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여긴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호주 울룰루 등반 영구 금지

입력 2019.10.30 (20:36) 수정 2019.10.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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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희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 준비하셨나요?

[기자]

혹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앵커]

네, 일본 영화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럼 제목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이란 곳은 대체 어딜까요?

["호주의 신성한 장소였대 여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겨졌거든."]

주인공이 열심히 사랑을 외치고 있는 장소.

바로 호주에 있는 울룰루라는 곳입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며 신성시해왔다고 하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일단 울룰루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입니다.

높이가 348m인데 에펠탑보다 높습니다.

울룰루는 또 태양의 높이에 따라 하루에 색이 7번이나 바뀐다고 해요.

이렇게 경이로운 곳인데 세상의 중심으로 여길만하지 않나요?

[앵커]

영상으로만 봐도 정말 멋진 곳이네요.

당장 호주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야겠어요.

[기자]

네, 울룰루를 보러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요.

1년에 무려 30만 명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뒤 관광객이 급증했는데요.

특히 인기 있는 여행 코스는 울룰루 정상에 걸어 올라가는 겁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아침인데도 정말 긴 줄이 늘어서 있죠?

모두 울룰루를 등반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카트리나/관광객 : "실제로 바위 위를 등반하는 방법으로 관광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기다릴 수가 없네요."]

[앵커]

큰 바위 정상에 올라가서 보는 경치가 장관이긴 할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젠 울룰루 위에 올라갈 수 없게 됐어요.

지난 26일부터 울룰루 등반이 금지된 건데요.

마지막 등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지난 6월부터 2달 동안 14만 2천 명이 울룰루를 찾았는데 평년보다 2만 명이나 많은 수였다고 하네요.

지금 보시는 이 무리가 지난 25일 마지막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입니다.

[제임스/울룰루 마지막 등반자 :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바위 위에서 보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찍 왔고 종일 시간을 보내고 진심으로 즐겼네요."]

[앵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데, 왜 등반을 금지하는 거죠?

[기자]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울룰루 앞에 세워져 있는 경고 표지판인데요.

"당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라고 적혀있네요.

1950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7명이 이 바위에 오르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울룰루는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거든요.

등반을 돕기 위한 쇠줄과 난간이 있긴 한데, 바위가 워낙 미끄럽고 바람도 많이 불다 보니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보름 전에도 부모와 함께 등반을 하던 12살 소녀가 20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습니다.

또 여름엔 기온이 36도 이상으로 치솟아 탈수 환자도 잇따른다고 하네요.

[앵커]

울룰루에 오르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것보다 더 나은 해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안전시설을 더 설치하고 관리 인력을 두면 되잖아요?

[기자]

사실 등반 금지의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에 호주 원주민들이 울룰루를 신성시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지역 원주민 아난구 족은 울룰루를 조상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휴식처로 여기고 있어요.

역사로 따지면 2만 년 된 자연 교회인 셈인데요.

울룰루라는 이름 자체가 호주 원주민 말로 '그늘이 지는 장소' 라는 의밉니다.

그런데 뒤늦게 호주에 상륙한 영국인들이 이 바위에 당시 호주 수상인 헨리 에어즈의 이름을 따 '에어즈 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1920년 호주 정부가 이 지역을 국가소유로 바꾸고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버린 거죠.

게다가 관광객들이 몰려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노상방뇨까지 일삼아 원주민들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새미 윌슨/호주 원주민 : "울룰루는 원주민들의 것입니다. 우린 사람들이 울룰루를 존중하고 그것이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길 바랍니다."]

[앵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창경궁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꾸고 유원지로 만든 것과 비슷하네요.

[기자]

네 그래서 원주민들은 울루루는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등반을 금지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어요.

하지만 이 주장이 받아 들여지는데만 30년 넘게 걸렸습니다.

이제 울룰루 앞엔 영구적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졌고요.

앞으로 함부로 올라가다 적발되면 약 1만 호주 달러, 우리 돈으로 8백만 원 이상을 벌금으로 내게 될 수 있습니다.

[넬리 패터슨/호주 원주민 : "오늘 저는 정말 기쁩니다. 더 이상 등반객은 없습니다. 이제 문을 닫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레지/호주 원주민 : "우린 오늘 매우 기쁩니다. 우린 오랜 시간 이 장소, 울룰루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이제 올라가지 못하는 건 저도 좀 아쉽긴 한데요.

