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콜럼버스의 날 몰매 맞는 콜럼버스

입력 2019.10.16 (20:36) 수정 2019.10.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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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재희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콜럼버스라는 사람 아시죠?

[앵커]

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5백 년 전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3개월의 항해 끝에, 당시 유럽 기준에서 신대륙이던 아메리카에 상륙했는데요.

그 날이 10월 12일이었는데, 이때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가 변곡점을 맞았죠.

특히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지정해 대형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크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기념일에 주인공인 콜럼버스가 수난을 당하는 일이 최근 잦다고 하네요.

오늘의 키워드, '콜럼버스의 날 몰매 맞는 콜럼버스'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건가요?

[기자]

콜럼버스의 날에 콜럼버스 동상이 테러를 당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사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인데요.

보시다시피 온통 빨간 페인트가 칠해졌죠.

'집단 학살 기념을 멈춰라'는 메시지까지 남겨져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날 당일, 누군가 동상에 테러를 한 겁니다.

하루 전 샌프란시스코의 콜럼버스 동상도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썼습니다.

"모든 집단학살 기념물을 파괴하고, 모든 식민지 개척자를 살해하자"는 과격한 글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탭니다.

[지나 윌리엄스/샌프란시스코 시민 : "훼손된 동상을 청소하려면 우리 세금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엉망을 만들어놓고, 당신 주머니에서 세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전혀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네요."]

[앵커]

동상을 저렇게 훼손한 이유가 뭔가요?

남겨진 메시지에 힌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공통적으로 언급된 단어가 하나 있죠.

바로 '집단학살'입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뒤 수많은 원주민을 살해하고 노예로 팔았다고 해요.

히스파니올라 섬은 학살과 전염병 때문에 수십에서 수백만이던 인구가 콜럼버스가 온 뒤 3만 명까지 줄었다고 하네요.

원주민들에겐 콜럼버스의 날이 살던 땅을 빼앗기고 수많은 희생을 불러온 치욕스러운 날인 거죠.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앵커]

생각해보니 원주민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신대륙 발견이란 건 백인들의 시각일 뿐이죠.

그래서 원주민 후손들은 오래전부터 콜럼버스의 날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콜럼버스의 날에도 시위가 열렸는데요.

현수막에 '콜럼버스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써 있죠.

원주민 학살에 앞장선 식민주의자를 기념하는 게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그래서 최근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대신에 희생된 원주민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1970년대부터인데요.

원주민이 많은 사우스다코타주를 시작으로 미네소타주, 알래스카주 등 지금까지 10여 개 주가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앵커]

'원주민의 날' 주장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나 보네요.

[기자]

네, 올해는 미국 수도 워싱턴DC도 동참했습니다.

시의회가 이번 콜럼버스의 날 대신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기로 임시 결정한 건데요.

임시 조치긴 하지만 워싱턴DC는 앞으로도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상황을 현대의 윤리로 재단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아론 페스킨/샌프란시스코 시 관계자 : "5백 년 전에 일어난 일로 동상을 훼손하는 것은 비열한 행동입니다."]

[앵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미국뿐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호주와 뉴질랜드가 그렇습니다.

이 두 나라에서 콜럼버스 같은 사람이 바로 영국인 탐험가인 제임스 쿡인데요.

백인들한테는 태평양 곳곳을 탐험한 위대한 인물이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원주민에게 쿡 선장은 침략자일 뿐입니다.

올해가 쿡 선장이 뉴질랜드에 처음 발을 디딘 지 2백50년이 되는 해거든요.

얼마 전 뉴질랜드 정부가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가 원주민들의 큰 반발을 샀습니다.

[마오리족 시위자 : "백인들이 온 뒤부터 불신과 사기, 살인 등을 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250년이 지났지만 우린 여전히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들은 과거 희생에 대해 영국 왕실 차원의 사과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침략으로 삶의 터전과 목숨을 빼앗겼던 원주민들의 분노가 수백 년 뒤에야 힘을 얻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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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콜럼버스의 날 몰매 맞는 콜럼버스
    • 입력 2019-10-16 20:41:18
    • 수정2019-10-25 14:18:20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재희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콜럼버스라는 사람 아시죠?

