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중대 조치’ 예고…동북아 정세 ‘난기류’

입력 2019.10.19 (07:49) 수정 2019.10.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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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북한 당국은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가속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과 김정은 우상화, 미국을 향해서는 제재에도 아무문제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소식과 그 의미 중심으로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열렸던 대규모 열병식.

무기와 군사 장비를 총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한 자리에서 백마를 탄 기마 부대가 눈에 띕니다.

마치 김일성 빨치산 부대의 평양 입성을 연상케 하는 모습.

[조선중앙TV : "어버이 수령님과 함께 항일 전장의 수천 리 길을 달린 잊지 못할 그 날의 백마런가... 못 잊을 추억을 새겨주며 기마 종대가 말갈기 날리며 열병 광장을 누벼갑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당 지도부와 함께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눈이 내린 백두산을 힘껏 내달리며 정치적 위상도 한껏 과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백두산에서 최고 영도자께서 이번에 걸으신 군마 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으로 됩니다."]

북한에서 백마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상징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백마를 탄 모습을 선전선동에 활용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 같은 적통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은 지난 2017년 남북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 이후 2년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고모부 장성택 처형,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탈상 등 중요한 정치적 결심을 앞두고 백두산을 찾았습니다.

동행한 간부들은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란 확신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웅대한 작전이란 새로운 결심을 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 전까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일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들이 북극성-3형을 쏜 것에 대해서는 규탄성명이 나오면서 같은 시간대 쐈던 미국의 미니트맨3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신의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를 확실하게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또 한편에서는 미니트맨스리가 우리를 위협하는 만큼 우리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ICBM 발사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있는 삼지연군 건설 현장도 찾아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강요해온 고통이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는데요.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개발에 역점을 둔 삼지연을 찾아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북미 실무협상 결렬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 기조 하에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는데 미국이 기존에 취했던 선 비핵화 논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한 후에야 생존권과 발전권을 보장할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미국의 논리를 말과 수레에 비유한 겁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의무를 구체화하려면 미국의 상응 조치 의무 역시 등가적이고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 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즉,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 자신들의 비핵화 선제조치에 대해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속한 종전 선언 체결, 관계 진전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로 응답해야 다음 비핵화 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이 얘기하는 것은 미국이 포괄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만큼 포괄적인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도 주어져야 된다. 똑같이 교환돼야 된다는 공정한 룰을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큰 우산으로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의 범주가 어떻게 되는 것이고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치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를 한다면 마찬가지로 미국도 북한에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 그리고 향후에 북한을 항해 있는 다양한 적대적인 정책들을 단계적으로 처리해 가겠다는 것을 똑같이 약속을 해줘야 되는 거죠."]

지난 7일 동해 대화퇴 해역. 일본 단속선 아래로 구명보트가 줄지어 있습니다.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에 일본 어업 단속선이 퇴거를 경고하던 중 북한 어선이 침몰했고, 바다에 빠진 선원 60여 명은 7시간 만에 전원 구조됐습니다.

[에토/일본 농림수산상 : "북한 어선이 급선회하면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일본 단속선 인명 피해는 없었고, 항행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화퇴 해역은 최근 북한과 일본이 서로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온 곳입니다.

