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양육비 나 몰라라’ 미지급자 신상 공개 무죄…이후 변화는?

입력 2020.02.05 (08:33) 수정 2020.02.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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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 파더스' 들어보셨죠?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신상이 공개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와 소송이 벌어졌고, 결국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습니다.

판결 이후 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고 있을까요?

현장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주택가 골목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홀로 피켓을 든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기 위해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나와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이혼 후 이렇게 시위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워왔다는 A 씨.

그동안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합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양육비를) 간간이 조금씩 주다, 안주다 해 서 (탕감하고도) 6천 5백만 원에서 7천만 원 정도 받을 돈이 있어요."]

결국 A 씨는 양육비 청구 소송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에도 전 남편은 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가 아파 더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양육비 지급) 요청을 했는데요. 아이가 작 년에 큰 수술을 받았어요. 병원비가 들어가 니까 도와달라고 하니까 (전 남편이) 넌 돈 벌어서 뭐 했냐 왜 나한테 달라고 하냐고..."]

양육비를 못 받자 A 씨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아픈 둘째 아들 이야기에, 엄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습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제가 돈을 벌지 않으면 키울 수가 없었으니 까요. 마트 계산원도 하고 예식장에서 설거 지도 하고...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간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독해지더라고 요."]

그런데 갑자기 1인 시위를 하던 A 씨를 향해 고성이 쏟아집니다.

[A 씨 전 남편 가족/음성변조 : "왜 남의 집에서 무슨 시위를 하는 거야? 양육비는 무슨 양육비야? 돈을 벌어야 주지."]

이들의 정체는 전 남편의 가족들.

[A 씨 전 남편 가족/음성변조 :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라 이거야. 법으로 받 아 가려면 받아가."]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큰 충돌이 우려되자, A 씨는 결국 시위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돈을 안 주는 미지급자들이 갑이에요. 다시는 여기에 서고 싶지 않아요. 시위하는 게 정말 지옥이에요. (하지만) 꼭 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양육비 전쟁을 치른지 벌써 10년째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A 씨와 같은 일부 한부모들은 '배드 파더스'라는 사이트에서 미지급자의 신상까지 공개하게 된 겁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양육비 지급하란 법원의 판결문이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보니까 이것밖에 방법 이 없다 해서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오픈하 게 된 거죠."]

지난 2018년 시작된 '배드 파더스' 나쁜 아빠들,이란 뜻이죠 미지급자 4백여 명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받았지만, 그만큼 논란이 일었습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신상 공개는)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하거든요. 하나는 아이들의 생존권, 또 하나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무책임한 부모의 개인적인 명예.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게 더 우선이냐..."]

신상이 공개된 일부 사람들이 이 사이트의 활동가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해, 지난달 15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15시간이 넘는 긴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판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양소영/변호사 :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 는 문제라는 공익성을 인정받아서 첫 번째 그 부분이 좀 의미가 있고요. 두 번째는 신 상 공개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와 관련 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설정했다는 것에 명예훼손의 공개범위를 확장시켰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 판결 이후 버티던 사람들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일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영/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방문자 수도 늘고 그만큼 찾아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불안했겠 죠. (판결 이후) 보름 동안에 1월 15일부터 1월 31일까지 9명이 해결됐으니까 빠른 속 도죠."]

또 이번 판결로 용기를 내 양육비를 받을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전화가 폭주하고 SNS와 문자로 수없이 계속 (문의가) 오니까 그걸 계속 중간에서 전달을 하다 보니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 로 많습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양소영/변호사 : "양육비 미지급 자체를 형사 처벌하는 나라 들이 많이 있고요. 국가가 먼저 지급을 하고 나중에 징수하는 절차를 마련해놓기도 하고 운전면허 정지나 출국 금지 간접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도록 이런 제도들을 많이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입법 조치가 필요한데 법안이 열 개가 발의돼도 거의 통과가 불투명해져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특히 양육비 지급을 의무화할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영/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의하면 양육비 지 급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26.9%예요. 아이 성장에 전반적인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이상은 미루지 말고 (관련 제 도를) 시행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한부모들은 양육비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아이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그 호소에,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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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양육비 나 몰라라’ 미지급자 신상 공개 무죄…이후 변화는?
    • 입력 2020-02-05 08:37:38
    • 수정2020-02-05 0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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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 파더스' 들어보셨죠?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신상이 공개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와 소송이 벌어졌고, 결국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습니다.