[앵커]

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5백 년 전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3개월의 항해 끝에, 당시 유럽 기준에서 신대륙이던 아메리카에 상륙했는데요.

그 날이 10월 12일이었는데, 이때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가 변곡점을 맞았죠.

특히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지정해 대형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크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기념일에 주인공인 콜럼버스가 수난을 당하는 일이 최근 잦다고 하네요.

오늘의 키워드, '콜럼버스의 날 몰매 맞는 콜럼버스'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건가요?

[기자]

콜럼버스의 날에 콜럼버스 동상이 테러를 당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사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인데요.

보시다시피 온통 빨간 페인트가 칠해졌죠.

'집단 학살 기념을 멈춰라'는 메시지까지 남겨져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날 당일, 누군가 동상에 테러를 한 겁니다.

하루 전 샌프란시스코의 콜럼버스 동상도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썼습니다.

"모든 집단학살 기념물을 파괴하고, 모든 식민지 개척자를 살해하자"는 과격한 글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탭니다.

[지나 윌리엄스/샌프란시스코 시민 : "훼손된 동상을 청소하려면 우리 세금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엉망을 만들어놓고, 당신 주머니에서 세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전혀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네요."]

[앵커]

동상을 저렇게 훼손한 이유가 뭔가요?

남겨진 메시지에 힌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공통적으로 언급된 단어가 하나 있죠.

바로 '집단학살'입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뒤 수많은 원주민을 살해하고 노예로 팔았다고 해요.

히스파니올라 섬은 학살과 전염병 때문에 수십에서 수백만이던 인구가 콜럼버스가 온 뒤 3만 명까지 줄었다고 하네요.

원주민들에겐 콜럼버스의 날이 살던 땅을 빼앗기고 수많은 희생을 불러온 치욕스러운 날인 거죠.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앵커]

생각해보니 원주민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신대륙 발견이란 건 백인들의 시각일 뿐이죠.

그래서 원주민 후손들은 오래전부터 콜럼버스의 날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콜럼버스의 날에도 시위가 열렸는데요.

현수막에 '콜럼버스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써 있죠.

원주민 학살에 앞장선 식민주의자를 기념하는 게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그래서 최근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대신에 희생된 원주민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1970년대부터인데요.

원주민이 많은 사우스다코타주를 시작으로 미네소타주, 알래스카주 등 지금까지 10여 개 주가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앵커]

'원주민의 날' 주장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나 보네요.

[기자]

네, 올해는 미국 수도 워싱턴DC도 동참했습니다.

시의회가 이번 콜럼버스의 날 대신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기로 임시 결정한 건데요.

임시 조치긴 하지만 워싱턴DC는 앞으로도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상황을 현대의 윤리로 재단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아론 페스킨/샌프란시스코 시 관계자 : "5백 년 전에 일어난 일로 동상을 훼손하는 것은 비열한 행동입니다."]

[앵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미국뿐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호주와 뉴질랜드가 그렇습니다.

이 두 나라에서 콜럼버스 같은 사람이 바로 영국인 탐험가인 제임스 쿡인데요.

백인들한테는 태평양 곳곳을 탐험한 위대한 인물이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원주민에게 쿡 선장은 침략자일 뿐입니다.

올해가 쿡 선장이 뉴질랜드에 처음 발을 디딘 지 2백50년이 되는 해거든요.

얼마 전 뉴질랜드 정부가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가 원주민들의 큰 반발을 샀습니다.

[마오리족 시위자 : "백인들이 온 뒤부터 불신과 사기, 살인 등을 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250년이 지났지만 우린 여전히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들은 과거 희생에 대해 영국 왕실 차원의 사과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침략으로 삶의 터전과 목숨을 빼앗겼던 원주민들의 분노가 수백 년 뒤에야 힘을 얻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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