지난 8월엔 북한 고속정이 일본 단속선에 근접해 소총을 겨누며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17일 : "우리가 자기 수역에서 일본 측 선박들을 몰아낸 것은 정정당당한 주권 행사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지난 5월 하순 이후 동해 대화퇴 해역에서 퇴거를 요구한 북한 어선이 천여 척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북한 어부들이 허가 없이 조업하다 나포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어장과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기면서 실적 압박을 받는 북한 어선들이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배가 없습니다. 그리고 배를 가지고 나갈 기름도 많이 부족하죠. 그다음에 어로 장비 이런 것들도 아주 열약합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습니다. 자기들이. 수역이라도 팔아서 외화벌이하는 거죠. 동해안, 서해안 할 것 없이 수천만 불씩 중국으로부터 받으면서 이렇게 많이 수역을 팝니다."]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동북아에서 전면 전쟁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방공식별구역 등 회색지대 내에서의 충돌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은 이 같은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도 있지만, 북한은 회색 지대에 대한 대비보다 남측의 전력 증강을 저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 또한 한미 군 당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북한은 이 연합연습의 중지를 요구하며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결국은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이 있거든요.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9.19 군사합의서 채택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년 9.19 군사합의서에 약속했던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이 우선이라고 보고요. 여기서 양측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때문에 한반도 전체의 군사력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비핵화 협상을 가속화시켜 주변국과의 회색 지대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북한은 이제 빨리 경제를 회복한 이후에 이런 회색지대사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이런 민간첨단장비들 어업 단속선이라든지 또는 우리의 경찰력에 해당되는 해양경비선을 늘린다든지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비핵화 상응 조치로 미국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고 타결 실패 안전판까지 확보하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군 고위급 인사가 평양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8월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조선중앙TV : "두 당,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께서 이룩하신 합의정신에 따라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켜나갈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김수길 국장과 먀오화 주임은 모두 북중 군부의 핵심 인사입니다.

특히 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검열권을 갖는 김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 서열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7월 북한 군부 서열 3위인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모스크바를 찾아 러시아 국방차관과 회담했고, 8월에는 포민 차관이 평양을 답방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 밀월을 가속화하는 데에는 다분히 협상 상대방인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 얼마 전에 중부 2019라고 크게 합동훈련을 중국과 러시아 그다음 7개 국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을 했는데 거기에 북한이 군사 참관단을 보냈습니다. 이건 처음 있는 일이고, 이 부분은 뭐냐면 결국 강하게 연대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러의 군사동맹에 북한이 언제든지 편승할 수 있음을 갖다가 암시하는 효과 그래서 미국을 상당히 압박하는 효과를 갖고 또 한편에서 향후 정말 북미 협상판이 완전히 깨졌을 때는 중러와 동맹에 편승해서 대응하겠다..."]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현재까지 북미가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은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걸맞는 새 계산법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측에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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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중대 조치’ 예고…동북아 정세 ‘난기류’
    • 입력 2019-10-19 08:31:21
    • 수정2019-10-19 08: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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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북한 당국은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가속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과 김정은 우상화, 미국을 향해서는 제재에도 아무문제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소식과 그 의미 중심으로 짚어봅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열렸던 대규모 열병식.

무기와 군사 장비를 총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한 자리에서 백마를 탄 기마 부대가 눈에 띕니다.

마치 김일성 빨치산 부대의 평양 입성을 연상케 하는 모습.

[조선중앙TV : "어버이 수령님과 함께 항일 전장의 수천 리 길을 달린 잊지 못할 그 날의 백마런가... 못 잊을 추억을 새겨주며 기마 종대가 말갈기 날리며 열병 광장을 누벼갑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당 지도부와 함께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눈이 내린 백두산을 힘껏 내달리며 정치적 위상도 한껏 과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백두산에서 최고 영도자께서 이번에 걸으신 군마 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으로 됩니다."]

북한에서 백마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상징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백마를 탄 모습을 선전선동에 활용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 같은 적통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은 지난 2017년 남북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 이후 2년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고모부 장성택 처형,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탈상 등 중요한 정치적 결심을 앞두고 백두산을 찾았습니다.

동행한 간부들은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란 확신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웅대한 작전이란 새로운 결심을 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 전까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일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들이 북극성-3형을 쏜 것에 대해서는 규탄성명이 나오면서 같은 시간대 쐈던 미국의 미니트맨3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신의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를 확실하게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또 한편에서는 미니트맨스리가 우리를 위협하는 만큼 우리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ICBM 발사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있는 삼지연군 건설 현장도 찾아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강요해온 고통이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는데요.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개발에 역점을 둔 삼지연을 찾아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북미 실무협상 결렬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 기조 하에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는데 미국이 기존에 취했던 선 비핵화 논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한 후에야 생존권과 발전권을 보장할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미국의 논리를 말과 수레에 비유한 겁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의무를 구체화하려면 미국의 상응 조치 의무 역시 등가적이고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명길/북한 외무성 순회대사/10월 5일 :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 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즉,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 자신들의 비핵화 선제조치에 대해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속한 종전 선언 체결, 관계 진전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로 응답해야 다음 비핵화 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이 얘기하는 것은 미국이 포괄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만큼 포괄적인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도 주어져야 된다. 똑같이 교환돼야 된다는 공정한 룰을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큰 우산으로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의 범주가 어떻게 되는 것이고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치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를 한다면 마찬가지로 미국도 북한에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 그리고 향후에 북한을 항해 있는 다양한 적대적인 정책들을 단계적으로 처리해 가겠다는 것을 똑같이 약속을 해줘야 되는 거죠."]

