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나홀로 ‘알코올’…우울증세·극단적 선택 위험 높인다

입력 2019.09.06 (08:46) 수정 2019.09.0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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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 홀로 '알코올'족 들어보셨습니까?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을 습관적으로 하는 분들인데요.

혼술이 우울 증상이나 극단적 생각이 나타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박 기자, 혼자 맥주 한두 캔 마시는 거 스트레스가 오히려 풀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죠?

[기자]

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연구결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혼술도 다양해서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맥주 한두 캔 사서 마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주점에서 혼자 앉아 스마트폰 보며 마시는 분도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 혼술을 하는 40대 남성을 만나봤는데요.

허전해서 시작한 혼술이었는데, 이젠 습관이 됐다고 말합니다.

[혼술 남성/음성변조 : "먹고 나면 공허하다고 해야 되나 공허해서 지쳐서 잠드는 것처럼 자기 전에 내일은 먹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또 그다음 날이 되면 습관인지 중독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반복적으로 되더라고요. 또 후회하고 하고 또 후회하고…"]

또 다른 남성인데요. 시름을 달래려고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짜증이 늘고 우울해졌다고 말합니다.

[직장인/음성변조 :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 잔씩 하다 보니까 좀 더 무기력해질 때도 있고 약간 좀 우울해지는 감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앵커]

혼술이 습관이 된 거군요.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준거죠?

[기자]

네, 혼술하고 정신건강을 비교한 연구들은 지금까지 많지 않았는데요.

연세의대 연구팀이 성인 3천9백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0%가 혼자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혼술은 지난 1년간 술을 마실 때마다 거의 혼자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기준입니다.

이렇게 혼술을 하는 사람은 사교를 위해 마시는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3배, 심지어 자살 생각 위험은 2.2배 높았습니다.

가볍게 보이는 혼술, 왜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무엇보다 혼술 자체가 심한 음주의 양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울하니까 사회성도 떨어지고 그래서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롭거나 불안한 감정을 혼자서 술로 푸는 거죠.

이른바 자가치료의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그래서 혼술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해 스트레스가 심해도 제대로 주변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기자]

네, 경험적으로 술을 마시면 흥분을 하고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걸 착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알코올 자체는 두뇌 억제제, 그러니까 뇌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약입니다.

마치 수면제나 안정제와 비슷한데요.

그래서 오랫동안 알코올을 섭취하면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일반인에 비해서 많이 나타납니다.

알코올중독이 있는 분들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앵커]

그래도 혼술로 극단적 생각 위험까지 높다는 건 믿어지지 않는데요.

[기자]

네, 혼자 술을 마시는 것과 여럿이 마시는 것의 차이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여럿이서 술을 먹는다는 것은 즐거움을 더 북돋우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까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 술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여럿이서 먹으면 술의 효과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친구가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으면 그만 먹으라고 얘기할 수 있고 집에도 가야 되니까 이래저래 통제요소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혼술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혼자 편안하게 집에서 술을 사다 놓고 먹으면 통제가 안 될 가능성이 많고요.

또, 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잘못 판단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남궁기/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혼자서 술을 먹는 경우는 괴로움 때문에 술을 먹을 가능성이 많고 그 괴로움 자체가 우울증하고 연결돼 있고 그 우울증의 증상 중에 대표적인 게 자살에 대한 사고(생각)이기 때문에 서로 상관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자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캔 마시는 것도 가볍게 봐선 안 되겠네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혼술'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음주 욕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집에 술을 두지 말아야겠죠.

냉장고에 맥주캔 등으로 채워두는 거 피하셔야 하고요.

또, 퇴근길에 술집이나 술 판매점 등을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저녁은 반드시 챙겨 먹어서 출출함을 없애야 하고요. 저녁 시간에 헬스장을 찾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쩌다 혼술 한번 하는 건 괜찮을지 몰라도 혼술이 습관화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또, 혼술보다는 여럿이 만나 이야기도 하며 즐기는 모임을 많이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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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08:48:38
    • 수정2019-09-08 08: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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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알코올'족 들어보셨습니까?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을 습관적으로 하는 분들인데요.

