것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딱 흘러가는 거예요. 눈물도 나고. 선수들이 고생한 거, 참고 한 거, 그런 것들이(생각나면서) 진짜 펑펑 울었습니다."]

이번에 출전한 여자 수구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결성된 국가대표 팀입니다.

광주 세계 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5월 말에야 꾸려졌습니다.

대회를 불과 40일 남겨둔 시점, 13명의 선수 중 11명은 중고등학생이었습니다.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처음에 보니까 아이들이 어리잖아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수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죠."]

기록을 다투는 경영만 하던 선수들이다보니 공을 다루는 법부터 팀워크까지 모두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대부분이 학생들이다보니,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연습 후에 등교하고, 오후에 다시 연습하는 식으로 하루에 8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안 쓰는 근육을 쓰니까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몸싸움을 하게 되니까 아프거든요."]

막 걸음마를 뗀 선수들은 그래도 지치지 않았고, 수구에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저희 훈련 시간이 저희도 모르게 3시간, 4시간. 진짜 5시간도 해봤어요. 물속에서 한 번 하는데. 저희가 힘든 걸 모를 정도로 재밌어서 즐겁게 했던 거 같아요."]

수구로 유명한 경기체고와 전남체고 등 남자 선수들과의 연습경기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실력을 키워온 여자 수구 대표팀.

["막아! 볼! 볼!"]

힘든 훈련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많게는 9살이나 나는 나이 차에도 몇 년간 맞춰온 팀처럼 끈끈한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선생님들도 모르게 야간에 따로 나와서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한 시간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골문을 지킨 주장 오희지 선수는 대회 내내 코뼈가 부러진 사실을 동생들에게 숨기고 맏언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제가 만약에 그 사실을 바로 말했더라면 우리 친구들이 슛을 제대로 못 때리지 않았을까. 오히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께 인사를 했던 선수들..

다섯 번의 경기에서 모두 전패했지만 선수들 모두 이별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을 뿐 후회는 없었습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국가대표: "이 시합이 마지막 시합이었잖아요, 시합 중간에도 자주 뭉클했었어요. 저희도 이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지 몰랐어요."]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저희 13명이 후회 없이 경기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지만 이대로 광주세계선수권대화가 끝나고 해체돼야 한다는 거……."]

대회가 끝나고, 주장 오희지 선수를 따라 가봤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있는 전남 영암 고향집.

["할머니! (얼마나 고생했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손녀를 할머니는 마음껏 안아줍니다.

오 선수가 수영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실력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임선하/오희지 선수 어머니: "너무 많으니까 나도 헷갈리네. 이게 (소년체전) 금메달이에요."]

오희지 선수네 사남매 중 3명이 수영 선수인데요, 가족들도 이번에 처음으로 수구라는 종목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엄마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임선하/오희지 선수 어머니: "나중에 (희지가) 쌍코피가 터진대. 그래서 다른 엄마가 울더라고요. '아, 왜 울어. 운동하면 다 그래.' 저는 그냥 덤덤했어요. 근데 경기가 점점 끝나가려고 그러니까 너무 갑자기 막 울컥한 거예요. 이제 끝난다는 생각에……."]

체육교사를 꿈꾸며 공부하던 와중에 참가하게 된 수구, 오희지 선수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고 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언니가 이거 끝나더라도 전남에 클럽팀을 만들게. 한번 다 같이 모여서 하자.' 이렇게 했었거든요. 그렇게라도 저희가 조금씩 한다면 '여자 수구도 희망이 있다.' 라는 것이 좀 보이지 않을까"]

희망을 쏘아올린 13명의 선수들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여자 수구가 다시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능성에 대학교에 여자 수구팀이 창단될 거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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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5전 전패 16개국 최하위…감동은 금메달
    • 입력 2019-07-29 08:37:18
    • 수정2019-07-29 1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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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팀이 있죠. 네, 여자 수구 대표팀입니다.

6득점에 172실점, 5전 전패, 16개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어떤 팀보다 많은 감동을 줬는데요,

열정과 동료애로 가득했던 여자 수구 대표팀 선수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16일, 여자 수구 대표팀의 러시아와의 경기.

첫 경기에서 64대 0으로 대패한 뒤 두 번째 경기 스코어는 27대 0.

