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 영상 뭐길래…‘코로나 원수’된 미-중

입력 2020.05.22 (08:15) 수정 2020.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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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또 한 번 분노의 트윗을 날렸습니다.

이번엔 낯선 속어까지 동원했습니다.

wacko, 우리 말로 하면 '미친 사람' dope, 이건 '얼간이'란 뜻인데요, 누구라고 콕 집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적었습니다.

"중국의 어떤 미친 사람이 수십만 명을 살상한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두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얼간이에게 세계적 대량 학살은 중국의 무능이 야기했다는 점을 설명 좀 해달라" 라고 말입니다.

트럼프를 이토록 분노케 한 사람 대체 누굴까요.

궈웨이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입니다.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바로 이 발언을 겨냥해 날린 트윗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분노가 궈 대변인의 말 한 마디 때문만은 아닐거다, 이런 식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의 트윗은 중국 국영 CCTV 계열사인 중국국제TV가 '폼페이오의 신뢰도 테스트'란 제목의 만화 동영상을 배포한 지 몇 시간 뒤에 올라왔습니다.

폼페이오, 다들 아시는대로 트럼프의 최측근 미국 국무장관이죠, 연일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공세에 앞장서고 있고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만든 이 동영상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쯤되니 폼페이오 동영상,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총 1분 30초 분량의 영상은 '폼페이오'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전기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3단계에 걸쳐 신뢰도 테스트를 받는 게임 형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레벨1, 폼페이오가 "우리는 중국과 다른 나라에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1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 대변인이 등장해 "우리는 1센트도 받지 않았다"라고 반박합니다.

다음 레벨 2.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은 여전히 바이러스 샘플을 외부 세계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이 나오는데요,

바로 이 때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하늘에서 그네를 타고 내려와, "중국은 2주 만에 바이러스의 유전자 배열을 공유했다"고 받아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 단계 레벨 3. 폼페이오가 코로나 발원지로 우한 연구소를 지목했던 발언이 소개됩니다.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어마어마한 증거가 있다."]

그러더니 폼페이오 미국 정보기관의 편지를 받고 털썩 주저앉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편지 내용은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게 아니라는 과학계 합의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것.

그러면서 "경고: 이 협력 게임에서는 정직해야 한다"로 영상은 마무리됩니다.

보신 것처럼 몇 자 안되는 트윗, 그리고 짤막한 동영상입니다만, 지금 미·중 관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증가할수록 미국은 중국에 비판의 날을 더 날카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그제 중국을 향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도, 중국의 코로나 기부금을 "쥐꼬리 만하다"고 폄하한 이도, 다름 아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었습니다.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 "(코로나19는)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은 9조 달러 안팎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국제사회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합니다."]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이라면 가급적 부드럽게, 빙빙 돌려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통상적 어법이었는데, 폼페이오의 발언 수위 심상치 않죠.

게다가 '악랄한 독재 정권'이라며 중국의 체제 문제까지 건드렸다는 것, 건곤일척의 한판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중국도 이에 밀리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자국 비판에 대해 '악', '광기', '후안무치', '병들고 뒤틀린'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자오리젠/중국 외교부 대변인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그의 거짓말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대표 기업 화웨이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도 중국,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장예쑤이 : "중국은 먼저 사달을 내지는 않지만 사달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코로나19가 양국 사이의 핵심 논쟁거리지만, 미중 충돌은 무역, 기술,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관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올해 11월 재선을 위한 선거 캠페인의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명 피해와 경제 위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어떻게든 외부로 돌리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거대 양국의 전장에는 타이완과 홍콩 문제도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2기 집권 취임식을 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에게 공개 축사를 보냈습니다.

미 국무장관이 타이완 총통에게 취임축사를 보내기는 처음입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취임 일성으로 중국의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 주장을 비난했는데,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의 축사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모양새입니다.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인 홍콩.

중국 중앙정부가 일국양제 원칙에도 홍콩 입법회 대신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초강수를 두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강력한 대처를 경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입니다."]

