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연가

입력 2020.06.01 (07:37) 수정 2020.06.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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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해마다 북풍이 불때면 한반도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입니다.

그런데, 이제 여름이 다 됐는데도, 고향인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철원 평야를 지키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이 있습니다.

재두루미 한쌍의 애틋한 사연을, 배석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음이 짙게 우거진 철원 평야.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 한 쌍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습니다.

깃을 고르기도 하고, 땅바닥을 여기저기 쪼며 먹이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낀 수컷이 하늘로 몸을 피합니다.

하지만, 암컷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애타게 짝을 부릅니다.

오른쪽 날개가 반쪽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수호/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 "암컷 두루미도 이제 날 줄 알 거라고 생각하고 자꾸 불러내는 거죠. 같이 북쪽으로 날아가자고. 자기 번식지로, 그런데 이 암컷 두루미는 날지를 못하니까..."]

수컷의 이름은 '철원이', 암컷은 '사랑이'.

'사랑이'는 2005년 초겨울 휴전선 인근에서 철책에 걸린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날개뼈가 3군데나 부러져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영준/수의사/암컷 수술 집도의 : "이런 상황인 경우에는 살리기 위해서 날개를 절단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최대한 날개를 좀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진행했었습니다."]

겉보기엔 씩씩해 보이는 수컷도 비슷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겨울.

철원 한탄강에 몰아친 혹독한 추위에 부리와 발에 동상을 입어, 발가락 6개 가운데 5개를 잃었습니다.

보호소에서 정성스레 치료를 받은 덕분에 날 수는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김수호/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 "자기 발이 좀 불편하니까 이게 비행할 때 내려 앉을 때도, 착지할 때도 좀 불편하고 하니까 안 날아가고 여기서 머물렀던 거죠."]

주민들은 재두루미 한쌍이 비록 고향을 오갈 수 없는 처지이지만 여기서 새끼를 낳아 번성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석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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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원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연가
    • 입력 2020-06-01 0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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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해마다 북풍이 불때면 한반도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입니다.

그런데, 이제 여름이 다 됐는데도, 고향인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철원 평야를 지키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이 있습니다.

재두루미 한쌍의 애틋한 사연을, 배석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음이 짙게 우거진 철원 평야.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 한 쌍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습니다.

깃을 고르기도 하고, 땅바닥을 여기저기 쪼며 먹이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낀 수컷이 하늘로 몸을 피합니다.

하지만, 암컷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애타게 짝을 부릅니다.

오른쪽 날개가 반쪽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수호/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 "암컷 두루미도 이제 날 줄 알 거라고 생각하고 자꾸 불러내는 거죠. 같이 북쪽으로 날아가자고. 자기 번식지로, 그런데 이 암컷 두루미는 날지를 못하니까..."]

수컷의 이름은 '철원이', 암컷은 '사랑이'.

'사랑이'는 2005년 초겨울 휴전선 인근에서 철책에 걸린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날개뼈가 3군데나 부러져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영준/수의사/암컷 수술 집도의 : "이런 상황인 경우에는 살리기 위해서 날개를 절단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최대한 날개를 좀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진행했었습니다."]

겉보기엔 씩씩해 보이는 수컷도 비슷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겨울.

철원 한탄강에 몰아친 혹독한 추위에 부리와 발에 동상을 입어, 발가락 6개 가운데 5개를 잃었습니다.

보호소에서 정성스레 치료를 받은 덕분에 날 수는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김수호/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 : "자기 발이 좀 불편하니까 이게 비행할 때 내려 앉을 때도, 착지할 때도 좀 불편하고 하니까 안 날아가고 여기서 머물렀던 거죠."]

주민들은 재두루미 한쌍이 비록 고향을 오갈 수 없는 처지이지만 여기서 새끼를 낳아 번성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석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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