여전히 첫 골 터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남은 시간은 4분여, 고등학교 1학년 경다슬 선수가 던진 공이 골대 오른 쪽에 꽂힙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지고, 벤치에 있던 동료들도 눈물을 흘립니다.

91골을 먹은 뒤에야 터진 첫 골입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대표팀/1호 골 득점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해서 정말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제 인생에서 들어본 가장 큰 환호였어요."]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시합 나올 때 목표는 진짜 한 골이었습니다. 한 골. 40일 동안 운동한 것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딱 흘러가는 거예요. 눈물도 나고. 선수들이 고생한 거, 참고 한 거, 그런 것들이(생각나면서) 진짜 펑펑 울었습니다."]

이번에 출전한 여자 수구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결성된 국가대표 팀입니다.

광주 세계 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5월 말에야 꾸려졌습니다.

대회를 불과 40일 남겨둔 시점, 13명의 선수 중 11명은 중고등학생이었습니다.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처음에 보니까 아이들이 어리잖아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수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죠."]

기록을 다투는 경영만 하던 선수들이다보니 공을 다루는 법부터 팀워크까지 모두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대부분이 학생들이다보니,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연습 후에 등교하고, 오후에 다시 연습하는 식으로 하루에 8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진만근/여자 수구대표팀 코치: "안 쓰는 근육을 쓰니까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몸싸움을 하게 되니까 아프거든요."]

막 걸음마를 뗀 선수들은 그래도 지치지 않았고, 수구에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저희 훈련 시간이 저희도 모르게 3시간, 4시간. 진짜 5시간도 해봤어요. 물속에서 한 번 하는데. 저희가 힘든 걸 모를 정도로 재밌어서 즐겁게 했던 거 같아요."]

수구로 유명한 경기체고와 전남체고 등 남자 선수들과의 연습경기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실력을 키워온 여자 수구 대표팀.

["막아! 볼! 볼!"]

힘든 훈련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많게는 9살이나 나는 나이 차에도 몇 년간 맞춰온 팀처럼 끈끈한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선생님들도 모르게 야간에 따로 나와서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한 시간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골문을 지킨 주장 오희지 선수는 대회 내내 코뼈가 부러진 사실을 동생들에게 숨기고 맏언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제가 만약에 그 사실을 바로 말했더라면 우리 친구들이 슛을 제대로 못 때리지 않았을까. 오히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께 인사를 했던 선수들..

다섯 번의 경기에서 모두 전패했지만 선수들 모두 이별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을 뿐 후회는 없었습니다.

[경다슬/여자 수구 국가대표: "이 시합이 마지막 시합이었잖아요, 시합 중간에도 자주 뭉클했었어요. 저희도 이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지 몰랐어요."]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저희 13명이 후회 없이 경기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지만 이대로 광주세계선수권대화가 끝나고 해체돼야 한다는 거……."]

대회가 끝나고, 주장 오희지 선수를 따라 가봤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있는 전남 영암 고향집.

["할머니! (얼마나 고생했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손녀를 할머니는 마음껏 안아줍니다.

오 선수가 수영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실력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임선하/오희지 선수 어머니: "너무 많으니까 나도 헷갈리네. 이게 (소년체전) 금메달이에요."]

오희지 선수네 사남매 중 3명이 수영 선수인데요, 가족들도 이번에 처음으로 수구라는 종목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엄마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임선하/오희지 선수 어머니: "나중에 (희지가) 쌍코피가 터진대. 그래서 다른 엄마가 울더라고요. '아, 왜 울어. 운동하면 다 그래.' 저는 그냥 덤덤했어요. 근데 경기가 점점 끝나가려고 그러니까 너무 갑자기 막 울컥한 거예요. 이제 끝난다는 생각에……."]

체육교사를 꿈꾸며 공부하던 와중에 참가하게 된 수구, 오희지 선수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고 합니다.

[오희지/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언니가 이거 끝나더라도 전남에 클럽팀을 만들게. 한번 다 같이 모여서 하자.' 이렇게 했었거든요. 그렇게라도 저희가 조금씩 한다면 '여자 수구도 희망이 있다.' 라는 것이 좀 보이지 않을까"]

희망을 쏘아올린 13명의 선수들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여자 수구가 다시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능성에 대학교에 여자 수구팀이 창단될 거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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