혼술이 우울 증상이나 극단적 생각이 나타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박 기자, 혼자 맥주 한두 캔 마시는 거 스트레스가 오히려 풀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죠?

[기자]

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연구결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혼술도 다양해서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맥주 한두 캔 사서 마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주점에서 혼자 앉아 스마트폰 보며 마시는 분도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 혼술을 하는 40대 남성을 만나봤는데요.

허전해서 시작한 혼술이었는데, 이젠 습관이 됐다고 말합니다.

[혼술 남성/음성변조 : "먹고 나면 공허하다고 해야 되나 공허해서 지쳐서 잠드는 것처럼 자기 전에 내일은 먹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또 그다음 날이 되면 습관인지 중독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반복적으로 되더라고요. 또 후회하고 하고 또 후회하고…"]

또 다른 남성인데요. 시름을 달래려고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짜증이 늘고 우울해졌다고 말합니다.

[직장인/음성변조 :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 잔씩 하다 보니까 좀 더 무기력해질 때도 있고 약간 좀 우울해지는 감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앵커]

혼술이 습관이 된 거군요.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준거죠?

[기자]

네, 혼술하고 정신건강을 비교한 연구들은 지금까지 많지 않았는데요.

연세의대 연구팀이 성인 3천9백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0%가 혼자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혼술은 지난 1년간 술을 마실 때마다 거의 혼자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기준입니다.

이렇게 혼술을 하는 사람은 사교를 위해 마시는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3배, 심지어 자살 생각 위험은 2.2배 높았습니다.

가볍게 보이는 혼술, 왜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무엇보다 혼술 자체가 심한 음주의 양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울하니까 사회성도 떨어지고 그래서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롭거나 불안한 감정을 혼자서 술로 푸는 거죠.

이른바 자가치료의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그래서 혼술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해 스트레스가 심해도 제대로 주변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기자]

네, 경험적으로 술을 마시면 흥분을 하고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걸 착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알코올 자체는 두뇌 억제제, 그러니까 뇌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약입니다.

마치 수면제나 안정제와 비슷한데요.

그래서 오랫동안 알코올을 섭취하면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일반인에 비해서 많이 나타납니다.

알코올중독이 있는 분들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앵커]

그래도 혼술로 극단적 생각 위험까지 높다는 건 믿어지지 않는데요.

[기자]

네, 혼자 술을 마시는 것과 여럿이 마시는 것의 차이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여럿이서 술을 먹는다는 것은 즐거움을 더 북돋우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까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 술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여럿이서 먹으면 술의 효과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친구가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으면 그만 먹으라고 얘기할 수 있고 집에도 가야 되니까 이래저래 통제요소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혼술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혼자 편안하게 집에서 술을 사다 놓고 먹으면 통제가 안 될 가능성이 많고요.

또, 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잘못 판단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남궁기/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혼자서 술을 먹는 경우는 괴로움 때문에 술을 먹을 가능성이 많고 그 괴로움 자체가 우울증하고 연결돼 있고 그 우울증의 증상 중에 대표적인 게 자살에 대한 사고(생각)이기 때문에 서로 상관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자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캔 마시는 것도 가볍게 봐선 안 되겠네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혼술'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음주 욕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집에 술을 두지 말아야겠죠.

냉장고에 맥주캔 등으로 채워두는 거 피하셔야 하고요.

또, 퇴근길에 술집이나 술 판매점 등을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저녁은 반드시 챙겨 먹어서 출출함을 없애야 하고요. 저녁 시간에 헬스장을 찾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쩌다 혼술 한번 하는 건 괜찮을지 몰라도 혼술이 습관화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또, 혼술보다는 여럿이 만나 이야기도 하며 즐기는 모임을 많이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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