판결 이후 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고 있을까요?

현장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주택가 골목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홀로 피켓을 든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기 위해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나와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이혼 후 이렇게 시위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워왔다는 A 씨.

그동안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합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양육비를) 간간이 조금씩 주다, 안주다 해 서 (탕감하고도) 6천 5백만 원에서 7천만 원 정도 받을 돈이 있어요."]

결국 A 씨는 양육비 청구 소송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에도 전 남편은 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가 아파 더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양육비 지급) 요청을 했는데요. 아이가 작 년에 큰 수술을 받았어요. 병원비가 들어가 니까 도와달라고 하니까 (전 남편이) 넌 돈 벌어서 뭐 했냐 왜 나한테 달라고 하냐고..."]

양육비를 못 받자 A 씨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아픈 둘째 아들 이야기에, 엄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습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제가 돈을 벌지 않으면 키울 수가 없었으니 까요. 마트 계산원도 하고 예식장에서 설거 지도 하고...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간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독해지더라고 요."]

그런데 갑자기 1인 시위를 하던 A 씨를 향해 고성이 쏟아집니다.

[A 씨 전 남편 가족/음성변조 : "왜 남의 집에서 무슨 시위를 하는 거야? 양육비는 무슨 양육비야? 돈을 벌어야 주지."]

이들의 정체는 전 남편의 가족들.

[A 씨 전 남편 가족/음성변조 :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라 이거야. 법으로 받 아 가려면 받아가."]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큰 충돌이 우려되자, A 씨는 결국 시위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한부모 가정 양육자 A 씨/음성변조 : "돈을 안 주는 미지급자들이 갑이에요. 다시는 여기에 서고 싶지 않아요. 시위하는 게 정말 지옥이에요. (하지만) 꼭 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양육비 전쟁을 치른지 벌써 10년째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A 씨와 같은 일부 한부모들은 '배드 파더스'라는 사이트에서 미지급자의 신상까지 공개하게 된 겁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양육비 지급하란 법원의 판결문이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보니까 이것밖에 방법 이 없다 해서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오픈하 게 된 거죠."]

지난 2018년 시작된 '배드 파더스' 나쁜 아빠들,이란 뜻이죠 미지급자 4백여 명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받았지만, 그만큼 논란이 일었습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신상 공개는)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하거든요. 하나는 아이들의 생존권, 또 하나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무책임한 부모의 개인적인 명예.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게 더 우선이냐..."]

신상이 공개된 일부 사람들이 이 사이트의 활동가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해, 지난달 15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15시간이 넘는 긴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판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양소영/변호사 :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 는 문제라는 공익성을 인정받아서 첫 번째 그 부분이 좀 의미가 있고요. 두 번째는 신 상 공개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와 관련 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설정했다는 것에 명예훼손의 공개범위를 확장시켰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 판결 이후 버티던 사람들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일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영/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방문자 수도 늘고 그만큼 찾아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불안했겠 죠. (판결 이후) 보름 동안에 1월 15일부터 1월 31일까지 9명이 해결됐으니까 빠른 속 도죠."]

또 이번 판결로 용기를 내 양육비를 받을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구본창/배드 파더스 활동가 : "전화가 폭주하고 SNS와 문자로 수없이 계속 (문의가) 오니까 그걸 계속 중간에서 전달을 하다 보니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 로 많습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양소영/변호사 : "양육비 미지급 자체를 형사 처벌하는 나라 들이 많이 있고요. 국가가 먼저 지급을 하고 나중에 징수하는 절차를 마련해놓기도 하고 운전면허 정지나 출국 금지 간접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도록 이런 제도들을 많이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입법 조치가 필요한데 법안이 열 개가 발의돼도 거의 통과가 불투명해져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특히 양육비 지급을 의무화할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영/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의하면 양육비 지 급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26.9%예요. 아이 성장에 전반적인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이상은 미루지 말고 (관련 제 도를) 시행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한부모들은 양육비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아이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그 호소에,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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