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4살 아들 살해한 30대 아버지…무슨 일이?

입력 2020.01.07 (08:34) 수정 2020.01.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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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2월 31일, 한 30대 남성이 네 살 난 자신의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경제난에 아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어제는 8살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이렇게 아이를 살해하는 일, 이거 정말 흔히들 표현하듯 ‘동반자살’ 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짚어봅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아파트.

한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12월 31일 저녁 6시쯤.

이웃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문을 막 두드리더라고요, 누가. 보니까 앞집 아줌마가 쫓아와서 아기가 숨을 안 쉰다고 해서... (아버지가) 술을 좀 하신 것 같더라고요."]

의식없이 발견된 네 살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형사들이 왔는데 한 분이 그 수갑을 채우고 그러고 나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와 보니까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거기 다 그 압송해가지고 가는 것까지 내가 목격 했어요."]

범인은 30대 아버지 A씨. 아이를 목 조른 후 이혼한 전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걸음에 달려온 아이 엄마가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목 졸림에 의해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였고, 그 신고를 받고 살인사건으로 예감을 하고 바로 형사들이 출동을 하였습니다."]

A씨는 아내와 이혼 후 6살, 4살 두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는데요.

사건 현장에선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버지는 술이 좀 취한 상태로 피해자(아들)들을 모두 죽이고, 자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범행 실행하는 도중에 자기도 겁이 나서 중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살뜰하게 생기던 A씨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웃 주민들은,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인근 상가 상인/음성변조 : "애들 잘 데리고 오고. 잘 먹고. 애들도 엄청 (성격이) 밝았어요. 이웃이잖아요. 마음이 아프죠, 아무래도. 주위에서 일어났으니까 마음이 아프죠."]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기가 어려워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피의자) 본인 스스로가 이혼 후에 계속 술 을 마시고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다보 니까 생활고에도 많이 시달렸다는 진술을..."]

수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아왔고 또 뚜렷한 직장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겁니다.

[유족/음성변조 : "아이 아빠랑 좀 싸움이 잦았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해서 (우울증) 약도 먹는 상태고. 양육비를 제가 보내야하는데, 저도 제 사정이 있어요. 보내지는 못하고. (형편 때문에) 자기 혼자 끙끙 앓다가 그렇게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 "생활고라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고요. 아빠가 돌보는데도 옷차림은 깔끔했고, 아이들 표정도 밝았고요. 아이 아빠의 성품이 폭력적이나 이런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그런 부분은 예상도 못했고요."]

그런데, 어린이집 원비는 물론 아파트 관리비 등도 밀린 적 없고 살고 있는 아파트 역시 A씨 소유였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범죄가 아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계장 : "현재 남은 수사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구 속 기소를 해서 송치하는 상태이고요. 추가 적으로 학대 부분이 발견 되면 아동학대 부 분도 인지하여 추가기소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건이 더욱 끔찍한 이유, 사건이 일어날 당시 숨진 아이보다 두 살 많은 형인 첫째 아이가 한 방에 ‘같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6살 아이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계장 : "(큰 아들은) 충격이 많이 커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아동전문 보호위원과 우리 경찰서, 아동전문 담당 경 찰관으로 하여금 계속적인 심리치료 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애꿎은 아이를 살해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바로 어제도, 경기도 김포에서 8살 난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흔히들,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에만 주목받는 여론이 아직도 있습니다.

무고한 아이의 죽음을 ‘동반자살’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건 이게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김희송/국과수 법심리과장 : "가장 큰 문제는 아빠의 실직이 직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인데 ‘동반자살’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요. ‘자녀를 살해 후 자살’이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아이에게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보면 사실은 굉장히 끔찍한 범죄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정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박형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조사연구실장 : "자녀 전체에 대한 그러한 살해행위가 보호 자로서의 행위로 이렇게 인식되는 것은 커 다란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기 자신이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혹은 자기가 아 이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과 같 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혼자 남은 아이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우리 사회와 제도에 대한 믿음 부족이 이런 끔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위기의 가정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박형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조사연구실장 :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그런 안전망이 굉장히 중요하다보는데 특히 어린 자녀가 남겨졌을 때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 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보살펴주는 그런 체 계가 마련이 된다면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 는 막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 각을 합니다."]

