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차고 썩은 다가구 임대주택…“도저히 못 살겠다”

입력 2019.10.01 (08:27) 수정 2019.10.01 (08: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다가구주택을 직접 사들여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정작 입주민들이 도저히 못 살겠다며 하나둘씩 떠나고 있습니다.

임대 실적만 채울 뿐 관리는 뒷전인 다가구 임대주택의 실태,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다가구 임대주택.

볕이 안 들어 한낮인데도 캄캄합니다.

물이 들어찬 반지하층에는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김대동/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살 수가 있어요? 못 살지. 비 올 때마다 물을 퍼내야 하는데. 방바닥까지 물이 스며들어 가는데, 여기서 물이."]

또 다른 임대주택은 복도가 모래밭으로 변했습니다.

[김박지/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이게 뭐예요?) 물이 바닥에서 나와 가지고, 바닥에서 나와서 고인다고. 그래서 내가 모래를 깔아놨다고."]

반지하 네 집 가운데 세 집이 떠났습니다.

물이 새거나 넘치고, 복도 전등이 고장 나도 수리는 제때 이뤄지지 않습니다.

[석윤순/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8년 가까이 살았는데 2, 3년 전부터는 안 되겠더라고요. 내가 몸이 자꾸 나빠지니까. (물을) 밤새 짜내야 하니까."]

고쳐달라 요청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자, 견디다 못한 주민이 직접 수리에 나서기도 합니다.

[노연주/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물이 막 콸콸 새는데. 그때도 (고칠) 사람이 없대요. 그러니까 지쳐서 그냥 사는 거죠."]

저소득 취약계층마저 다가구 임대주택을 외면하면서 빈 집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비워둔 집이 수도권에 1,300가구, 공실 기간은 평균 1년을 넘습니다.

국토부는 다가구 임대주택 11만 7천 호 중에 장기 공실은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해보니, 서류상으로는 빈 집이 아닌데도 실제 빈 집인 곳이 많았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주거복지 관련 NGO 쪽에 저희가 무상공급을 한 상태거든요. 지금 일단은 비어 있는데…."]

국토부는 다가구 주택 매입에 지난해에만 1조 9천억 원을 썼지만, 유지 보수 등 사후 관리 비용은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물 차고 썩은 다가구 임대주택…“도저히 못 살겠다”
    • 입력 2019-10-01 08:30:26
    • 수정2019-10-01 08:32:29
    아침뉴스타임
[앵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다가구주택을 직접 사들여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정작 입주민들이 도저히 못 살겠다며 하나둘씩 떠나고 있습니다.

임대 실적만 채울 뿐 관리는 뒷전인 다가구 임대주택의 실태,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다가구 임대주택.

볕이 안 들어 한낮인데도 캄캄합니다.

물이 들어찬 반지하층에는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김대동/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살 수가 있어요? 못 살지. 비 올 때마다 물을 퍼내야 하는데. 방바닥까지 물이 스며들어 가는데, 여기서 물이."]

또 다른 임대주택은 복도가 모래밭으로 변했습니다.

[김박지/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이게 뭐예요?) 물이 바닥에서 나와 가지고, 바닥에서 나와서 고인다고. 그래서 내가 모래를 깔아놨다고."]

반지하 네 집 가운데 세 집이 떠났습니다.

물이 새거나 넘치고, 복도 전등이 고장 나도 수리는 제때 이뤄지지 않습니다.

[석윤순/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8년 가까이 살았는데 2, 3년 전부터는 안 되겠더라고요. 내가 몸이 자꾸 나빠지니까. (물을) 밤새 짜내야 하니까."]

고쳐달라 요청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자, 견디다 못한 주민이 직접 수리에 나서기도 합니다.

[노연주/다가구 임대주택 주민 : "물이 막 콸콸 새는데. 그때도 (고칠) 사람이 없대요. 그러니까 지쳐서 그냥 사는 거죠."]

저소득 취약계층마저 다가구 임대주택을 외면하면서 빈 집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비워둔 집이 수도권에 1,300가구, 공실 기간은 평균 1년을 넘습니다.

국토부는 다가구 임대주택 11만 7천 호 중에 장기 공실은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해보니, 서류상으로는 빈 집이 아닌데도 실제 빈 집인 곳이 많았습니다.

[LH 관계자/음성변조 : "주거복지 관련 NGO 쪽에 저희가 무상공급을 한 상태거든요. 지금 일단은 비어 있는데…."]

국토부는 다가구 주택 매입에 지난해에만 1조 9천억 원을 썼지만, 유지 보수 등 사후 관리 비용은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