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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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인사이드] “여긴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호주 울룰루 등반 영구 금지
    • 입력 2019-10-30 20:39:37
    • 수정2019-10-30 20:53:37
    글로벌24
[앵커]

이재희 기자, 오늘은 어떤 얘기 준비하셨나요?

[기자]

혹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앵커]

네, 일본 영화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럼 제목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이란 곳은 대체 어딜까요?

["호주의 신성한 장소였대 여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겨졌거든."]

주인공이 열심히 사랑을 외치고 있는 장소.

바로 호주에 있는 울룰루라는 곳입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며 신성시해왔다고 하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일단 울룰루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입니다.

높이가 348m인데 에펠탑보다 높습니다.

울룰루는 또 태양의 높이에 따라 하루에 색이 7번이나 바뀐다고 해요.

이렇게 경이로운 곳인데 세상의 중심으로 여길만하지 않나요?

[앵커]

영상으로만 봐도 정말 멋진 곳이네요.

당장 호주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야겠어요.

[기자]

네, 울룰루를 보러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요.

1년에 무려 30만 명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뒤 관광객이 급증했는데요.

특히 인기 있는 여행 코스는 울룰루 정상에 걸어 올라가는 겁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아침인데도 정말 긴 줄이 늘어서 있죠?

모두 울룰루를 등반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카트리나/관광객 : "실제로 바위 위를 등반하는 방법으로 관광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기다릴 수가 없네요."]

[앵커]

큰 바위 정상에 올라가서 보는 경치가 장관이긴 할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젠 울룰루 위에 올라갈 수 없게 됐어요.

지난 26일부터 울룰루 등반이 금지된 건데요.

마지막 등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지난 6월부터 2달 동안 14만 2천 명이 울룰루를 찾았는데 평년보다 2만 명이나 많은 수였다고 하네요.

지금 보시는 이 무리가 지난 25일 마지막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입니다.

[제임스/울룰루 마지막 등반자 :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바위 위에서 보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찍 왔고 종일 시간을 보내고 진심으로 즐겼네요."]

[앵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데, 왜 등반을 금지하는 거죠?

[기자]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울룰루 앞에 세워져 있는 경고 표지판인데요.

"당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라고 적혀있네요.

1950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7명이 이 바위에 오르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울룰루는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거든요.

등반을 돕기 위한 쇠줄과 난간이 있긴 한데, 바위가 워낙 미끄럽고 바람도 많이 불다 보니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보름 전에도 부모와 함께 등반을 하던 12살 소녀가 20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습니다.

또 여름엔 기온이 36도 이상으로 치솟아 탈수 환자도 잇따른다고 하네요.

[앵커]

울룰루에 오르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것보다 더 나은 해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안전시설을 더 설치하고 관리 인력을 두면 되잖아요?

[기자]

사실 등반 금지의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에 호주 원주민들이 울룰루를 신성시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지역 원주민 아난구 족은 울룰루를 조상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휴식처로 여기고 있어요.

역사로 따지면 2만 년 된 자연 교회인 셈인데요.

울룰루라는 이름 자체가 호주 원주민 말로 '그늘이 지는 장소' 라는 의밉니다.

그런데 뒤늦게 호주에 상륙한 영국인들이 이 바위에 당시 호주 수상인 헨리 에어즈의 이름을 따 '에어즈 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1920년 호주 정부가 이 지역을 국가소유로 바꾸고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버린 거죠.

게다가 관광객들이 몰려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노상방뇨까지 일삼아 원주민들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새미 윌슨/호주 원주민 : "울룰루는 원주민들의 것입니다. 우린 사람들이 울룰루를 존중하고 그것이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길 바랍니다."]

[앵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창경궁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꾸고 유원지로 만든 것과 비슷하네요.

[기자]

네 그래서 원주민들은 울루루는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등반을 금지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어요.

하지만 이 주장이 받아 들여지는데만 30년 넘게 걸렸습니다.

이제 울룰루 앞엔 영구적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졌고요.

앞으로 함부로 올라가다 적발되면 약 1만 호주 달러, 우리 돈으로 8백만 원 이상을 벌금으로 내게 될 수 있습니다.

[넬리 패터슨/호주 원주민 : "오늘 저는 정말 기쁩니다. 더 이상 등반객은 없습니다. 이제 문을 닫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레지/호주 원주민 : "우린 오늘 매우 기쁩니다. 우린 오랜 시간 이 장소, 울룰루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이제 올라가지 못하는 건 저도 좀 아쉽긴 한데요.

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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