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보도자료’가 된 국회 보고서

입력 2019.12.11 (07:22) 수정 2019.12.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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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정책 연구용역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의원실에서는 이 연구용역을 홍보대행사에 의뢰했고, 이 홍보대행사는 작성한 보고서를 홍보를 맡은 제품을 알리는데 썼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하누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의원들이 만든 보고서, 눈길 끄는 게 하나 있네요.

침대 매트리스를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작성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실입니다.

소방 쪽에 관심 많은 행안위 소속일까요?

외교통상위입니다.

왜 난연 침대에 관심을 가진 걸까요?

정보공개청구 해봤습니다.

용역을 줬네요.

용역비 330만 원.

업체와 책임 연구원 이름도 나옵니다.

이 업체, 소방 전문기업일까요?

기업 홍보대행사입니다.

찾아보니 이 회사, 침대 매트리스 회사인 시몬스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몬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에 안 타는 매트리스를 만든다고 홍보합니다.

이석현 의원이 세비로 만든 보고서와 비교해보니 시몬스 측이 만든 보도자료를 복사한 것처럼 같습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담은 홍보성 기사, 여기저기 나옵니다.

홍보 대행업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잠깐 카메라는 안 됩니다."]

["(그럼 밖에서...) 아뇨, 나가세요."]

홍보하려고 한 건 아니다, 이런 해명만 내놨습니다.

[A씨/홍보 대행사 임원 : "기업이 없었다면 저는 이 문제도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봐요. '여기 왜 이렇게 사람 많이 죽지?'... (세금이 들어온 거잖아요.) 이거 300만 원 엄청 싼 거예요."]

이석현 의원은 국민 안전을 위한 보고서였을 뿐, 홍보 대행사가 관련있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석현/민주당 의원 : "제가 개인적으로 침대회사 아는 사람 없어요. 또 어느 회사가 갖다가 써먹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용역비 300만 원을 강력히 항의해서 국회사무처로 다 반납했습니다."]

매년 보고서 작성에 쓴 세금은 평균 10억 원, 프로젝트 첫날 돌려받은 돈은 330만 원, 첫 번째 환수 임무 성공입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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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대 보도자료’가 된 국회 보고서
    • 입력 2019-12-11 07:28:07
    • 수정2019-12-11 07: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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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정책 연구용역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의원실에서는 이 연구용역을 홍보대행사에 의뢰했고, 이 홍보대행사는 작성한 보고서를 홍보를 맡은 제품을 알리는데 썼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하누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의원들이 만든 보고서, 눈길 끄는 게 하나 있네요.

침대 매트리스를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작성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실입니다.

소방 쪽에 관심 많은 행안위 소속일까요?

외교통상위입니다.

왜 난연 침대에 관심을 가진 걸까요?

정보공개청구 해봤습니다.

용역을 줬네요.

용역비 330만 원.

업체와 책임 연구원 이름도 나옵니다.

이 업체, 소방 전문기업일까요?

기업 홍보대행사입니다.

찾아보니 이 회사, 침대 매트리스 회사인 시몬스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몬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에 안 타는 매트리스를 만든다고 홍보합니다.

이석현 의원이 세비로 만든 보고서와 비교해보니 시몬스 측이 만든 보도자료를 복사한 것처럼 같습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담은 홍보성 기사, 여기저기 나옵니다.

홍보 대행업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잠깐 카메라는 안 됩니다."]

["(그럼 밖에서...) 아뇨, 나가세요."]

홍보하려고 한 건 아니다, 이런 해명만 내놨습니다.

[A씨/홍보 대행사 임원 : "기업이 없었다면 저는 이 문제도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봐요. '여기 왜 이렇게 사람 많이 죽지?'... (세금이 들어온 거잖아요.) 이거 300만 원 엄청 싼 거예요."]

이석현 의원은 국민 안전을 위한 보고서였을 뿐, 홍보 대행사가 관련있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석현/민주당 의원 : "제가 개인적으로 침대회사 아는 사람 없어요. 또 어느 회사가 갖다가 써먹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용역비 300만 원을 강력히 항의해서 국회사무처로 다 반납했습니다."]

매년 보고서 작성에 쓴 세금은 평균 10억 원, 프로젝트 첫날 돌려받은 돈은 330만 원, 첫 번째 환수 임무 성공입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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