미중 간 갈등을 바라보는 우리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두 나라 싸움이 한국에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속에서 미중 갈등이란 고래 싸움이 우리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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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초 영상 뭐길래…‘코로나 원수’된 미-중
    • 입력 2020-05-22 08:16:50
    • 수정2020-05-22 09:00:18
    아침뉴스타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또 한 번 분노의 트윗을 날렸습니다.

이번엔 낯선 속어까지 동원했습니다.

wacko, 우리 말로 하면 '미친 사람' dope, 이건 '얼간이'란 뜻인데요, 누구라고 콕 집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적었습니다.

"중국의 어떤 미친 사람이 수십만 명을 살상한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두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얼간이에게 세계적 대량 학살은 중국의 무능이 야기했다는 점을 설명 좀 해달라" 라고 말입니다.

트럼프를 이토록 분노케 한 사람 대체 누굴까요.

궈웨이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입니다.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바로 이 발언을 겨냥해 날린 트윗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분노가 궈 대변인의 말 한 마디 때문만은 아닐거다, 이런 식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의 트윗은 중국 국영 CCTV 계열사인 중국국제TV가 '폼페이오의 신뢰도 테스트'란 제목의 만화 동영상을 배포한 지 몇 시간 뒤에 올라왔습니다.

폼페이오, 다들 아시는대로 트럼프의 최측근 미국 국무장관이죠, 연일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공세에 앞장서고 있고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만든 이 동영상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쯤되니 폼페이오 동영상,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총 1분 30초 분량의 영상은 '폼페이오'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전기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3단계에 걸쳐 신뢰도 테스트를 받는 게임 형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레벨1, 폼페이오가 "우리는 중국과 다른 나라에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1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 대변인이 등장해 "우리는 1센트도 받지 않았다"라고 반박합니다.

다음 레벨 2.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은 여전히 바이러스 샘플을 외부 세계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이 나오는데요,

바로 이 때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하늘에서 그네를 타고 내려와, "중국은 2주 만에 바이러스의 유전자 배열을 공유했다"고 받아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 단계 레벨 3. 폼페이오가 코로나 발원지로 우한 연구소를 지목했던 발언이 소개됩니다.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어마어마한 증거가 있다."]

그러더니 폼페이오 미국 정보기관의 편지를 받고 털썩 주저앉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편지 내용은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게 아니라는 과학계 합의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것.

그러면서 "경고: 이 협력 게임에서는 정직해야 한다"로 영상은 마무리됩니다.

보신 것처럼 몇 자 안되는 트윗, 그리고 짤막한 동영상입니다만, 지금 미·중 관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증가할수록 미국은 중국에 비판의 날을 더 날카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그제 중국을 향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도, 중국의 코로나 기부금을 "쥐꼬리 만하다"고 폄하한 이도, 다름 아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었습니다.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 "(코로나19는)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은 9조 달러 안팎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국제사회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합니다."]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이라면 가급적 부드럽게, 빙빙 돌려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통상적 어법이었는데, 폼페이오의 발언 수위 심상치 않죠.

게다가 '악랄한 독재 정권'이라며 중국의 체제 문제까지 건드렸다는 것, 건곤일척의 한판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중국도 이에 밀리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자국 비판에 대해 '악', '광기', '후안무치', '병들고 뒤틀린'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자오리젠/중국 외교부 대변인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그의 거짓말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대표 기업 화웨이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도 중국,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장예쑤이 : "중국은 먼저 사달을 내지는 않지만 사달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코로나19가 양국 사이의 핵심 논쟁거리지만, 미중 충돌은 무역, 기술,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관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올해 11월 재선을 위한 선거 캠페인의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명 피해와 경제 위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어떻게든 외부로 돌리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거대 양국의 전장에는 타이완과 홍콩 문제도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2기 집권 취임식을 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에게 공개 축사를 보냈습니다.

미 국무장관이 타이완 총통에게 취임축사를 보내기는 처음입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취임 일성으로 중국의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 주장을 비난했는데,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의 축사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모양새입니다.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인 홍콩.

중국 중앙정부가 일국양제 원칙에도 홍콩 입법회 대신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초강수를 두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강력한 대처를 경고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입니다."]

미중 간 갈등을 바라보는 우리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두 나라 싸움이 한국에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속에서 미중 갈등이란 고래 싸움이 우리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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