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백골 시신 알고 보니…범죄 유혹하는 ‘가출팸’

입력 2019.08.26 (08:34) 수정 2019.08.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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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가출팸'이라고 아십니까.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를 합쳐 부르는 말인데요,

가출 청소년들은 서로 함께 숙식하며 가족처럼 생활하는걸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생활하다가 쉽게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가출팸 생활을 하던 가출 청소년이 살해돼 백골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났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인적이 드문 경기도의 한 야산.

지난 6월, 이곳의 묘지 인근에서 수상한 물체가 발견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벌초하다가 제초기로 하다가 걸려서 뼈가 나오니까 겁나서 (경찰에) 연락한 거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발굴 작업을 벌였습니다.

조심스럽게 흙을 파낸지 얼마 되지 않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백골 시신이었습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육안으로는 전혀 신원을 추정할 수 없었지만 시신 주위 흙더미 속에서 발견된 것들에 경찰은 주목합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귀고리는 특별한 문양이라든가 고가의 귀고리는 아니고, 반지가 한참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정반지라든가 아니면 커플링으로 유행했던 반지입니다. 그 반지를 주목했고."]

부검결과 시신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으로 추정됐습니다.

[임창영/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뼈 상태라든가 그러니까 성장판이 닫혀있지 않고, 치아의 상태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15세에서 17세 정도의 남성이라고 (국과수) 회신이 왔어요."]

치아 상태와 귀고리, 반지 사진까지 넣은 공개수배 전단지가 배포됐습니다.

장기 결석이나 가출 신고된 청소년, 주민등록 미발급자 등 4만여 명을 수사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던 무렵.

지난해부터 행방이 묘연했던 18살 A군이 포착됐습니다.

[임창영/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그 친구의 SNS를 확인해봤더니 프로필 사진에 저희가 발견했던 반지와 동일한 반지를 착용하고 찍은 프로필 사진이 있었습니다. 동의를 얻어서 (A군) 아버지의 DNA와 확인 작업을 해서 일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6월 A군은 형뻘인 20대 B군 등과 함께 범죄 사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B군은 지난해 6월과 9월 사이 범행도구를 구입해, 공범들과 함께 A군을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2018년 6월쯤 다른 사건으로 (A군이) 입건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공범이었던 (B군 등) 피의자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술을 해서 자신들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A군을) 없애면 자신들이 처벌을 받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살해를 계획했다."]

피해자인 A군과 피의자들은 2017년, A군이 가출했던 당시 알게됐다고 합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SNS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하는데 (A군이) 잘 곳을 구한다. 재워줄 수 있느냐 (해서) (B군이) 우리 집으로 오라 해서 그때부터 같이 생활을 하게 됐다. (어디서 생활을 같이했나요?) 성남하고 천안 쪽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원룸 같은 곳이요?) 네."]

이른바 가출팸이 된 겁니다. 처음에 B군은 가출해서 갈 곳 없는 A군을 자기 집에 재워준 형이었습니다.

하지만 B군은 의도적으로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했고, A군도 그렇게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가족아닌 가족 '가출팸'

거리로 나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먼저, 가출을 하면 주로 어디서 자는지 물어봤습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친구 집에서 지내거나 돈이 많으면 모텔? (미성년자라 출입이 안 되는데요.) 뚫죠. 무인텔이나 아니면 (주민등록) 증을 사요."]

때론 이런 곳도 잠자리가 된다는데요.

[중학생/음성변조 : "공중화장실이나 코인노래방 보면 24시간 되는 곳이 있어요. 그런 곳에 가면 사장님 없고 24시간 코인 노래방 있는데 거기 방 안에 들어가서 (자요)."]

그러다 SNS를 통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재워달라며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SNS 같은데 "만날 분" 이렇게 해서 "재워줄 분" 이렇게 올려서 지하철 타고 가거나…."]

[중학생/음성변조 : "가출팸이라고 SNS 같은데 보면 가출한 사람들 모임이 있거든요. 거기 보면 "같이 생활할 분" 이런 게시물 같은 거 올라오고. 가출한 애들끼리 모여서 많으면 열 몇 명까지 있고."]

수중에 돈이 없으니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여자애들이랑 시켜서 조건(만남) 하고, 오토바이 같은 것도 훔쳐서 팔고, 돈 빌리고 안 갚고……."]

인터넷 카페까지 있습니다.

가출을 하고 싶다며 가출팸을 찾는 글에, 이유도 묻지 않고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글도 보이는데요.

범죄목적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가출팸에서) 잘 곳을 주는 대신에 너도 역할을 담당해라 (하면), 아이들은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니까 이게 불법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이 보통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거죠. 그만큼 사실은 10대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많습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오히려 잘못된 가족의 품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청소년들.