이런 지적은 계속 있어왔지만 대책은커녕, 아직 관련 통계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부모의 손에 살해당한 뒤 동반자살이란 오명 하에 잊혀져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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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4살 아들 살해한 30대 아버지…무슨 일이?
    • 입력 2020-01-07 08:36:03
    • 수정2020-01-07 09: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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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2월 31일, 한 30대 남성이 네 살 난 자신의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경제난에 아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어제는 8살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이렇게 아이를 살해하는 일, 이거 정말 흔히들 표현하듯 ‘동반자살’ 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짚어봅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아파트.

한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12월 31일 저녁 6시쯤.

이웃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갑자기 문을 막 두드리더라고요, 누가. 보니까 앞집 아줌마가 쫓아와서 아기가 숨을 안 쉰다고 해서... (아버지가) 술을 좀 하신 것 같더라고요."]

의식없이 발견된 네 살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형사들이 왔는데 한 분이 그 수갑을 채우고 그러고 나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와 보니까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거기 다 그 압송해가지고 가는 것까지 내가 목격 했어요."]

범인은 30대 아버지 A씨. 아이를 목 조른 후 이혼한 전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걸음에 달려온 아이 엄마가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목 졸림에 의해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였고, 그 신고를 받고 살인사건으로 예감을 하고 바로 형사들이 출동을 하였습니다."]

A씨는 아내와 이혼 후 6살, 4살 두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는데요.

사건 현장에선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버지는 술이 좀 취한 상태로 피해자(아들)들을 모두 죽이고, 자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범행 실행하는 도중에 자기도 겁이 나서 중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살뜰하게 생기던 A씨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웃 주민들은,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인근 상가 상인/음성변조 : "애들 잘 데리고 오고. 잘 먹고. 애들도 엄청 (성격이) 밝았어요. 이웃이잖아요. 마음이 아프죠, 아무래도. 주위에서 일어났으니까 마음이 아프죠."]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기가 어려워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피의자) 본인 스스로가 이혼 후에 계속 술 을 마시고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다보 니까 생활고에도 많이 시달렸다는 진술을..."]

수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아왔고 또 뚜렷한 직장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겁니다.

[유족/음성변조 : "아이 아빠랑 좀 싸움이 잦았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해서 (우울증) 약도 먹는 상태고. 양육비를 제가 보내야하는데, 저도 제 사정이 있어요. 보내지는 못하고. (형편 때문에) 자기 혼자 끙끙 앓다가 그렇게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 "생활고라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고요. 아빠가 돌보는데도 옷차림은 깔끔했고, 아이들 표정도 밝았고요. 아이 아빠의 성품이 폭력적이나 이런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그런 부분은 예상도 못했고요."]

그런데, 어린이집 원비는 물론 아파트 관리비 등도 밀린 적 없고 살고 있는 아파트 역시 A씨 소유였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범죄가 아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계장 : "현재 남은 수사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구 속 기소를 해서 송치하는 상태이고요. 추가 적으로 학대 부분이 발견 되면 아동학대 부 분도 인지하여 추가기소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건이 더욱 끔찍한 이유, 사건이 일어날 당시 숨진 아이보다 두 살 많은 형인 첫째 아이가 한 방에 ‘같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6살 아이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계장 : "(큰 아들은) 충격이 많이 커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아동전문 보호위원과 우리 경찰서, 아동전문 담당 경 찰관으로 하여금 계속적인 심리치료 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애꿎은 아이를 살해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바로 어제도, 경기도 김포에서 8살 난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흔히들,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에만 주목받는 여론이 아직도 있습니다.

무고한 아이의 죽음을 ‘동반자살’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건 이게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김희송/국과수 법심리과장 : "가장 큰 문제는 아빠의 실직이 직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인데 ‘동반자살’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요. ‘자녀를 살해 후 자살’이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아이에게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보면 사실은 굉장히 끔찍한 범죄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정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박형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조사연구실장 : "자녀 전체에 대한 그러한 살해행위가 보호 자로서의 행위로 이렇게 인식되는 것은 커 다란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기 자신이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혹은 자기가 아 이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과 같 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혼자 남은 아이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우리 사회와 제도에 대한 믿음 부족이 이런 끔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위기의 가정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박형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조사연구실장 :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그런 안전망이 굉장히 중요하다보는데 특히 어린 자녀가 남겨졌을 때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 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보살펴주는 그런 체 계가 마련이 된다면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 는 막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 각을 합니다."]

이런 지적은 계속 있어왔지만 대책은커녕, 아직 관련 통계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부모의 손에 살해당한 뒤 동반자살이란 오명 하에 잊혀져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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