지난 7일 동해 대화퇴 해역. 일본 단속선 아래로 구명보트가 줄지어 있습니다.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에 일본 어업 단속선이 퇴거를 경고하던 중 북한 어선이 침몰했고, 바다에 빠진 선원 60여 명은 7시간 만에 전원 구조됐습니다.

[에토/일본 농림수산상 : "북한 어선이 급선회하면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일본 단속선 인명 피해는 없었고, 항행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화퇴 해역은 최근 북한과 일본이 서로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온 곳입니다.

지난 8월엔 북한 고속정이 일본 단속선에 근접해 소총을 겨누며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17일 : "우리가 자기 수역에서 일본 측 선박들을 몰아낸 것은 정정당당한 주권 행사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지난 5월 하순 이후 동해 대화퇴 해역에서 퇴거를 요구한 북한 어선이 천여 척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북한 어부들이 허가 없이 조업하다 나포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어장과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기면서 실적 압박을 받는 북한 어선들이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배가 없습니다. 그리고 배를 가지고 나갈 기름도 많이 부족하죠. 그다음에 어로 장비 이런 것들도 아주 열약합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습니다. 자기들이. 수역이라도 팔아서 외화벌이하는 거죠. 동해안, 서해안 할 것 없이 수천만 불씩 중국으로부터 받으면서 이렇게 많이 수역을 팝니다."]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동북아에서 전면 전쟁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방공식별구역 등 회색지대 내에서의 충돌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은 이 같은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도 있지만, 북한은 회색 지대에 대한 대비보다 남측의 전력 증강을 저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 또한 한미 군 당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북한은 이 연합연습의 중지를 요구하며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결국은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이 있거든요.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9.19 군사합의서 채택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년 9.19 군사합의서에 약속했던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이 우선이라고 보고요. 여기서 양측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때문에 한반도 전체의 군사력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비핵화 협상을 가속화시켜 주변국과의 회색 지대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북한은 이제 빨리 경제를 회복한 이후에 이런 회색지대사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이런 민간첨단장비들 어업 단속선이라든지 또는 우리의 경찰력에 해당되는 해양경비선을 늘린다든지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비핵화 상응 조치로 미국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고 타결 실패 안전판까지 확보하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군 고위급 인사가 평양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8월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한 지 두 달여 만입니다.

[조선중앙TV : "두 당,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께서 이룩하신 합의정신에 따라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켜나갈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김수길 국장과 먀오화 주임은 모두 북중 군부의 핵심 인사입니다.

특히 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검열권을 갖는 김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 서열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7월 북한 군부 서열 3위인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모스크바를 찾아 러시아 국방차관과 회담했고, 8월에는 포민 차관이 평양을 답방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 밀월을 가속화하는 데에는 다분히 협상 상대방인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최근 얼마 전에 중부 2019라고 크게 합동훈련을 중국과 러시아 그다음 7개 국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을 했는데 거기에 북한이 군사 참관단을 보냈습니다. 이건 처음 있는 일이고, 이 부분은 뭐냐면 결국 강하게 연대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러의 군사동맹에 북한이 언제든지 편승할 수 있음을 갖다가 암시하는 효과 그래서 미국을 상당히 압박하는 효과를 갖고 또 한편에서 향후 정말 북미 협상판이 완전히 깨졌을 때는 중러와 동맹에 편승해서 대응하겠다..."]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현재까지 북미가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은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걸맞는 새 계산법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측에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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