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번지는 가출팸이 오히려 청소년들의 가출을 부추기고 있는만큼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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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백골 시신 알고 보니…범죄 유혹하는 ‘가출팸’
    • 입력 2019-08-26 08:37:37
    • 수정2019-08-26 10:11:36
    아침뉴스타임
[기자]

'가출팸'이라고 아십니까.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를 합쳐 부르는 말인데요,

가출 청소년들은 서로 함께 숙식하며 가족처럼 생활하는걸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생활하다가 쉽게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가출팸 생활을 하던 가출 청소년이 살해돼 백골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났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인적이 드문 경기도의 한 야산.

지난 6월, 이곳의 묘지 인근에서 수상한 물체가 발견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벌초하다가 제초기로 하다가 걸려서 뼈가 나오니까 겁나서 (경찰에) 연락한 거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발굴 작업을 벌였습니다.

조심스럽게 흙을 파낸지 얼마 되지 않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백골 시신이었습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육안으로는 전혀 신원을 추정할 수 없었지만 시신 주위 흙더미 속에서 발견된 것들에 경찰은 주목합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귀고리는 특별한 문양이라든가 고가의 귀고리는 아니고, 반지가 한참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정반지라든가 아니면 커플링으로 유행했던 반지입니다. 그 반지를 주목했고."]

부검결과 시신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으로 추정됐습니다.

[임창영/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뼈 상태라든가 그러니까 성장판이 닫혀있지 않고, 치아의 상태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15세에서 17세 정도의 남성이라고 (국과수) 회신이 왔어요."]

치아 상태와 귀고리, 반지 사진까지 넣은 공개수배 전단지가 배포됐습니다.

장기 결석이나 가출 신고된 청소년, 주민등록 미발급자 등 4만여 명을 수사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던 무렵.

지난해부터 행방이 묘연했던 18살 A군이 포착됐습니다.

[임창영/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그 친구의 SNS를 확인해봤더니 프로필 사진에 저희가 발견했던 반지와 동일한 반지를 착용하고 찍은 프로필 사진이 있었습니다. 동의를 얻어서 (A군) 아버지의 DNA와 확인 작업을 해서 일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6월 A군은 형뻘인 20대 B군 등과 함께 범죄 사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요,

경찰 조사결과 B군은 지난해 6월과 9월 사이 범행도구를 구입해, 공범들과 함께 A군을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2018년 6월쯤 다른 사건으로 (A군이) 입건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공범이었던 (B군 등) 피의자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술을 해서 자신들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A군을) 없애면 자신들이 처벌을 받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살해를 계획했다."]

피해자인 A군과 피의자들은 2017년, A군이 가출했던 당시 알게됐다고 합니다.

[윤세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SNS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하는데 (A군이) 잘 곳을 구한다. 재워줄 수 있느냐 (해서) (B군이) 우리 집으로 오라 해서 그때부터 같이 생활을 하게 됐다. (어디서 생활을 같이했나요?) 성남하고 천안 쪽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원룸 같은 곳이요?) 네."]

이른바 가출팸이 된 겁니다. 처음에 B군은 가출해서 갈 곳 없는 A군을 자기 집에 재워준 형이었습니다.

하지만 B군은 의도적으로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했고, A군도 그렇게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가족아닌 가족 '가출팸'

거리로 나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먼저, 가출을 하면 주로 어디서 자는지 물어봤습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친구 집에서 지내거나 돈이 많으면 모텔? (미성년자라 출입이 안 되는데요.) 뚫죠. 무인텔이나 아니면 (주민등록) 증을 사요."]

때론 이런 곳도 잠자리가 된다는데요.

[중학생/음성변조 : "공중화장실이나 코인노래방 보면 24시간 되는 곳이 있어요. 그런 곳에 가면 사장님 없고 24시간 코인 노래방 있는데 거기 방 안에 들어가서 (자요)."]

그러다 SNS를 통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재워달라며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SNS 같은데 "만날 분" 이렇게 해서 "재워줄 분" 이렇게 올려서 지하철 타고 가거나…."]

[중학생/음성변조 : "가출팸이라고 SNS 같은데 보면 가출한 사람들 모임이 있거든요. 거기 보면 "같이 생활할 분" 이런 게시물 같은 거 올라오고. 가출한 애들끼리 모여서 많으면 열 몇 명까지 있고."]

수중에 돈이 없으니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여자애들이랑 시켜서 조건(만남) 하고, 오토바이 같은 것도 훔쳐서 팔고, 돈 빌리고 안 갚고……."]

인터넷 카페까지 있습니다.

가출을 하고 싶다며 가출팸을 찾는 글에, 이유도 묻지 않고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글도 보이는데요.

범죄목적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가출팸에서) 잘 곳을 주는 대신에 너도 역할을 담당해라 (하면), 아이들은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니까 이게 불법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이 보통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거죠. 그만큼 사실은 10대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많습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오히려 잘못된 가족의 품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청소년들.

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번지는 가출팸이 오히려 청소년들의 가출을 부추기고 있는만큼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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